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권 매매 적발. 어떻게 하나? ,넌 너대로 난 나대로

 

2학기 수강신청날 아침. 졸업을 앞둔 앗쭈군은 동네에서 컴퓨터가 가장 빠르기로 소문난 PC방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다. 9시 30분. 드디어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고 재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수강신청 버튼을 눌렀지만 ‘정원 초과’가 눈 앞에 나타났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좌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졸업 전 마지막 전공필수 과목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앗쭈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ㅇㅇ과목 급하게 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수강신청을 실패한 앗쭈군의 이야기는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공감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새학기 시작 전 대학교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아주대학교 수강신청’ 같은 검색어들이 오르내리고 학우들은 콘서트 티켓팅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더 빠른 컴퓨터를 찾아 헤매느라 정신이 없다. ‘수강신청 전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만큼 요즘 대학생들에게 있어 수강신청은 가장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우들은 보통 다음 학기 수강신청이나 개강 후의 수강정정 기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앗쭈군과 같이 졸업을 코 앞에 둔 학우들이나 이번 학기에 꼭 그 과목을 들어야하는 일부 학우들 사이에서는 강의를 사고파는 수강권 매매와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수강권 매매 적발. 어떻게 하나?
우리 학교는 지난 2014년 2학기 수강신청 및 정정기간 중 사이버 강의를 사고 판 학우 10명을 적발했다. 오랜 시간의 전산상의 조사 및 검토와 학우들과의 면담을 통해 전국 최초로 총 8명의 해당 학우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교무처는 수강권 과목 매매 적발 사례가 처음이었기고 정상참작 등을 감안해 7명에게는 사회봉사 2주 와 1명에게 경고 조치의 경징계성 처분을 내렸다. 수강권을 판매한 학우들은 평소 인기가 높은 사이버 강의를 신청한 뒤 해당 수업을 신청하지 못한 학우들을 대상으로 과목당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을 받고 수강권을 팔아넘겼다. 이들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우들이 학교 커뮤니티를 수시로 확인한 끝에 수강권 매매를 적발해 학교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시 총학생회장이었던 이홍평 전 총학생회장은 2014-2학기 수강권매매 사건 이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이나 취업을 위해 들어야하는 번번히 마감됐고 불법거래 수강권 거래가 학교마다 기승을 부린다”며 “불법 수강권 매매로 학우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수강권 매매 행위는 많은 대학교에서 수강신청에 실패한 일부 학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강의를 매매하는 학우들은 학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야심한 새벽대에 학교 익명게시판을 통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래 현장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교무처 박민경 담당자는 “2014년 수강권 매매 사례도 총학생회와 일반 학우들의 제보가 있었기에 적발이 가능했던 것이다”며 현재 수강권을 사고 판 학우들을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은 학우들의 제보 이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수강권 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어 학우들의 계도차원에서 매학기 수강신청 및 수강정정 기간에 사이버 과목 매매 징계사례에 대한 공지문을 게시하고 있다. 타학교 역시 수강권 매매 학우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며 적발된 학우들의 수강신청을 전면 취소하거나 징계처분을 내리고 있다.
 
 
 넌 너대로 난 나대로
 
다른 학교에서의 수강권 매매의 실태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사고파는 수강권 매매는 결코 우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유명 사립대학교인 A대학에서는 일부의 학우들이 이미 휴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용돈벌이를 위한 목적으로 인기과목들을 수강신청하고 이를 다른 학우들에게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또한 지난 2일에 고양시에 위치한 B대학의 커뮤니티에서는 휴학할 목적인데 수강 신청한 강의 2개를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경희대 학우 커뮤니티 ‘쿠플라자’는 2009년부터 학교에서 수강권 매매를 금지하고 그와 관련된 게시물자체도 금지하고 있지만 대학교 시간표 사이트 ‘에브리타임’ 등을 통해 수강권 매매가 계속해서 암암리에 이루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학교 관계자들이 밝힌 수강권 매매의 수법의 예를 들자면 M학생이 수강권 매매에 대한 내용을 게시판에 올리면 W학생이 그것을 보고 거래를 하고나서 둘이 PC방에서 만나서 M학생이 강의를 취소하자마자 W학생이 바로 그 강의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개강을 한 뒤 3주일까지 휴학을 신청하면 전액 환불을 해주거나 다음 학기 복학으로 이월을 해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어 수강권 매매가 더 성행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강권 매매에 대한 예방책
이러한 수강권 매매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국의 여러 대학교들은 그것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양대와 중앙대는 수강권 매매와 관련된 게시물 일체를 금지하고 이를 삭제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한대신문에 따르면 한양대는 교무처에서 수강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수강신청변경금지와 대기자 작성 명단 등의 여러 가지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동국대 서울캠퍼스는 미리 대학 내의 강의 선호도를 조사한 후 ▲고학년 ▲성적우수자 ▲전공자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방식인 ‘선수강신청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영남대는 강좌의 여석이 0이 된 순간부터 수강 취소자가 생기면 3-5분 정도 무작위로 시간이 지난 후 수강신청이 다시 진행되는 수강권 매매 방지시스템을 이번 2학기부터 도입한다.
 
수강권 매매에 대한 우리 학교 대응
타 대학교들은 수강권 매매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방책을 내고 있지만 우리학교에서는 아직은 제도적으로 구체적인 예방책이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그나마 시행하고 있는 수강권 매매 방지 대책인 수강권 매매에 대한 처벌을 교칙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공지사항을 통해 학우들에게 알리는 방안은 사후해결책이므로 직접적으로 수강권 매매를 예방하는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교무처에서는 수강권 매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시스템적 개선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우들의 도덕성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수강권 매매 적발 학생들을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개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수강신청 및 정정기간에 공지를 통해 수강권 매매의 사례를 알려 수강권 매매의 불참을 독려하고 있다. 교무처 박민경 담당자는 “학교에서는 수강권 매매의 예방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다”며 “전체적인 수강신청의 효율성에 초점을 취해야하고 그것을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강신청,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수강신청은 대학교 한 학기 생활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 중요하다. 그런 공감대가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얻지 못했을 때 안타까움을 갖는 학우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강권 매매를 통해 강의를 얻는 행위는 엄연히 학교에서 정한 규칙을 무시한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수강신청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우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우들의 수강권리를 박탈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며 학교에 정한 규칙을 무시하므로 도덕성·윤리성에 어긋난다.
수강권 매매를 하는 당사자들은 학우들이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지속돼고 있는 수강권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우들의 윤리적인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우들의 윤리적인 개선과 노력에만 의존한다면 수강권 매매는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학우들이 원하는 수강인원이 한정돼있어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학우는 생기기 마련이고 모든 인간이 도덕·윤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우들의 노력만큼이나 학교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수강권 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의 부족한 재정적인 현실에 부딪혀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학교차원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학우들의 학습권리를 지켜야하는 것이 학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타 대학들은 재정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제도적인 장치들을 개선하여 이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학교는 해결책을 학우들의 양심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강권 매매 적발조차도 학우들의 제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수강권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도 사후적 해결책이므로 수강권 매매를 미리 방지할 수 없다. 우리 학교가 수강권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도적 차원에서 수강권 매매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한다.
결과적으로 학교와 학우의 각각의 노력만으로는 수강권 매매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학우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강을 얻고자하는 욕망보다는 교칙을 생각하는 윤리성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고 학교는 수강권 매매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순망치한’이라는 말처럼 이 두 가지의 노력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