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대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수원의 야경이다
서장대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수원의 야경이다

 

한반도를 찜통으로 만들었던 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간 여름이다. 에어컨이 없다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르는 날씨가 이어졌다. 날이 더워 여름휴가의 낭만을 즐기기 못한 이들, 이미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말에 돈이 없어서 휴가를 떠나지 못하거나 열대야에 지켜서 밤잠을 아직도 설치고 있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곳. 바로 수원 화성행궁이다.
이곳은 우리 학교 학우라면 많이 익숙할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수원에서 화성이라는 이름은 자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경 속 수원 화성행궁은 익숙하지 않고 상상하기에도 어렵다 바쁜 도심 속에서 한가롭게 다니며 바람을 쐴 수 있는 화성행궁의 야간개장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이 코스는 우리 학교에서 시작된다. 우리 학교에서 20번 버스를 타고 팔달문에서 내린다. 팔달문 뒤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화성행궁 광장이 눈에 보인다. 확 트여있는 이곳에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장을 지나 화성행궁으로 입장하면 화성행궁 야간개장이 시작된다.
 

행궁에 빠지다.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다. 8시 20분까지만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늦으면 발걸음을 그대로 돌려야 한다. 또한 카카오톡에서 ‘수원시’와 플러스친구를 맺는다면 수원 화성행궁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어둠이 내려앉은 행궁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기엔 6시는 이르기 때문에 오후 7시쯤 입장하는 걸 추천한다. 행궁을 자세히 둘러보는 데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관람해도 된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를 지나 화성행궁을 들어가게 되면 저녁 빛이 비춰진 담백한 화성행궁이 펼쳐진다. 사람들에게 유명한 경복궁·창덕궁 야간개장보다는 화려함이 떨어질 수는 있겠으나 조선의 담백한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차고 넘친다. 정조가 화성행궁에 와서 머물렀던 봉수당에는 과거 정조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듯하며 활을 쏘기 위해 만든 득중정에는 정조와 신하들이 당겼던 활 시위의 팽팽함이 느껴진다. 행궁의 마지막은 후원에 만든 정자 미로한정이다. 미로한정은 화성행궁의 야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꼭 올라가서 봐야한다.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화성행궁 속에서도 현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나는 꿈나무 동화마당’은 수원문화재단이 기획한 이 행사로 아이들이 고궁에서 문화예술과의 만남을 즐기도록 만든 행사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고궁에서 겨울왕국과 라이온 킹의 OST를 듣는 느낌을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 이후 라이트드로잉부터 시작해서 팝페라 공연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친구랑 와도 좋고 연인과의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며 가족끼리 바람을 쐬러 나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고궁의 담백함을 느끼다.

 

화성행궁의 야간개장을 하고 난 뒤 주차장 뒤편으로 가면 끝없는 계단이 펼쳐진다. 올라가기에 막막할지도 모르겠지만 장담할 수 있다. 올라가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숨이 벅차오르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릴 때쯤 수원화성의 제일 높은 곳 장수가 화성을 지휘하던 서장대에 다가선다. 수원 화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수원의 야경은 서장대를 오르면서 느낀 가쁜 숨과 땀을 잊게 한다. KBS 인기 예능‘1박 2일’에서도 출연진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던 표정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화성 시내의 환상적인 야경을 등지고 서장대의 왼쪽 뒤편으로 가면 성벽을 따라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화성의 모든 성벽에도 불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화성행궁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성벽을 따라가 보면 서장대에 오르면서 흘렸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불어온다. 귀에 속삭이듯 한 바람은 화성성벽을 돌아다닐 때 좋은 동반자가 된다.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을 지나면 이 코스의 마지막인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뜻의 방화수류(訪花隨柳)정을 마주할 수 있다. 방화수류정의 야경은 화성 전체에서도 꼽힐 만큼 예쁘다. 방화수류정은 건축적으론 부조화로 유명하지만 연못에 떠다니는 달과 동북각루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방화수류정을 마지막으로 이 야행은 끝이 난다.

 

다같이 떠나는 달빛 동행

화성과 행궁을 더 자세히 알아가는 야행을 하고 싶다면 ‘수원화성 달빛 동행’을 신청해야 한다. 이 행사는 5-10월 음력 전후로 진행하고 7시 50분부터 10시 10분까지 가이드와 함께 화성행궁에서 출발해 화성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2만원으로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예약은 서둘러야 한다. 화성행궁 관람부터 시작해 화성열차를 타기도 하며 성벽에 올라서 수원화성 전부를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행궁 내 유여택에서 전통공연인 ‘달빛 향연’을 진행하면서 마무리 된다.
 
2016년은 수원 화성 방문의 해다. 눈과 귀로 경험하지 않는 이상 화성과 행궁의 아름다움은 글로써 모두 전달할 수 없고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개강이라는 이름이 두렵지만 아직 중간고사의 압박감에서 여유로운 지금. 오는 9월을 마지막으로 이번 해 야간개장은 막을 내리기 때문에 화성행궁을 야행하기엔 지금이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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