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들어오는 불법 멕시코 이주자들을 막기 위해 커다란 장벽을 세우겠다”

농담으로 듣기에도 거북한 막말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며 자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4일 근거 없는 막말꾼이자 오만한 부자의 모습으로 비춰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일 필리핀의 과격 정치인이며 잠재적 독재자로 불린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으로의 당선이 확실시 됐다. 이런 식의 정치인들이 지지를 얻게 된 이유가 단지 막말과 다른 후보들과 비교되는 과격한 행동 때문일까하는 의문을 떨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가 되면서 국제·국내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성공의 길이라고 여겨진 세계화가 테러· 이민자 문제 등과 같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면서 진보와 보수 두 가지 질서로 양분돼 온 사회는 위 같은 상황에 색다른 답안을 제시한 정치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기성 정치체계에 환멸을 느낀 경제·사회적 약자의 경우 기존과 다른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동에 열광하며 그들의 자극적인 행동이나 말에 지지를 표한다. 이들에겐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런 정치인이 던지는 말 한마디에 있는 도덕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단순하고 거침없는 화법 그리고 능동적인 대화 전술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그들 자기 자신을 화제의 중심으로 이끈다. 기성 엘리트 정치인의 모습을 내려놓기를 자처한 채 문제에 대한 즉흥적인 대답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신선한 파격을 불러일으킨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문제의식에 동감하고 열광하며 그리고 행동한다. 위기의 시대에는 항상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인들의 경우 오히려 사회를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선례로 ▲나치즘 ▲파시즘 ▲군국주의 등 관련된 여러 예시가 있다. 앞서 제시된 예시를 통해 국민들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난 이후 정치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집단이 어떤 식의 통치를 했는지를 생각해봐야한다. 냉정한 판단이 선행되지 않은 지도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맹목적인 지지의 미래는 밝지 않다.

개인의 정치적 지지는 민주주의에서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권리 중의 하나이다. 단지 주위의 사람들이 열광해서 혹은 그들의 자극적인 말과 행동이 타정치인들과 차별성을 가진다고 느껴서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적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정치적 의제에 대해 명확히 직시하고 지도자들이 주장하는 공약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비판적인 안목을 키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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