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옥외 게시판 일부가 사라진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학생 사회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 게시판이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학생회는 서둘러 필요 근거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 학생의 권리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학교측은 ▲다산관 서쪽 ▲원천관 동쪽 ▲원천정보관 뒤쪽 ▲율곡관 북쪽 총 4개 게시판을 지난 8월 철거했다. 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게시판 철거 이후 학우들은 물론 학생회 역시 조용했다. 아무도 모르게 철거된 게시판도 이상하지만 학생회의 무덤덤한 반응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도서관 테라스 지역의 게시판을 철거할 당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사라지게 됐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 졌었다. 그리고 지금 또 다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이미 ‘아좋사’ 혹은 ‘아주인’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시판의 기능은 점차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게시판이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을 이번 철거의 가장 큰 이유로 밝혔다.

문제는 이에 대응할 수 있을만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리의 문제라면 각 단과대가 직접 게시판을 관리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게시판의 기능이 사장됐다고 말한다면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게시판의 필요성을 인식하는지, 게시판을 이용하는 빈도는 어떤지 혹은 게시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필요성을 밝힐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회는 아직 학교의 논리에 대응할 명분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며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시판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치 않고 있는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옥외 게시판은 단순 홍보 역할을 넘어 학생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80년대의 게시판은 절대 없어선 안될 학우들의 표현이었으며 근래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시작으로 정치·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하는 자성의 공간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프라임 사업으로 학교가 떠들썩 할 때 역시 게시판은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이자 영향력이였다. 즉, 우리만의 대화가 아니라 사회를 향한 외침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게시판이 별다른 저항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회는 학우들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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