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KBS ‘1박 2일’ 기자특집에 출연해 기자들 중의 막내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정새배 기자를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KBS 정문 앞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소 취재원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는 달리 오랜만에 말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정새배 기자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를 만나기 전부터 기자라는 이름 아래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주대학보사’ 기자와 ‘KBS’ 기자가 만났을 때. 지금부터 그 만남의 기록이 시작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4년도에 KBS 41기 기자로 입사해서 이제 만으로는 2년 하고 몇 개월, 연차로는 3년차 됐습니다. 남들이 다 하듯이 1년차 때 사회부에서 있다가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지역 순환 근무가 의무에요. 그래서 2년차 때 KBS 포항 방송국에서 1년 순환 근무를 하고 올해 2월에 다시 올라와서 지금 국제부에 있습니다.

 

Q. 가장 처음 발령 받으신 부서가 사회부였나요?

A. 네. 보통 대부분의 언론사가 수습기자 생활을 거치는데 그때 이제 다들 사회부에서 수습 생할을 보내기 때문에 수습이 해제돼도 저년차 때는 사회부에 많이 있어요. 아무래도 그때가 가장 많이 일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을 때라서 그런 것 같아요.

 

Q. 사회부 기자와 국제부 기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A. 일단 사회부 같으면 자기가 맡아서 하는 분야가 되게 광범위해요. 사회부 기자 같은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항상 그렇게 비상대기 상태랄까? 그게 꼭 단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부 기자는 밖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내가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반면에 산을 타야할 때도 있고 아니면 물에 들어가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몸으로 고생하는 게 많아요.

반면에 국제부 같은 경우에는 특파원 기자들이 전 세계에 나가있어요. 그렇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고 시차문제 때문에 특파원 기자 혼자서 모든 뉴스를 커버할 수는 없어요. 그런 업무들을 나머지 국제부 기자들이 안에서 보조를 해줘요. 국제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외신들이랑 전제 계약을 해요. 외신 보도기사들이나 영상을 보면서 현지 특파원들이랑 ‘이 부분이 맞냐. 안 맞냐’ 이런 식으로 조율해가면서 기사가 나오게 되죠.

국제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안 맞기 때문에 이 시차를 정확히 나눠서 근무를 해요. 아침 일찍 새벽에 나오셔서 점심 전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2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면서 오후 뉴스를 맡아서 해요. 사회부는 이렇게 딱딱 나눠서 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제가 담당한 출입처에서 수사가 길어져 새벽까지 기다려야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야간 취재를 나가야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불규칙하죠.

국제부에 있으면 몸은 확실히 편한데 답답할 때도 있긴 해요. 기자라면 사람도 좀 만나고 이것저것 해봐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답답할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국제부에 있으면서 뉴스 만드는 법이라던지 좋은 영상을 찾고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쓸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입사 후 처음 작성했던 기사 기억나세요?

A. 네. 기억나죠. 리포트에는 발생과 기획이 있어요. 발생은 말 그대로 있었던 일을 보도하는게 발생이고 기획은 제가 직접 자발적으로 나서서 취재하는 걸 말해요. 그때 부장이 우리 동기들에게 “발생으로 첫 리포트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무조건 기획으로 해”라고 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마침 친한 형이 제보를 줘가지고 현금 영수증을 소재로 다뤘죠. 10만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 해줘야하는 업종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사실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잘 모르세요. 제도 홍보가 안 되어있고 일부러 안 해주시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그걸 취재했는데 아무래도 10만원에 딱 맞추는 것보다는 고액이 오가는데도 불구하고 안 해주는 현장을 찾고 싶어서 성형외과를 갔어요. 당연히 대놓고 카메라를 들고 갈 순 없죠. 그래서 우리가 몰래카메라를 들고 잠입취재 했던 기억이 나요. 공을 많이 들였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서툴렀죠. 많이 발품을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나갔는지는 모르겠어요. 1년차 때 했던 발생도 기억나지만 특히 제가 기획했던 것들은 다 기억이 나요. 물론 지금도 제가 절대 일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서툴렀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Q. 기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뭔가 보도를 했는데 그게 반향을 가져와서 사회적인 제도의 개선이 있을 때 정말 뿌듯함을 느끼죠. 그리고 사람들이 모르던 어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이라던지 아니면 정말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일이 알려졌을 때 많이 뿌듯해요. 의미 있는 일을 해낸거니까요.

 

Q. 반대로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하신 적은 없으세요?

A. 후회라기보다는 수습 때 약간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하는 건 있었어요. 수습 때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새 경찰서에서 사건 취재를 하다 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근데 후회까진 아니었고 아직까지도 후회는 안 해요. 뭐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 욕을 많이 먹죠.(웃음)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내겠다 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후회 안 해요.

오히려 안했으면 후회를 했을 것 같아요. 제가 KBS 입사 시험에서 떨어지고 일반 사기업 공채 시험에 합격해서 지금 일반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그러면 일반 사기업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직을 고민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지난해 ‘1박 2일’ 출연당시 기자는 감추고 싶은 것을 드러내야하는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신다면?

A. 정말 당연한 일인거죠. 취재원들을 만날 일이 많은데 그 누구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아요. 특히 관공서 같은 데를 출입해보면 정말 성과 같은 것들은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뿌려요. 물론 그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도 알죠. 그런 부분이 조명이 안 되는 것도 안타깝긴 하지만 반대로 정말로 허점이라던지 과대포장이라던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안 알려주거든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런 것들을 알리려 하지 않는게 당연하죠. 하지만 우리 할 일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그것을 찾아내는 거잖아요. 드러내지 않을 거라면 우리의 존재 이유가 없는 거죠.

드러내야하지만 우리가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또 어느 조직이나 분명히 잘못된 것들이 있는데 제가 출입하는 기관에서 그런 것들을 밝혀내지 못할 때 자괴감 같은 게 들 때가 있어요.

우리가 쓰는 기사의 많은 부분들이 제보로 이뤄지는데 제보를 안 해주시면 부끄럽지만 우리가 알아낼 방법이 없어요. 제보를 주셨을 때만 그것을 바탕으로 깊게 취재를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제보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은 걸 드러낼 수 있죠.

 

Q. 취재를 하다보면 뜻대로 안될 때는 어떻게 하세요?

A. 어려운 질문이에요. 사실 이렇게 말하면 좀 꼰대 같긴 한데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특히 사회부 같은 경우에는 뜻대로 안될 때가 훨씬 많아요.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막상 그날 가보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어요. 정말 가끔은 미치고 환장할 때가 있어요. 정말 현장을 확보를 못 했는데 뉴스는 나가야되잖아요.

그럴 땐 머리가 하얘지고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든지 돌아다녀야 해요. 한 군데라도 더 가봐야 하고 더 찾아봐야되고 그냥 몸으로 뛰어봐야되고. 100을 목표로 했을 때 100을 못 채우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10씩이라도 더 찾는 건 있어요. 정말 못해서 지금은 100에 30밖에 안된다고 했을 때 여기서 20만 더 쌓아도 50은 되는거고 30만 더 있어도 절반은 넘는 거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채워나간다고 보면 돼요. 그 10을 더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에 따라서 기사의 질이 달라지는 게 엄청 많죠.

 

Q. 시청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보는 것과 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A. 차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가 시청자한테 어떻게 하면 이걸 더 잘 소개할 수 있을까 잖아요. 시청률을 높이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걸 딱 봤을 때 이해가 되고, 이게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결국 주안점이란 말이에요. 항상 선배들이 얘기하는 게 한자어 쓰지 말고 말 정말 쉽게 써라. 한자어 같은 것도 최대한 안 쓰고 풀어서 쓰려고 엄청 많이 노력해요. 사실 뉴스를 만드는 이유가 우리끼리 자화자찬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드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건 있어요. 다른 회사의 뉴스를 보면 기자입장에서 이런 고민을 해요. ‘내가 만약에 이런 아이템을 취재하게 된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 기자분은 이것을 이런 관점에서 보셨구나. 이런 건 생각지도 못했던건데’ 그런 것들이 보이긴해요. 사실 기자가 리포팅 중간에 서서 설명을 하잖아요. 이것도 아무데서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3~4개 중에서 제일 맥락에 맞는 것을 회사에 들어와서 원고를 써보고 영상에 집어넣어요. 그러면 고민한 게 보여요. ‘저 기자가 저렇게 하려고 고민을 했구나.’ 그리고 CCTV 영상 같은 경우에도 나오면 또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나오네’라고 보겠지만 저걸 구하려고 어떻게 했다는 게 보이죠. 얼마나 돌아다녔고 어떻게 사정사정을 했다는 게 보이긴 하지만 그거 말고 나머지는 시청자들과 똑같죠.

 

 
 

Q. 본인 스스로 기자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A. 저 스스로요? 저는 한 40점 줄 것 같아요. 이제 한 반년정도 있으면 또 다시 인사발령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한번 내근 부서를 했으니까 외근 부서를 가야 할 텐데 걱정이 많아요. 이제 본격적인 취재 부서에 갈 텐데 ‘새로운 곳에 가서 일을 맡았을 때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했듯 산을 오르던지 아니면 잠복취재를 한다던지 이런 건 몸만 힘들면 되잖아요. 그런 건 아직 젊기 때문에 자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뭔가 확실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아직은 ‘이건 내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취재를 잘 할 수 있어!’라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못 줄 것 같아요.

절반 이상 못하는데 아직 모자라죠. 진짜 우리 일이 어려운 게 ‘안되면 말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불가능이 없다는 것. 그게 제일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긴 해요.

 

Q. ‘기자’ 정새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제가 볼 때 기자가 되어서 이름을 떨쳐봐야지. 출세해야지. 하는 사람들은 기자 중에 단언컨대 진짜 없을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입사 전에 스터디 할 때나 처음 입사했을 때는 다들 포부가 엄청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퇴색이 되죠. 제가 지금 28살, 만으로 27년 살았으니까 앞으로 30년도 더 넘게 회사를 다녀야해요.

그러다 보면 초심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사회에 플러스는 못해도 최소한 마이너스는 안 될테니까. 마이너스가 되지말자. 초심만 잃지 않으면 그렇진 않을 수 있다. 매일 특종을 하는 사람이 될순 없어도 최소한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을 하죠.

 

Q. ‘1박2일’ 출연 당시 기자에 끌리셨다고 하셨잖아요. 왜 하필 기자에 끌렸을까요?

A. 자기가 이제 나중에 취업을 하게 될 때 고민을 하잖아요. 취업을 안 하더라도 어쨌든 사람은 소득활동을 해야하니까 어떤 일을 할까 고민을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은 주어진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거잖아요. 돈을 벌면서 사회에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다른 일들은 제가 잘 할 자신이 없었는데 이 일은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재밌잖아요. 사무실에서 쭉 앉아서 서류 정리만 하는게 아니라 돌아다니잖아요. 오늘은 이 현장에 가고 내일은 저 현장에 가고. 새롭고 질리지 않는다는게 좋은 것 같아요.

 

Q. 리포팅을 할 때 보면 단호하고 이성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인가요?

A. 아니요.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정 반대죠. 사실 리포팅 목소리도 저는 좀 만족을 못해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긴 한데 저는 좀 더 고쳤으면 싶겠다 하거든요. 저는 오히려 되게 감성적이고 충동적이고 아직은… 뭐랄까. 조금 덜 성숙했다고 해야 하나? 저 스스로 아직 어린 것 같아서 단호하거나 이성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Q.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A. 사실 제가 공부를 많이 열심히 한건 아니라서. 근데 그런 건 있죠. 적게 뽑으니까 ‘이번에 안되면 1년 더 하면 되겠지’랄까? 그런 보장이 없다는 게 힘들긴 했어요. 그러다가 만약에 너무 나이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과감히 일찍 포기하려 했어요. 할 때까지 해보고 정 안되면 안 할 생각도 있었는데 운 좋게 됐고. 막상 이렇게 되고나서 보니까 정말 계속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시는 분들 보면 나중엔 다 되더라구요.

 

Q. 다시 태어나도 기자의 길을 선택하실 건가요?

A. 다시 태어나봐야 알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면 환경이 다 다르잖아요. 어떤 환경에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데.(웃음) 다시 태어났는데 집에 돈이 한 천억이 있어요. 그러면 안할 것 같아요. 안할 것 같고. 근데 평범한 환경이나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렇지만 다시 태어나봐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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