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단칸방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번개탄을 핀 후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모녀는 차가운 방바닥에 ‘죄송합니다’라고 쓰여진 종이와 밀린 월세 70만원을 남겼다. 당시 세 모녀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어머니가 했던 노동의 기록과 두딸과 어머니가 짊어진 부양의무제 탓에 그들은 기초수급비조차 받을 수 없었다. 현재 세 모녀와 같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금액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빈곤층은 410만명이고 이 중 275만명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는 생활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한 보장 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한 기초보장제도로 현재 부양의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시행하는 모습이 소의 뿔을 자르려다 소를 죽이는 꼴과 비슷하다. 부양의무제는 수급신청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일정 수준의 재산과 일할 능력이 있으면 수급대상자에서 이들을 탈락시키는 제도인데, 실질적으로 부양능력이 없더라도 이들은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수급대상이 아닌데 수급을 받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부정수급자를 줄이기 위해 부양의무제는 실시됐지만 역효과가 발생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의 수급까지 막고 있다. 즉, 작은 것을 거르려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한 관련 제도들은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자활을 돕고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위해 국가는 많은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도록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한다. 하지만 수급자 선정방식인 부양의무제부터 충족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본래 법령의 취지를 만족하지 못하게 돼버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태이다.
우선 정부는 위기에 맞닥뜨려 생계 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의 정확한 수부터 파악하는 기초작업을 벌인 후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복지제도의 근간을 확실히 만들어야한다. 부양의무제로 발목이 잡혀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복지시각지대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부양의무자의 노동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의무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들을 고안해야 다시는 사회의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수급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관이 힘써야 하며 국민이 다시 한 번 성원과 관심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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