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의 주제는 생명체와 생명현상에 관한 것이다. ‘생명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매우 간단하지만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이것은 ‘생명이 무엇이냐’는 철학적인 질문과 혼돈되기도 하겠지만 과학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 실제로 생명과학에서 생명(체)이 무엇이냐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대신 생명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들을 나열함으로써 생명체를 이해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인 생명현상은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생명활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해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고(항상성이라 한다) 이런 작용을 통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각 세포의 기능에 따른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분화라고 한다). 본인이 연구하는 골격근세포는 발생 과정에서 중배엽에서 유래하였고 우리 몸에서는 거의 유일한 다핵성 조직을 이룬다. 즉 대부분의 세포는 하나의 핵을 가지고 있지만 골격근세포는 분화 과정에서 자발적인 세포 융합을 통하여 여러 개의 핵을 가지고 있는 다핵의 근관조직을 이루어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근육을 형성하고 있다. 근육은 우리 몸의 운동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이것은 끊임없는 수축 이완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근육의 수축 작용에는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에너지인 ATP는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를 산화시킴으로써 합성되는데 이 과정은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많은 골격근육이 붉은색을 나타내는 이유는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미토콘드리아에서의 ATP 합성은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system)를 통한 산화적인산화반응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부산물인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이 생성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활성산소종은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유발하는데 이 스트레스는 근육세포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세포에서 노화와 암 유발 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세포들은 이렇게 생성되는 활성산소종에 의한 산화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한 항산화 효소 시스템과 항산화물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근육세포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전질환인 듀센 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은 디스트로핀(dystrophin)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기능과 디스트로핀의 결함에 의해 근육이 소실되어 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디스트로핀이 결핍되면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여 세포사멸이 훨씬 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반응은 세포내 신호전달기전(signal transduction)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ATP의 합성이 왕성한 근육세포에서의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신호전달기전의 연구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유전질환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보충하는 유전자치료(gene therapy)가 근본적인 치료방법인데 유전자치료는 아직까지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는 유전자 산물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병적 증상의 진행을 완화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본 연구실에서는 디스트로핀 또는 디스트로핀 결합 단백질들의 구체적인 작용을 연구하기 위하여 해당 유전자가 결핍된 세포주를 제작하여 근육세포에서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신호전달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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