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국내 대기업의 대다수는 ▲지연 ▲학연 ▲혈연에 근거해 기업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지극히 가족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낙수효과를 통한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서둘러 이 구조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빠른 경제성장에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IMF 위기를 기점으로 기업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부 지원을 받게 됐고 이 과정에서 ‘가족지배형’기업 구조는 더욱 강화됐다.

지난 해 ‘면벽근무 논란’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두산기업은 특히나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두산기업은 기업의 경영난의 책임을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이나 2~30대 젊은 사원들에게 떠넘기면서 많은 논란을 빚은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리해고를 당할 때 두산기업의 지주회사인 (주)두산의 지주들은 배당금 잔치를 열기도 했다.

건설에 주력하던 두산 기업의 특성상 불경기 채무가 상당히 누적돼 있다. 지난 해 3분기 기준 두산의 부채 총액은 8조 5천 6백 57억원으로 매년 부채 총액의 6% 이상을 내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빚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두산 오너일가의 (주)두산 지분은 총 44% 가량인데 많은 빚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2년 배당 성향은 78.2%, 13년 59.5%, 14년 126.6%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비정상적 배당행태를 보여왔다.

오너 일가의 경영실패로 다른 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들은 주주 배당금 잔치를 벌여왔으며 이후 경영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난 회장 역시 없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의 가격기능에 의해 경영자가 선발되고 감시되는 ‘시장지배형’ 소유·지배 구조이고 일본의 경우는 기업의 운영진이 ▲종업원 ▲주주 ▲채권자 ▲협력업체 등 기업 이해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선발 감시되는 ‘경영자지배형’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우 ‘가족지배형’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경영 실패로 두산의 재정 악화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해서 두산의 운영 방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진 ▲이사회 ▲주주간의 상호 견제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는 견제없이 기업 오너일가의 일방적 결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두산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행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더 이상 득보다 실이 더많은 이런 대기업 지배구조 형태를 ‘한국형 자본주의’ 명목으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형태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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