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바버라 애버크롬비. 박아람 옮김

출판사: 책읽는 수요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같은 책을 두 권 사지 않는다. 물론 예외가 있다. 첫째 아마존에서 외서 구입할 때 클릭 실수 등으로 같은 책이 두 권 배달되어 온 경우, 두 번째 서점에서 눈에 확 띤 책 구입한 후 충동적으로 밑줄 무진장 그어 놓았는데 나중에 책장 한 구석에서 같은 책을 발견했을 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책을 “의도적으로” 두 권 사지는 않는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그리고 많은 영미권 작가들이 “사랑하는 글쓰기 멘토”인 바버라 에버그롬비의 책『작가의 시작』(원제: A Year of Writing Dangerously)은 나의 그러한 성향을 바꾸어 놓은 상당히 예외적인 책이다. “작가들이 강력히 추천하는 작가를 위한 책”이라는 이 책의 광고 문구처럼 위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기반으로 글쓰기를 삶의 조건과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이 책은 작가 혹은 멋진 글쓰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때로는 영감을 때로는 위안을 주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저자는 살아 있다는 것 혹은 살아간다는 것이 글쓰기와 긴밀하게 연결된 공간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명 작가들(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부터 필립 로스, 폴 오스터, 스티븐 킹까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성찰을 적절하게 배치 및 인용하면서 글쓰기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간결한 필치와 경쾌한 유머로 풀어 나간다.

첫 문장을 쓰지 못해 좌절할 때, 마무리에서 길을 잃을 때,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떠오르는 데 문장이 그것을 담지 못할 때, 이런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라는 의심으로 기가 죽을 때, 글쓰기가 힘들 때 혹은 “멋진 글을 쓰기 위해서 읽기가 더 필요해”라며 책읽기로 은밀하게 도피할 때, 작가가 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좌절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든 시간이 너무 많든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을 때 이 책은 커다란 도움을 준다.

 

다음은 이 글을 읽는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구절 몇 개를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1. 더 나은 실패

명확하고 참신한 언어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은가? 거기에 이른 명확한 길, 매끈한 길은 없다. 내가 아는 작가 두 명은 책상 위해 더 나은 실패를 하라는 사뮈엘 베케트(“실패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의 글을 붙여 놓았다. 모든 실패한 초고를 최종 원고, 마침내 빛을 발하는 원고로 향해 가는 단계들로 생각해야 한다.

 

2. 압축된 시간의 마법

글 쓸 시간을 찾으려 하면 절대 찾지 못한다. 별도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간이 없든 혹은 너무 많든 글 쓸 시간을 정해라, 15분이든 한 시간이든, 오전 내내든 오후 3시 30분까지든, 일단 정하고 그것을 실천해라.

 

“이상적인 작업 환경을 기다리는 작가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 E.B 화이트

 

3. 엉덩이로 쓰는 글

“영감이란, 매일 일하는 것이다.” – 샤를 보들레르

 

4. 작가의 비결

작가가 되는 열쇠는 바로 역설이다, 자신이 글을 쓰는 것,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극히 중대하며 신성한 일이라고 믿어야 하는 동시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들 때에도 그리고 자신이 글쓰기에 크게 소질이 없다고 느낄 때에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결혼 생활이나 자녀 양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글쓰기가 막힐 때마다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 본다. 그럴 때 마다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책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 한 권 더 사서 연구실과 집에 놓고 읽고 있다. 하나 덧붙일 말은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라는 것이 소설가, 시인 혹은 에세이스트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술논문을 주로 쓰는 교수든 학교 과제 보고서나 에세이로 머리 싸매는 학생들(특히 지금 내 <영국소설과 영화>와 <해: 사유와 기호>를 수강하는 친구들)이든 글을 쓰고 싶거나 글을 많이 써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나처럼 두 권 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한 권은 사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글쓰기를 넘어 삶에 관한 심오한 통찰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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