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질지 모르는 지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오후 8시 32분경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 이후 9월 30일까지 총 4백47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1978년 국내에서 계기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나 이에 대한 재난 대책 컨트롤 타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민들은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유래 없는 강한 지진이 연일 가장 큰 화제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형편없는 재난 대책 체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진 발생 시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민 안전처의 홈페이지가 3시간이나 먹통 되고 긴급재난문자 역시 약 9분 뒤에나 그것도 일부 지역의 사람들에게만 발송되어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국민 안전처와 기상청 그리고 국토부 등 각 정부기관에서 발표한 지진 관련 매뉴얼도 엉망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매뉴얼마저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많아 실질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환경부 장·차관에게는 심야시간에는 가능한 연락을 피하고 익일 혹은 당일 아침에 보고하라”는 이 어이없고 황당한 문구는 실제 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문장대로라면 국민들의 안전과 생사보다는 환경부 장·차관의 숙면이 더 중요한 셈이다. 국민 안전처의 수장 박인용 장관마저 지진 대처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고 밝힌 마당에 우리는 도대체 누굴 믿고 따라야하는가?
 
유독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안전이 걸린 재난 문제에 대한 대책이 너무나도 부실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후 재난 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 안전처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규모 5.8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국민 재난처’라고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제껏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인식되어왔기에 지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지진 이외의 다른 재난이 닥칠 때마다 항상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를 취해왔다.
 
헌법 제 34조 6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 현실성 없는 재난 관련 매뉴얼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점점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하는 곳은 정부이기에 재난 대책 체계 개편과 재난 컨트롤 타워의 확립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하는 과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하고 위협적인 재난이 닥쳐올지 모른다. 재난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송두리 째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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