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경(산공·4) ▲유승희(산공·4) ▲정지원(산공·3) 학우와 함께 대천행 오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셋은 나이도, 학번도 다르다. 수업도 겹쳐지는게 없어 3년 가량의 시간동안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 누군가에겐 우습게 들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이들은 각자 드론이나 헬기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학과 UAV(무인비행기) 연구실에서 만났다. 아직 꿈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그녀들이지만 비행에 대해선 사뭇 진지하다. 아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지한 것일까.

 

 
 

Q 아직 친해지는 단계라고 알고 있다. 같이 여행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세경 : 사실대로 말하자면 연구실에서 만나면서부터 친해졌다. 한 연구실 안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특히나 승희가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곧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시작하기 때문에 팀워크를 기르기 위함도 있다.

 

승희 : 세경언니가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친해지고 나서 굉장히 잘 챙겨주는 성격이다. 학교 수업이나 취업, 진로들과 관련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많이 의지가 된다. 우리 셋이 관심사도 비슷하고 드론도 같이 날려보고 하면서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그게 여행을 결심한 계기가 아닐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지원 : 같은 전공인 만큼 유사한 경험들을 공유했기 때문에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자들이 많은 공대 특성상 군대같이 딱딱한 분위기의 연구실도 있는데 우리 연구실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언니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었다.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언니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여행사업이 있길래 바로 지원하게 됐다.

 

 
 

우리가 여행을 떠난 날은 공교롭게도 8월 중 가장 더운날이었다. 한낮 온도가 37℃에 이르고 야외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문자가 휴대폰으로 도착했다. 바다로 떠나기 때문인가. 크게 개의치 않은채 아침 끼니를 간단히 때웠다. 비록 입석 열차표였고 목적지까지 2시간 가량이 소요됐지만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치는 않았다. 여행은 집을 나선 순간부터 시작됐고 열차에 올라서기 전부터 들뜨기 시작했으며 열차 내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창 밖을 내다볼 때는 뭔가 시원한 해방감 마저 들었다.

이번 여행은 비행으로 시작해 비행으로 끝난다. 무인비행기 연구실에서 만난 세 여성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찌보면 로맨틱한듯 하기도 하다. 공대녀들만의 분위기랄까.

 

 
 

Q 비행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들었는데.

 

승희 : 딱히 그런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교수님들과 여러 기업들을 방문하고 회의를 하면서 관련 분야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점차 생겨가고 있는 것 같다. 복잡한 항공 구성과 부품, 시스템들을 실제로 확인하고나면 관련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

 

지원 : 꽤나 단순한 동기였다. 학교에서 드론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우리 학과에서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마 그때부터 였던것 같다.

 

세경 : 나같은 경우 졸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관심이 생겼다. 동경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드론이나 GCS(지상조종시스템) 등을 직접 겪어보다보니 내가 직접 공중에 있는 느낌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특히나 대천은 바다도 있고, 산도 있으니 풍경이 굉장할 것 같았다.

 

기차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대천역에 도착했다. 역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10분가량 이동하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수욕장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허기를 채우는 일이었다. 바다에서 놀기 위해서 배를 채우는 것은 그녀들에게 후회없이 놀기위한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대천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흔히들 대천해수욕장을 표현할 때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젊음과 낭만, 안락함과 자연미가 함께 어우러진 곳’ 3.5km에 이르는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따라 쭉 형성돼 있는 상가들과 많은 조형물들은 대천이 왜 젊음의 메카로 불리는지를 말해주는듯 했다.

모래사장 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놀고 있고, 모래와 바다가 맞닿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바나나보트나 그 위에서 소리지르는 젊은 사람들은 왜 여름에 바다를 찾게 만드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물놀이에 가장 열의를 가진 사람은 승희였다. 집에서부터 직접 비치볼을 가져오는 정성을 보여줬고 해수욕장에 있는 튜브대여나 수상레져 등 모든것에 관심을 가졌다. 곧 우리도 함께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시작했다. 대천까지 오는 길엔 아직 어색한 사이였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시간만큼은 어색함을 잊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얼마 놀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방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덮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옷을 갈아입고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침과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것과 달리 저녁은 그녀들의 여행일정에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던 것처럼 조개구이 맛집을 찾았다.

 

 
 

Q 패러글라이딩을 하는게 무섭지는 않았는지.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지원 :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결심했을 때는 그저 설레고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타려고 하니까 떨리기 시작하더라. 하지만 절벽을 뛰어내린 후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도전들도 이런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하지만 막상 시작한 후로는 두렵다. 그래도 결국 극복하고나면 별 것 아니였다는 것.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것이 닮은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은 내 삶에서 하나의 도전과 같았다.

 

세경 : 원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예전에는 스카이다이빙도 한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직전에는 떨리기도 하더라. 벼랑 끝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하늘에 있을 때는 오히려 편안했다. 바람이 피부로 느껴지는데도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공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원함과 상쾌함은 햇빛만 쨍쨍하고 바람한점 없던 땅에서 느끼던 답답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학보사 여행을 통해서 ‘한번만’ 경험해보는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동호회라도 가입을 해야겠다.

 

승희 : 죽기전에 이런 걸 언제 구경해 보겠나. 겁이 많이 났었는데 그것과 정 반대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왜 다들 그렇게 도전을 해보라고 하는지 알겠다. 이런 경험은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만큼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비행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

 

이튿날 아침.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성주산을 찾았다. 원래 10시로 예약이 잡혀있었지만 오전에 산 정상에서 강풍이 불면서 오후 3시로 변경됐다. 잘못하면 이번 여행이 팥 없는 찐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산 정상의 기후와 상관없이 아래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바람한점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오에 전화 한통을 받을 수 있었다. 기상 상황이 좋아져 패러글라이딩이 가능하다는 것. 기쁜 마음으로 산 정상으로 올랐다. 차를 타고 10여분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했다.

필요한 장비들을 몸에 챙기자 강사가 대뜸 “벼랑을 향해 계속해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섭다고 멈춰서면 더 위험하니까 끝까지 뛰어야 한다” 표정이 굳은 것도 잠시, 금세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농담을 건낼 정도로 그녀들은 강인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이것을 인생의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뛰어!” 강사의 말이 떨이지기 무섭게 그녀들은 벼랑을 향해 달렸다. 멈추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곧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세상을 향해 당차게 나가는 모습같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은 내 삶에서 하나의 도전과 같았다”

16년 8월 그녀들의 인생의 또 하나의 도전은 당차게 성공했다. 앞으로도 그 모습이 계속될 수 있길 고대한다.

 

Q 하늘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뭔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지.

 

공대녀 : 글쎄, 그냥 재밌었다. 끝나가는게 보일 때 아쉬울 뿐이었다. 높은 곳은 시원했고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여유가 있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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