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지난 25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체계 개선과 일방적인 인원 감축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섰다. 한 달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고 식비와 교통비 등 수당은 커녕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린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일한 만큼 급여와 대우받기를 바랄 뿐이다” 이들의 작은 소원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
 
 
 
 
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노동 유연화과정 아래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용역 업체에 소속돼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해왔다. 이들은 용역 노동임에도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무기계약 수준이며 이들의 고용은 물론 기본적인 노동권까지 제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OES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원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52만 2464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82.8%에 이르며 이들의 77.4%가 비정규직에 속한다. 이들의 연령층은 50~60대에 몰려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 평균 48.9시간을 일하면서 월 평균 72만 2천5백86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하자면 청소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 중 하나이지만 종사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저임금을 비롯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역시 다를 바 없다. 지난해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인하로 인한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운영비를 절감했다. 이로 인해 ▲서강대 ▲서울여대 ▲연세대 등의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지난해 홍익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휴게실은 건물 지하 구석에 위치해있으며 천장의 높이가 1.3m가 채 되지도 않아 허리를 펼 수 없는 곳이 많았다. 또한 휴게실 내 비치된 사물함과 냉장고 등은 학교에서 폐기하려던 것들을 주워다 쓴 경우도 있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청소 노동자들 곁에는 학우들이 있었다. 학우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싸웠다. 서강대 청소 노동자들은 2004년 노조 결성 후 학우들과 함께 처우개선을 위한 연대활동을 벌여왔다. 그 결과 현재 서강대에는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20여곳의 쾌적한 휴게실이 마련돼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청소 노동자 20명이 해고 위기에 처해있을 때도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많은 학우들이 그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더했고 청소 노동자들은 다시 자신의 일터로 돌아왔다.
 
현재 우리학교에도 약 70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혹시 이들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제대로 처우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우리는 우리학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2명을 찾아갔다.

·서관 앞에서 만난 미소천사
 
 
 
 
월요일 오전 6시. 학생들이 등교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학교 이곳저곳에는 이미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출근해 주말동안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70명 가까이 되는 (주)대신 소속의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 건물의 강의실부터 복도와 화장실 그리고 계단까지 학내 모든 곳을 청소한다.
 
우리가 서관에서 만난 A(65)씨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파란색 작업복에 기다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던 그는 벌써 5년째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외곽 청소 담당인 그는 동관과 서관 그리고 원천관까지 이르는 길을 청소한다. 보통 남자 청소 노동자들은 외곽청소 담당이고 여자 청소 노동자들은 실내청소 담당이다.
 
70명의 청소 노동자들 중 남자 청소 노동자들은 고작 열두명 남짓. 그마저도 쓰레기 운반을 담당하는 두명을 제외하고 나면 열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넓은 캠퍼스의 외곽을 나눠 청소해야한다. 그만큼 한사람이 맡은 구역 역시 매우 넓은 셈이다.
 
 
 
 
그가 바닥을 한번 쓸 때마다 수십개의 담배꽁초들이 딸려왔다. “이게 가장 큰 문제야. 잘못하면 화재나고...그래도 요새는 좀 줄어든거야. 가을에 낙엽 떨어지면 엄청 나” A씨는 하루 중 아침에 가장 쓰레기가 많으며 한번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데 2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쓰레기 좀 제대로 버려줬으면 좋겠어. 너무 심하잖아. 최소한의 노력들은 해야지. 청소하는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야. 학생들도 같이 협조해야 더 깨끗해질 수 있어”
 
“30년간 과일장사 했어. 단골도 꽤 많았지” 과일장사를 그만두고 청소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고. 그냥 이렇게 와서 하다보니 벌써 5년이 넘었네. 그래도 난 오래된 편이 아니야. 여기에 나보다 10년 넘게 일한 사람들 많아”
 
그는 밖에서는 청소 노동자일지 몰라도 가정에서만큼은 든든한 가장이고 자상한 남편이며 자랑스런 아버지였다. “딸은 결혼을 했는데 아들은 아직 못했어. 직업이 없어가지고 누구한테 소개시켜주지도 못해” 그의 소원 역시 가족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아들이 빨리 취직해서 장가나 갔으면 좋겠어. 호강 안 시켜줘도 되니까 그냥 빨리 장가가서 지 앞가림만 하면 돼”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는 것이 힘에 부칠만도 하지만 그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힘들지. 그래도 아침 공기도 좋고 몸도 건강해서 일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나이들어도 직업이 있다는거에 감사하게 생각하지”
 
그는 한달에 120만원을 받는다. 이는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인가족 월 최저생계비인 166만 8천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매년 임금 교섭을 해서 조금씩 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적어. 그래도 가장인데 적어도 먹고 살게끔은 만들어줘야되는데 120만원 갖고 어떻게 살아? 못 살아” 그는 임금 얘기에 연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는 비단 우리학교 청소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전국 160개 국공립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인 6,945원의 임금을 제대로 주는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비록 적은 임금에 고된 일이지만 아침에 학교에 나와 캠퍼스를 청소하는 일이 행복하다는 A씨는 오늘도 깨끗한 학교를 위해 빗자루를 들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성호관 1층 복도 끝 남자 미화 용원실에서 ‘부녀회장’을 만났다. 이곳에서 일한지 벌써 13년째인 그녀는 지난 4월 22일 노조원들의 투표로 신임 부녀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그녀는 주로 노조원들을 관리하고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하거나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사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녀회장은 여자 청소 노동자들을 ‘엄마’라고 부르며 우리에게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엄마들이 엄청 힘들지. 학교 칠판 중에 흑판이 많잖아. 그거 닦을 때 어깨가 엄청 아파. 엄마들이 이것 때문에 어깨 시술도 많이 받더라고. 또 분필가루를 털 때 먼지도 말도 못하지. 하루종일 빗자루질을 하다보니 허리랑 다리도 많이 아프고"칠판 청소를 할 때 나오는 분필가루 때문에 비염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이다. 대규모 강의실의 바닥을 쓸고 닦고 나면 더 넓은 복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가장 청소하기 힘든 곳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건물에서 가장 좁은 면적인 동시에 가장 더러운 공간이다.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물 좀 끝까지 내려줬으면 좋겠어. 제대로 안 내리면 변기가 막히니까... 그리고 물티슈 같이 녹지 않는 것들을 집어넣으면 정말 난감해“ 부녀회장은 학우들에게 제발 침이나 가래는 가려서 뱉고 변기 물을 끝까지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이들의 출근 시간은 7시이지만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하면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일부러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 6시 반부터 10시 반까지의 오전 청소가 끝나면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 뒤 미화반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 시간만큼은 다같이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힘든 일을 함께 나눈다. 그리고 다시 1시부터 4시까지 오후 청소를 한 뒤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녀는 부녀회장 자리에 앉기 전에는 성호관과 서관 담당이었다. 한 건물 당 보통 3~4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배치되는데 서너명이서 건물 전체를 청소하기엔 벅차보였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성호관은 청소하기에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예전 성호관은 진짜 이리저리 치일만큼 사람들이 많았어. 그때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들고 계단을 내려와야했기 때문에 엄마들이 힘들어했지. 그나마 리모델링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묻자 그녀는 학우들이 참 인사성이 밝다며 운을 뗐다. “내가 서관에 있었을 때 학생들이 인사성이 밝더라고. 진짜 착해. 엄마들이 무거운 짐 들고 계단을 올라 갈 때면 남학생들이 번쩍 들어주더라고”
 
학생들의 도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5년 전에 노조가 처음 생겼는데 학생들이 굉장히 애를 많이 썼어. 엄마들은 잘릴까봐 제대로 건의를 못했거든. 그런데 학생들이 나서서 도와주니 고마웠지”
 
부녀회장은 자신이 건강함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건강하니깐 모든게 감사하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잖아.” 부녀회장 역시 임금이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이 많을 때는 힘들 때도 있지. 사람이 어떻게 좋을 수만 있겠어. 그래도 아침에 나오면 상쾌하고 좋아”
 
60여명의 ‘엄마’들은 매일 수많은 아들·딸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강의실을 쓸고 닦으며 칠판을 닦고 또 닦는다.
 
·힘내요. 그대여!
70명의 청소 노동자들을 일일이 다 만나볼 순 없었지만 청소 노동자 A씨와 부녀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아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가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처음 우려했던만큼의 부당한 처우를 받고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은 인상되어야만 한다. 아주대학교 청소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청소 노동자들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단지 쾌적하고 안정적인 고용환경에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길 바랄 뿐이다.
 
혹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한번쯤 ‘감사합니다’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건 어떨까. 어쩌면 우리가 건넨 말 한마디가 그들에겐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박카스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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