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정규 앨범의 무료 공개로 많은 관심을 한번에 받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 [EAT]. 해양 다큐멘터리 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 이름을 딴 정규 앨범 2집 [ZISSOU]를 들고 온 화지를 만났다. 인터뷰 도중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돌아오는 대답에는 거침없는 그의 생각이 잔뜩 묻어있었다. 21세기 한량과 히피를 자처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화지'의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는 '화지'의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는 '송석하'의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는 '송석하'의 모습

 

 

 

 

 

 

 

 

 

 

 

 

Q. 첫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분이 어떤가?
A
. 와줘서 고마웠고 정말로 재미있었다. 공연 때도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Q.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자신과 그냥 화지라는 사람 사이에는 어느정도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로서의 화지와 인간 송석하에 대해서 짧은 소개 부탁한다.
A
. 나는 그냥 음악을 좋아해서 랩을 하는 사람이다. 화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캐릭터 자체가 내 이상향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로서의 화지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내 집결체이고 그에 비하자면 인간 송석하는 남들과 다를 바 없거나 혹은 더 게으른 그런 존재다. 화지 자체가 목표라서 내 스스로 항상 화지가 되기 위해 채찍질을 한다. 아직 그게 완성이 됐다고는 100프로 말은 못하겠다. 지금은 정규 2집 [ZISSOU]를 내고 지금까지 작업하느라 하지 못했던 모든 일들을 하고 있다.

Q. 앨범을 낼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가?
A.
그때 당시 가장 느끼고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걸 적었다. 1, 2집 작업하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 했던 질문이 이런 거였다. ‘아 사는게 이게 다가 아니고 분명 이보다 더 좋은 삶이 있다’ 태어나서 남들이 하듯이 착실히 살다가 죽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우리에게 약속돼 있을 것이라고. 자본주의에서 종이 몇 장 더 가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목표처럼 자칫 잘못하면 되게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는 그런 사상들 말고 인간 본연이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그런 목표가 있을 것이다. 우린 모두 ‘응애’하고 시작해서 관 속에 묻힐 때까지의 세상을 볼 수 있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은 모두 누리고 놀 수 있는 만큼 놀고 죽자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우린 우주의 작은 점 속의 작은 점’이므로 조금씩 더 크게 생각해보면 세상 별거 아니고 다시 돌아와보면 나는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 팝콘을 먹으며 낄낄대며 죽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난 그렇게 못한다. 난 예수 부처도 아니고 당장 인간이라 완벽히 될 리가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채찍질을 할 뿐.


Q. 아티스트로서 추구해야할 가치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Be you.” 너 스스로가 아니면 바로 망한다. 머리 굴려서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무언가를 해야해’라고 코스프레 하는 순간 바로 망한다.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너 해라 너. 개인이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니 그렇게 하면 정말 창의적인 사람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고 그 날을 바라며 놀고 있다. 하나 더. 아티스트가 사랑으로 앨범을 만들었구나 라는 것을 대중들이 느끼게 해야한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그만큼의 가치를 사고, 유형의 것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일 지라도 정성은 변하지 않는다. ‘에이 이걸 어떻게 알아’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사람들이 자기 업인 것을 사랑으로써 만들었구나라고 생각 하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그걸 위해 노력하는 것?
 

Q. 한국의 힙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람들이 힙합이 반항적이라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는데 힙합은 사회 반항적인 음악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에 순응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래서 위험한 나라다. 이런 말도 위험한 발언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힙합은 사회에 대한 반항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고통속에서도 항상 축제처럼 즐기다 가자는 음악이다. 매일 축제처럼 놀고 즐기는 것은 이 세상 사람들이 속으로는 모두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사회에서 튀어나오면 무슨 칼에 찔릴지 무서워서 몸을 사리는 것이다. 다들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이런 문화이고 이런 음악인 힙합을 싫어하면 단순히 배 아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들은 그렇게 살다 갈 용기가 없거든. 이대로 다 써도 된다. 난 욕먹어도 괜찮다.

Q. 이번 첫 단독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 ‘한량들끼리 재밌게 놀아보자’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21세기의 한량과 히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 비싸진 것 같다. 히피는 기본적으로 쫓아도 허무하지 않은 즐거운 삶을 산다. 온 우주에 내 자리와 위치가 어딘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다 가야하는지 알고 있는 사상이다. 문제는 21세기에 와서 이게 비싼 취미가 된 것 같다. 히피처럼 살기 위해서는 나가서 싸우고 쟁취해야 한다. 한량 같은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고 한량처럼 타고났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사회의 일반적인 루트를 따라가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것 역시 내 선택의 방식은 아니었다.

Q. 그런 의미에서 앨범 명 [ZISSOU]의 의미는 무엇인가?
A.
다 보고 죽자. [ZISSOU]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이라는 영화의 감독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했다. 실제로 그렇게 산 삶의 모델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선례를 쫓는 것이고 그렇게 살다 가고 싶다. 다 보고. 일 하는 순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건 평생 다 놀다 가는 것이다. 1초라도 놀지 않는 순간이 없길 바라며.

이번 화지의 2집 [ZISSOU]앨범 수록 아트
이번 화지의 2집 [ZISSOU]앨범 수록 아트

Q. 화지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미래의 안정된 행복을 위해 지금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A.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 나도 그렇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삶보다 더 먼 다음 단계를 추구하고 바라보고 있는지가 진짜 중요한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지금 보다 더 재미있는 삶일 것이고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행복을 정확하게 알고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것과 ‘대충 이렇게 돈을 모으다 보면 나중엔 행복하겠지’라는 생각은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그것이 진짜 행복할 것 같고 아이가 너무 가지고 싶고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살아서 돈도 잘 벌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데 누가 욕할 수 있는가? 자신이 바라는 행복의 방향이 있다면 그것이 맞는 것이다.

Q.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고민 속에서 치여 살고 있다. 화지의 쾌락주의 논리 속에서는 그러한 고민을 어떻게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A.
그런 생각을 [EAT]앨범에 수록된 ‘한 그루만 태울게’ 라는 음악에 담았다. 그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이 있다. 나는 원래 고민이 되게 많은 사람이다. 고민은 나무 같아서 뿌리뽑지 않으면 가지가 계속 자라간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듯 고민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 고민은 하면 할 수록 끝도 없이 커지고 소모적이며 말도 되지 않는다. 이건 장애다. 많은 도시인들이 겪는 공황장애. 난 이렇게 생각한다. “걱정을 해서 해결될 일이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걱정을 해서 해결이 안될 일이면 그것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니 애초에 걱정의 나무가 자랄 때 나무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러 버리자. 걱정을 망각하고 대충 살자는 말이 아니다. 걱정으로부터 나 자신을 최대한 자유롭게 만드는 것.


Q. 본인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을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방법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할까?
A.
뭐 하나 좋아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미치면 된다. 난 평생 한번도 일을 해보지 않았다. 일이라도 재미있게 했으면 그건 일이 아니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면 그대로 살면 되는데 그게 아니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냥 재밌게 살면 된다. 돈을 써야 재밌는 일이라도 어떻게든 돈으로 만들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Q. 불안한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나도 불안한데? 지금은 불안한 때라고 생각하고 우리에게는 약속된 것이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 세대의 사람들은 그냥 수그리고 일 하면 됐던 시기였지만 지금의 모든 직업들은 누군가가 다 가지고 있다. 남는 직업들을 가지고 밥그릇 싸움을 하든지 아니면 진짜 신성이 되든지. 나도 아직 그것을 못하고 있고 그래서 불안한 때를 보내고 있다. ‘반짝하거나 자살하거나’ 라는 말이 극단적일 수는 있지만 그게 요즘 모토이다 보니 어느때보다도 나처럼 한량의 삶을 살거나 즐기려면 쟁취하고 또 쟁취해야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존을 하더라도 즐거운 방식으로 하고 싶은 것이 내 고집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다 잘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한 그리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쫓다보면 나중에 죽을 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 보면 내겐 동기이고 위안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파이팅. 다보고 죽자. 다 잘될 것이다.

‘서울을 떠야해’
2집 [ZISSOU]앨범에 포함된 몇 장의 앨범아트들은 줌 아웃 하듯 계속해서 멀리서 바라보게 되며 각각의 그림들은 서로 순환한다. ‘우린 우주의 작은 점 안의 또 무수히 작은 점’이기에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도 낄낄대며 팝콘을 먹을 수 있길 바라는 그. 힘든 시대 속에서 우리도 그를 따라 우리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서울을 떠나 행복의 방향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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