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최근 그 의미가 크게 확장되었지만 이 말은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심취한 사람을 뜻한다. 요즘 들어 자신이 오타쿠임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현상은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 대중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 사실 당신은 이미 애니메이션에 매료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빠짐없이 봤던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겨울왕국>, <주토피아> 와 같은 디즈니사의 최신 작품들의 흥행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배우진과 기술로 무장한 현대 영화들과 비교하면 애니메이션은 너무 고전적인 장르에 속한다. 그런데도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화영화로서의 개념은 1900년대 초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텔레비전의 보급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 <미키 마우스(1928)>가 인기를 끌자 이후 <백설공주(1937)>, <톰과 제리(1940)> 등의 작품들을 거치며 미국은 본격적인 영상매체의 시대를 맞게 된다. 이 중심에 있었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이다. 초기의 디즈니는 잘 알려진 신화, 전설, 민담을 차용해 <포카혼타스>, <뮬란>, <신데렐라>, <알라딘> 등의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을 유지하였다. 이는 검증된 스토리를 채택함으로서 인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과 저작권 문제가 없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스토리의 다양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점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 현재 디즈니를 애니메이션 업계 최강자로 만든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나라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양의 디즈니’를 목표로 시작되었다. 1960년대에 <우주소년 아톰> 등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고, 본격적인 TV 애니메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자 <마징가Z>, <캔디>, <미래소년 코난> 등 저연령층 중심의 작품들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70년대 후반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큰 전환점이 된다. 바로 <우주전함 야마토>와 <기동전사 건담> 등 20~30대 성인층을 공략한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오타쿠’ 문화가 파생되었고 이후 이들 마니아들의 적극적인 소비에 힘입어 <신세기 에반게리온>, <원령공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대별로 방영된 많은 작품들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은 ‘다다익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다양한 계층과 취향의 소비자를 공략한 다양한 작품 그리고 소비자들의 활발한 호응이  이른바 ‘재패니메이션’의 성공 요인인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출발점은  <풍운아 홍길동(1967)>이다. 그러나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70년대 후반 <로보트 태권V>가 흥행에 성공한 뒤에야 비로소 활기를 되찾았다. 80년대 말까지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TV 방영으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사실상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맞는다. 이후 정부의 지원과 전문 인력 육성이 시작되었고 잠시 동안의 공백기를 가진 뒤 2000년대 초 <하얀 마음 백구>와 <오세암>, 그리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  <뽀롱뽀롱 뽀로로>가 흥행에 성공하였다.  현재에는 좋은 성공 모델인 <뽀로로>와 같이 저연령층을 겨냥한 <로보카 폴리>, <라바> 등의 유아용 3D 작품들이 캐릭터 상품의 성공에 힘입어 내수 시장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고 있다. 극장판 <마당을 나온 암탉>이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국산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흥행의 역사는 미래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계의 지구촌화 추세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작품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서 미국과 일본에 뒤지지 않으려면 한국의 작품들은 디즈니와 같이 폭넓은 연령층과 다양한 지구촌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가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작품들을 꾸준히 제작하여 국산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창출하게 된다면 우리 한국 에니메이션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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