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인문대학장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문대의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박문규 인문대학장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문대의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가는 반면 인문대학의 위기는 대학사회에 팽배한 실정에 인문대학장으로 있는 박만규(불어불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문대학의 방향성

Q. 인문대학장으로 가장 중심적으로 진행했던 사업은 무엇인가?
A. 역시 취업을 생각했다. 그런데 취업 문제는 바로 개선되지 않기에 우선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특히 동문 기업인들과 인문대의 ‘최고관리자 인문학과정’을 수강한 기업체 대표·간부들과 많은 대화를 가졌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학생도 기업도 서로 구직난을 겪고 있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학생들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취업하고자 한다는 점과 기업은 인문대생들에게 현장능력을 요구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현장지식을 쌓고 인문학적 사유역량을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또한 학과 선배로부터 사회진출 준비에 대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인문대학 취업페스티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문대생들이 진출 가능한 업종에 대한 이해력과 취업률 향상시키고 동문들에게 지속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그전에 있었던 ▲동문 초청 취업 특강 ▲영문인의 날 진로모색 박람회 ▲인문대학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기반으로 해서 진행된 행사다.
 
Q. 사회 전반적으로 ‘인문대에서는 취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그 인식은 산업계의 대기업에서 인문대생들을 많이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러나 선진국의 정보기술업계에서는 많은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 머리사 메이어 부사장은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기술 이외에도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인문학자들이 가장 훌륭한 결과를 도출하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아직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대량생산의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되면서 인문콘텐츠가 중요해지고 있고 창의력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면 우리 기업들도 사유의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산업계의 인문학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기업체 간부를 만날 때마다 인문대생들의 높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접근하기 위해 인문대 교수들이 ‘인문대 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해 안으로 구체적인 진행방향을 위한 전문팀을 구성하는 단계로 들어간 상태다. 이 안에 따라서 인문대생들의 교육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취업전략도 수립될 것이다.
 
Q. 현재 교육과정에 융·복합교육과 산학협력의 기회를 늘리려고 힘쓰고 있고 들었다.
A.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타 학문분야와의 협업 지점에서 가장 잘 나타나기에 융·복합이 최근 대세로 등장했다. 그런데 ‘왜 인문학과 타 학문 간의 융·복합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 정보통신분야의 기업 창업자들이 정보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강조했듯이 창의적 사고를 인문학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기술이 야기하는 ▲윤리문제 ▲사생활 침해 ▲법률문제 등의 해결과 모든 기기에는 반드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반성적 사고가 생기기 시작하며 인문학과의 융합이 진행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인문대는 CRC(Convergence Research Center)사업과 빅데이터 분석 기반 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사업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융·복합 프로젝트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원에도 디지털휴머니티융합학과를 신설하여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순수인문학 자체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순수인문학이 유지되어야 고부가가치의 기술이 발전할 수 있듯이 융·복합이 가능하려면 순수인문학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인문대학의 위기

Q. 현재 인문학의 붐이라고 불릴 만큼 인문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높지만 반면 대학사회에서 인문대학들은 위기다. 타 대학에서는 관련 없는 과끼리 통폐합을 시키는 등 인문대학들을 축소시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학교 인문대는 그런 움직임에서 자유로운가?
A. 우리 학교는 현재 7:3의 비율로 타 대학들과 다르게 사회수요에 가장 알맞아 이미 이공·자연계와 인문·사회계의 비율이 이상적인 대학이다. 그리고 입학정원이 이번 해 1백76명이므로 타 대학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따라서 인문대학을 축소시킬 이유가 없을 뿐더러 우리 학교는 대학 운영이 합리적인 대학이기 때문에 그러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얼마 전 논란이 됐던 프라임 사업처럼 인문·사회계열의 인원을 줄이고 이공·자연계열의 정원을 늘리는 사업들을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문대학장으로서 이런 방향성을 가진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프라임 사업은 인문학이 사회수요가 별로 없는 학문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사회적 수요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그리고 미래수요가 더욱 중요한데 이를 예측한 근거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정부의 정책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경쟁 시스템이 사회의 발전을 가져다준다는 신념에 기초한 것인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기업에서 쥐어짜기 경영을 하고 있어 효율성은 최악이다. 직원들의 삶의 질은 열악해 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복지 경영과 삶의 질 향상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 예를 들어 마이다스아이티나 제니퍼소프트같은 기업이 등장하여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러한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발전하는 인문대를 위해 어떤 것들이 선행돼야한다고 생각하는가?
A. 인문대가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학교와 재단 그리고 동문회의 서로 협조해야 한다. 학교는 교수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학생들은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교육이념 중에 하나인 실사구시를 이공계열의 대학으로 실현하고 인간존중을 인문계열의 대학을 중심으로 실현한다면 다시 명실상부한 선두 대학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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