사랑과 폭력의 경계에 서있는 데이트폭력과 법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인사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은 평균 8천 5백 건이 접수됐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백 96명이 연인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에 데이트 폭력에 관한 다양한 대책들이 언급되고 있다. 먼저 경찰은 한국판 클레어법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클레어법은 2009년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딴 영국법으로 데이트 상대의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한국판 클레어법이 통과되면 정보공개를 요청한 개인의 요구 내용과 피해 상황의 타당성을 조사한 후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찰은 그동안 데이트폭력을 범죄로 여기지 않고 단순 ‘사랑싸움’으로 방치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사건 접수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응으로 2차 피해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으로 입법자들은 특례법안을 제안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외 9인이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 법안을 발의한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법안을 요약하면 기소된 데이트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은 현행법에 따라 진행하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조항과 신고의 의무 등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 특례 법안이 공포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조항을 통해 현행법상으로 처벌하기 곤란한 경미한 수준의 데이트폭력을 다룰 수 있고 신고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좀 더 빠르고 확실한 대응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은 연인이라는 인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경미한 수준의 행동들은 형벌로 다스리기 어색한 감이 있었고 기소율이 높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법안은 경미한 수준의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판정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조건’이란 기본권을 일부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 기소유예보다는 좀 더 강력한 처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학교 법과대의 한 교수에 따르면 “이 조항은 개별범죄의 형태에 맞는 옷을 입혀줄 수 있다는 점과 범죄자에 대한 제재의 무기고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 물론 경미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 간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방법이 상담뿐이라는 것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상담은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해자가 일방적인 상담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규범의 내면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법안의 의의와 보완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렇듯 경찰과 입법자들이 새로운 방안들을 도입하고 데이트폭력을 해결하려하는 모습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수사기관과 입법자들은 책임의 중요성을 절감해야 하며 데이트폭력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데이트폭력 알고 있지만 당한 적 없다. 그러나 당신은 당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막상 데이트폭력의 중심인 연인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우리 학교 학우 남성 97명(36.1%)과 여성 172명(63.9%) 총2백 69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데이트폭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92.9%의 학우가 답했다. 또한 250명(95.2%)의 학우가 ‘데이트폭력을 당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그 중에서 자신이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우가 52명(20.3%)이나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여학우의 20%는 실제로 심각한 수준의 데이트폭력(▲공격행동 ▲성관계 ▲자살협박 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지난 해부터 이번 해 1학기까지 우리 학교 성폭력상담센터 상담 26건 중 데이트폭력 관련 상담은 단 한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이란 데이트 관계에 있는 성인 또는 미성년자가 서로간의 합의 없이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하는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크고 작은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려 노력하는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데이트폭력의 유형을 ▲감정적 데이트폭력 ▲물리적 데이트폭력 ▲성적 데이트폭력 ▲정서적 데이트폭력 ▲통제 권력적 행동으로 분류한다.

이들에 따르면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위협하는 물리적 데이트폭력과 성관계를 강요하는 성적 데이트폭력 외에도 연락 강요나 친구와의 연락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통제 권력적 행동들도 데이트폭력이 될 수 있다. 혹자는 연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사소한 행동들을 왜 데이트폭력으로서 문제를 삼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두 사례를 보자.

 

사례1.

“제 연인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해요. 그래서 제 옷을 보고 항상 잔소리를 하죠. 저는 유행보다 제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인데 연인은 하나하나 핀잔을 주며 자신의 스타일을 강요해요. 한번은 같이 다니기 부끄럽다 라고까지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죠”

 

사례 2.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했어요. 처음에는 울면서 저를 따라오더니 갑자기 돌변해서 제 머리를 잡아채며 벽으로 밀치고 소리를 지르며 계속해서 욕을 했습니다.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주먹으로 제 몸을 때리고 넘어진 저를 발로 차며 차라리 죽으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갑자기 일어난 그 사람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어요”

 

둘 중 어떤 사례가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정한 기준으로 보면 두 사례 모두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두 사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모두 한 연인에게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에 있다. 처음에는 작고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 통제 권력적이고 집착적인 행동들이 결국 신체적 폭력과 성적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에 우리 학교 성폭력상담센터 이미라 연구원은 “데이트폭력은 초기에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거나 방치하면 점점 그 빈도와 강도가 강해져 가정폭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듯 데이트폭력은 흔히 일어나는 사건이고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우리는 잘 감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도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일지 모른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트폭력의 범위와 정의를 정확히 인식하여 데이트폭력의 피해를 예방하기 바란다.

한편 신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성폭력상담센터에서는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관련 상담을 접수하고 그에 관한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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