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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벽에서 피어난 꽃
  • 길선주 기자 정재경 수습기자
  • 승인 2016.09.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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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주위에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려는 도전을 해본 적이 있는가? 빡빡해진 현대 사회에서 내가 아닌 다른 것들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가져오는 것처럼 한사람의 작은 발걸음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수원시 행궁동에는 자신의 삶이 담긴 마을과 그 마을 사람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낸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 각 나라의 신화를 형상화 한 그림이 그려진 예술 공간 봄의 외관 모습

애정으로 품은 마을

행궁동에 있는 벽화마을은 한 예술가 부부로부터 시작됐다. 평범한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수원 토박이 예술가 부부는 제자들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심각성을 느꼈다. 미술계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뽐내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부는 기존의 미술관과 전시관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 대안 공간 눈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기존 예술 공간의 대안이 되어준다는 뜻의 이 전시관은 현재 다양한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이 됬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포기해야했던 예술 전공자들과 배우지 않아도 솜씨가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서 공모를 받아 자체적으로 선정해 2주 단위로 전시를 하고 있다.

그렇게 행궁동에 예술의 꽃이 피어났다. 처음 대안 공간 눈에 초청받아 온 예술가는 행궁동 골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벽 본래의 색과 낙서를 그대로 살린 작품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점점 더 많은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골목길을 꾸며가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이 마을 골목은 더럽고 위험한 곳이었다. 불량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마을사람들은 골목길로 다니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예술가 부부의 작은 움직임이 마을주민들에게 감동을 줬고 현재 마을 골목 구석구석에는 수수한 그림들이 생겨났다.

물론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듣고 득달같이 행궁동 벽화마을로 달려간 사람은 처음 마을 골목을 마주하면 당황할 수도 있고 심지어 화가 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벽화마을과는 아주 딴 판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벽화들은 생각보다 많지도 않고 몇몇 벽화는 색이 바래 지워져 있다. 황당함과 분노는 벽화가 품고 있는 사연을 들어보면 금세 사라진다.

나와 너와 우리가 만드는 골목길 이야기

▲ 골목 벽면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동심 세계의 그림과 순수한 아이의 만남

주민이 그린 그림. 주민이 낮춘 담장

띄엄띄엄 그려진 벽화들은 이곳이 삶의 터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모든 벽에 일률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만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특히 담 주인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여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어르신 담에는 초록색이 가득한 벽화를, 꽃을 좋아한다는 어르신 담에는 색색의 꽃을 그려 넣었다. 눈길이 가는 화려한 관광지를 꾸미기 위해 그려진 벽화와 그 마을 주민 한명 한명의 삶의 터를 꾸미기 위해 그려진 벽화는 엄연히 다르리라.

행궁동 여기저기에 수수한 꽃들을 심어온 예술가 부부의 최종목표는 담을 허무는 것이라고 한다. 혹자는 담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면 왜 벽화를 그렸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벽화 그리기는 마을 공동체의 유대감을 회복하는 활동이다. “학생, 이리 와서 여기다가 이 색을 칠해주겠니?”라는 한마디는 그 학생의 마음을 움직였고 붓을 들게 했다. 마을의 변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자신도 벽화와 골목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져다준다. 벽화 그리기에 주민들의 참여가 더해지면서 우리 골목, 우리 마을이라는 유대감이 생기고 서로간의 경계심이 줄어들고 있다. 그 증거로 이미 담벼락을 허리 아래로 낮춘 집들이 생겨났고 주민들은 계속해서 담을 낮추고 있다. 자신의 앞마당을 지나가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로 사용하는 집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벽화는 행궁동 마을을 아름다운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고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 사이의 벽들과 주민들 사이의 마음의 담도 낮추고 있다.

▲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과 믿음을 드러내는 허리 높이의 매우 낮은 담

지친 그대에게 선물합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을 높이 쌓아버리고 항상 경계하며 살아야하는 도시의 삶에 지친 당신 따뜻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행궁동 벽화마을에 한 번 가봄직하다. 물론 혼자 가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라는 당연한 말을 추가한다. 대안 공간 눈에 준비돼있는 다양한 체험들을 즐기는 것도 좋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벽화마을을 돌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덤.

행궁동 벽화마을에는 도시의 차가움 대신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그 열정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주민들의 따뜻함이 담겨있다. 그들이 주는 온기 속에서 우리라는 꽃을 피워보는 것은 어떨까.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골목길을 걸으며 도시에 찌든 마음에 선선한 가을바람을 들여 보자.

길선주 기자 정재경 수습기자  bbabregas@ajou.ac.kr jungjk0208@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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