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는 정부 스펙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한·일 정부의 12.28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10억엔의 자금 출연을 결정했다. 위안부 생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7일 수요집회에서 “위로금 형식으로 주는 돈을 받기로 합의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 넘긴 것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세계 최장기 수요집회를 이어가면서 요구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반인륜 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과였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위안부 합의가 이뤄질 당시에도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어떤 설명도 없었으며 협의 역시 없었다. 협상의 주체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가 목적이 아니라 ‘한·일 합의를 이끌어낸 정부’라는 치적 쌓기가 주된 목적이라는 생각을 가질만 하다.

특히 지난 25일 사실상 위안부 소녀상 이전에 합의하겠다는 입장의 브리핑을 진행한 것은 더욱 가관이다. 합의 직후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을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한 것을 바로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위안부 합의 발표 직후 일본 기시다 외상은 “배상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일본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소리다. 10억엔의 출연금도 ‘국제기관 등 거출금’ 명목이라는 것 역시 배상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뒷받침한다.

또한 한국 정부의 주도로 ‘화해·치유 재단’이 운영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비인륜적 행위에 대한 배상과 책임이 일본에 있는대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가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일본의 책임 인정 회피를 돕는 것과 다름없다.

합의문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부분에 애매한 표현을 넣어 필요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명확한 표현으로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 있는 명분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12·28합의를 외교적·역사적으로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하며 재협상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상처와 명예 회복을 막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실패한 외교의 전형적 모습이다. 더이상 정부의 치적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 돼야 한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