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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은 없다. 작은 배우만 있을 뿐이다’배우 김진만을 만나다
  • 신주연 기자
  • 승인 2014.03.1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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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SBS 무사 백동수
-영화 : 26년, 두 남자의 횟집, 천국으로 가는 길 외 다수 출연
-연극 : 프리즌, 오브라더스, 굿닥터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 중 하나의 직업을 통해 그 누구보다 다양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그건 바로 배우가 아닐까. 배우라는 직업은 의사, 시장, 박사, 괴짜, 조폭 등등의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연구하고 표현하며 무대에서만큼은 다채로운 삶을 살기 때문이다. 김진만씨는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극단에 입단해 배우라는 꿈을 위해 살아왔다. 젊은 시절 멋진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은 그는 어떠한 관객도 관심을 갖지 않는 그림자 역할을 맡아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감을 갖고 연기에 임해왔다.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온 배우 김진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의 꿈을 언제부터 갖게 됐나
중·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 장기자랑도 많이 나가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좋아해 교내에서 유명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 무작정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을 치렀다. 불합격 통지를 받은 나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때부터 연기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연극영화과나 예체능과 관련된 과도 아닌 기계 공학과였지만 연기를 하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연기학원을 다녔다. 당시에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해 봤다. 나의 끼와 재능을 방출하고 싶은데 도저히 내 적성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단 초기 생활은 어땠나
입단 초기엔 정말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이지만 입단 당시 나는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했었다. 단순히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이 효율적으로 돌리면 우리 극단이 더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연극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한번은 공연을 하는데 관객이 엄마와 아들 두 명 뿐이었다. 원래는 극단 배우들보다 관객 수가 적으면 손해가 나서 공연을 하지 않는데 당시 단장님께서 저 두 명을 위해서라도 공연을 진행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공연을 진행해 마쳤다. 공연 종료 30분 후 조그만 꽃다발이 하나 도착했다. 바로 그 모자가 보낸 것이었는데 편지에 ‘제 아들과 저를 위해 공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니 공연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공연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감동을 느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연기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됐나
무대 위에 섰을 때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눈빛 하나하나가 느껴질 때,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때 무대에서 희열을 느낀다. 무대의 맛을 본 후부터 잊을 수 없었다.

-연기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내가 맡은 배역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 역할을 맡으면 그 사람의 말투와 손짓, 걸음걸이 하나하나 연구하고 분석해야한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실제 시장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때론 내가 정말 시장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한번은 극단에서 연극 ‘맥배드’를 했는데 맥배드의 상대역 맥다프를 연기 한 적이 있다. 맥다프는 여행을 갔다 온 사이에 자식과 부인이 죽는다. 그래서 그것을 표현해내려고 오열하는 연기를 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 내가 실제로 경험하지도 않은 일들이고 실제로 느껴본 감정도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었다.

-존경하는 배우나 롤모델이 있나
찰리 채플린을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왔다. 몸짓과 표정만으로 사회를 풍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또한 찰리 채플린의 어렸을 때 모습과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닮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찰리 채플린도 그렇고 어렸을 적부터 힘든 환경에서 살았는데 나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야돼나. 우리나라 배우 중에선 최민식 선배님을 존경한다. ‘연기하는 장소나 환경은 내가 설 곳이기 때문에 먼저 부딪혀 봐야하고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 그런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연기생활을 하면서 매번 느끼고 또 공감하고 있다. 최민식 선배는 촬영에 임할 때 매번 후배나 스테프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 최고 선배 자리에 있어도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한결같다.

그는 눈에 띌 정도로 잘생긴 꽃미남 배우도,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탑 배우도 아니다. 하지만 김진만 배우와 인터뷰하는 동안 그에게서 기초부터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또한 어떤 무대에 서든 무슨 역할을 맡든 그라면 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경험하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기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찰리 채플린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가장 인상깊은 배역은
‘무대 위에 작은 배역은 없다. 단지 작은 배우만 있다’라는 말이 있다. 무대에 올라 몇 마디만 하고 들어가는 배역이라도 작은 역이 아니라 자신이 최선을 다하면 큰 역이 될 수 있다. 무대에서 비중이 없다고 푸념하는 배우야 말로 작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작은 역은 없다. 내가 처음으로 맡은 역할은 아무 대사도 없이 배경과 같은 색인 검은 색 옷으로 나를 숨긴 채 공을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잠깐 옮기는 역할이었다. 내 역할은 관객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에 어떻게 하면 좀더 살이 보이지 않을까,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공을 옮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다. 나에게 있어 그 역할은 작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내 배역에 충실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는 언제였나
영화 ‘26년’에서 진구 형님과 호흡을 맞췄을 때가 처음 상업 영화에서 연기를 했던 시기인데 제작이나 시스템 스케일이 크다보니 정말 배우가 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작품이 광주민주화운동 내용을 배경으로 해 우리가 만든 영화로 젊은 층의 사람들이 시대적 배경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다.

-연극과 영화 연기를 하는데 있어 차이점이 있나
연극은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모든 걸 표현해 내야한다. 중간에 전기가 나가거나 화분을 실수로 깬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마쳐야 한다. 연극에서는 돌발 상황까지도 연기가 된다. 한 번은 연기자가 공연을 하다가 실수로 탁자를 발로 차 탁자 위 화분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능청스럽게 ‘화분이 왜 깨졌을까’ 하며 쓸었는데 이런 부분을 보고 관객들이 배꼽 잡으며 웃어 더욱 희화화된 부분이 있었다. 연극에서는 모든 것이 연출이 되는 반면 영화는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다 보니 부분적이다. 그동안 연극과 영화를 모두 몇 년간 경험해 보니 영화가 나에게 더 맞는다고 느껴졌다. 영화는 거의 상영된 후 스크린에 비춰지는 내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주대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의 직업이 배우고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보니 지금까지 이 목표를 향해 청춘을 바쁘게 보내왔다. 매번 어느 집단에 가든 매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부지런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 위치에 있어도 항상 극단의 사소한 일이나 행사도 참여를 한다. 젊었을 때부터 했던 행동들이 나이가 드니 몸에 배인 것 같다. 젊은 대학생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든 일을 대했으면 좋겠다.

배우 김진만과의 만남은 주말에 이뤄졌지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4월에 개봉할 연극 ‘대박포차’를 위해 연습실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일을 하러가는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듯한 소년의 행복한 표정이 느껴졌다.

신주연 기자  ssinjuu@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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