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아주대 삼거리의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을 수강생으로한 야학에서는 강학의 분필소리가 요란하다. 야학에서는 학생이나 선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모두가 수평한 관계에서 같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배움의 장터라는 의미로 가르치는 사람들은 ‘강학’ 그리고 배우는 사람들은 ‘학강’이라고 칭한다. ‘샘터 야학’의 강의실에서는 여느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배우고자하는 학강들과 강학들의 열의로 인해 강의실이 후끈 달아오른다. 해야만 하거나 할 수 밖에 없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학강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찼고 행복해보였다.

야학의 한자인 野(들 야)學(배울 학)로부터 알 수 있듯이 야학은 들판처럼 넓게 누구나 올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학생차원에서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끼자는 취지로 1987년에 설립된 이후 야학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학강들이 배출됐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학 교실의 불빛은 매일 저녁마다 반짝이는 별처럼 수많은 학강들의 마음에 꿈과 희망이 되고 있다.

학강과 강학 간의 관계는 단순히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아니다. 주말 그리고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서로 한번 씩 얼굴을 마주하며 안부를 물은 후에 수업을 진행한다. 시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님들이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음식을 나눠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것을 시작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야학에서는 매년 개교기념제를 실시한다. 학강과 전직 강학을 초청하여 현직 강학들의 공연과 함께 준비된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지금의 인연을 있게 한 야학의 개교를 축하한다. 20년 전 야학을 있게 한 선배들은 현직 강학들을 보면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강의실을 빌려가며 가르치던 20년 전의 야학은 현재 번듯한 건물이 있는 학교가 됐다. 그리고 31명의 강학이 6개의 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야학을 잘 이끌어가는 후배들을 보면 선배 강학들은 뿌듯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이들은 소소한 대화와 덕담을 나누며 후배 강학들에게 야학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강학은 여러 학강분들을 보며 보람을 느낌과 동시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가요무대에 사연을 보내기로 한 성인 한글반 학강들은 야학이 없었으면 한글을 직접 써서 편지를 사연에 내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강학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지 못하고 할 엄두조차 못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학들은 힘들 때 마다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학강들을 바라보며 다음은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면 좀 더 이해가 잘될까 혹은 어떤 내용이 학강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책임감과 보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모두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즐겁고 열정있는 수업을 함께 하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성가시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곳 혹은 자신이 베푼 만큼을 받아 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샘터 야학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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