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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상배(전자) 교수
  • 승인 2016.05.3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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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배(전자) 교수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그리고 정부와 관계기관의 부적절한 대응에 분노하면서 헬조선이란 듣기도 말하기도 싫은 단어가 우리 가까이로 다가왔다. 거기에 청년층의 취업난이 겹치면서, 그리고 삼포세대와 N포세대가 등장하면서 헬조선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그에 따른 불만과 자괴감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실 이러한 자기비하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아무에게도 위안거리가 되지는 못한다.

냉정히 살펴보면 헬조선이란 단어는 가당치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며 경제대국이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식민지를 벗어난 나라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다. 1970년대 말만 해도 기술개발은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러나 불과 40여년이 지난 지금 최첨단 제품들과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두가 우수한 인력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 수학, 과학, 정보 올림피아드는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고 15세 중학생들의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성적은 늘 최상위권이다. 2012년 평가결과를 보아도 65개 나라 가운데에서 수학과 언어는 5등 과학은 7등이었다. 대학교육도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그 한 예로 우리 전자공학과에서는 A0, B+ 수준의 학생들이 세계 100대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서는 A+ 성적을 받아온다. 이 우수한 사람들과 교육의 힘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그림자도 짙다. 우리 어린이들을 보면 부모에 떠밀려 공부란 것을 시작한다. 하고 싶지 않아도, 재미가 없어도 또는 가치를 못 느껴도 부모가 하라니까 한다. 학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학원을 전전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의 학교 행복도는 65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에서 꼴찌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바로 그 PISA 조사결과이다.

죽도록 공부하여 대학에 들어가도 편안하지는 않다. 학습량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취업 걱정과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OECD 국가 가운데에서 최고 수준이다. 일할 능력이 부족하여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부족해서 실업자가 된다. 이러니 삼포세대와 N포세대가 남의 일이 아니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격무에 시달리기에 여가를 즐기거나 자기개발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2011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OECD 34 나라 가운데에서 28 등이다. 국제성인역량조사 (PIAAC: Programme for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결과 또한 참담하다. OECD 24개국의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를 보면, 언어능력은 평균, 수리능력과 컴퓨터 활용 문제해결능력에서는 하위권을 맴돈다. 특이한 것은 16-24세의 성인에 국한하면 언어와 수리능력은 4 , 컴퓨터 활용 문제해결능력은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이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45세 정년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은 49.6%OECD 국가의 평균 12.6%보다 크게 높은 1등이다. 노년층의 빈부격차 비율도 명예스럽지 못한 1등이다. 거기에 사회안전망마저 취약하다. 이러니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두에게 헬조선이다.

잠시 알파고를 생각한다. 인간 최고수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도 알파고는 행복하지 않다. 아무리 바둑 실력이 뛰어나도 알파고는 바둑을 즐길 줄 모른다. 개발자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헬조선도 fast follower로서 생각 없이 빨리빨리 쫓아가기만 했던 과거의 유산인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우리나라로 발전시켜왔던 원동력이 바로 헬조선을 만든 셈이다.

그러니 이제는 달라지자.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생각하게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둑만 둘 줄 아는 알파고가 아닌 즐기고 행복해 할 줄 아는 알파고로.

김상배(전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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