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그들은 학교에 무엇을 요구하나

 
“기자님. 평일 야간근무와 휴일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게 말이 됩니까?”
학생처 고명식 과장이 본 기자들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네며 한 말이다. 고 과장이 건네준 종이에는 지난 11월 ‘이달의 부서’로 선정된 프로젝트지원팀에 관한 짧은 기사가 담겨있었다. 프로젝트지원팀이 김동연 총장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아래는 “이번 사업과 관련된 업무 등으로 11월에만 평일 야간근무와 휴일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등 강도 높게 근무를 하고 있다”라는 글이 올라와있었다.
지난 4월 20일 우리 학교 공지사항에 “직원 인사 등에 대한 노동조합 성명서”가 올라왔다. 이 성명서에는 현재 우리 학교의 직원 인사제도에 대한 강한 불만과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아주대학교지부(이하 노조)측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최근 3년 동안 노조측은 지속적으로 학교 측에게 직원들의 비현실적인 처우문제개선을 요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가 이를 번번이 수용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매년 똑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게재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뿐이었다. 김수영 노조 지부장(이하 김 지부장)은 지금까지는 노조 역시 학교가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음을 감안해 이해하고 양보해왔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올해 안에 꼭 학교 측과 좋게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번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노조측이 매년 학교 측에 요구하는 성명서에는 ▲장기 승진 누락자 문제 ▲직원승진 적체문제 ▲직원의 역할 및 직급에 합당한 보직 부여 이 세 가지가 담겨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우리학교의 인사제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근무 성적도 좋고 근무 태도도 양호한 직원들이 제 때 승진을 못하고 계속해서 누락되고 있다. 실제로 한 직원은 1996년에 6급으로 승진한 뒤 현재까지 승진을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장기 승진 누락의 원인으로 직종별 정원제로 인한 승진 정원의 부족함을 꼽았다. 팀장들은 거의 매번 승진에서 누락되고 있어 4급 이상으로 승진해야할 사람들이 승진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 그 결과 연쇄적으로 5급, 6급, 7급 승진 대상자들의 승진 누락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김 지부장은 직종별 정원제를 철폐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인사문제를 현실성있게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직원의 역할 및 직급에 대한 보직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우리학교의 부서별 팀장자리는 4급이 맡아야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5급이 팀장 보직도 부여받지 못한 채 4급 팀장이 담당해야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무책임한 인사정책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 지부장은 이밖에도 ▲평의원회 참가 인원에 대한 직급 제한 ▲타 대학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률 ▲대체인력·여유인력 부족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부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측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우리학교의 직원 1인당 학생 수는 66.5명으로 평균인 44.9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우리학교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많은 객관적인 지표들이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노조측이 학교와 노사협의회를 진행하여 현실성 있는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학교는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후 지난 4월 28일 노조는 학교와 다시 노사협의회를 진행하여 학교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일관했다. 김 지부장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학교에 대해 얼마나 더 참아야하는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노조는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반드시 올해 안에 노사 간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김효정 기자 isky906@ajou.ac.kr
 
 
노동 조합 성명서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
 
노동조합(이하 노조)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본 결과 현재 우리학교 직원의 근무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노조 측의 성명서에는 학교 측에서는 이는 제도적인 문제라서 시간이 걸린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를 대며 아직까지도 직원들의 희생과 이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이동렬 총무팀장을 통해 학교 측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Q. 현재 노조 측에서 성명서를 낸 상황이다. 학교 측은 노조 측의 성명서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A. 노조 측에서 낸 성명서는 현재 협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 노조 측의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답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학교 재원과 여러 가지 상황들을 모두 고려하여 정책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이다.
 
Q. 올해 초에 인사개선협무협의회에서 구성된 개선안이 왜 통과되지 못한 것인가?
A. 인사개선협무협의회는 노조 측과 학교 측에서 각자 5명의 대표가 모여 하는 협의로 아무 제약없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거기서 모여진 의견들은 ▲총장 ▲학교 기획처 ▲법인들이 모여 협의한다. 그 안은 실무협의회 안의 이야기일 뿐 결정을 해야만 하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
 
Q. 노조 측은 현재 학교가 5급의 직원에게 4급의 업무까지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이러한 인사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인가?
A. 그 사람들은 실무 책임자이다. 학교에서의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팀원 중에서 팀장이 없으니 선임이 돼서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의미로 실무 책임자의 자리를 준 것이다. 이러한 인사정책의 원인은 학교에 팀장의 수는 많은데 더 이상 승진을 시킬 수 있는 자리가 남지 않는다.
 
Q. 현재 타 학교에서는 직원 1인당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늘어가고 있다. 직원들은 현재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데 인원을 늘릴 계획이 있는가?
A. 학교가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다. 매년 직원들의 수를 늘려가고 있다. 올해 역시 직원들의 수를 늘렸다. 학교 측은 한 번에 직원들을 고용하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Q. 현재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우리학교는 직급 제한이 있지만 타 대학은 직급제한이 없다고 들었다. 왜 직급 제한을 풀지 않는 것인가?
A. 우선 그것은 법인의 소관이며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풀 수 없다. 게다가 타 학교에서 진행하지 않는 직급 제한이라고 해서 우리 학교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을 해결해야한다. 만약 직급 제한이 해제되어야 한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위와 같은 학교 측의 입장은 노조 측의 입장과의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의 학교는 노조 측에게 명확한 해결책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렇게 입장 차이가 있는 가운데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고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 관계가 점차 나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소현 기자 rlathgus1117@ajou.ac.kr
 
 
노사관계가 협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되어야한다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노사관계는 협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이 학교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노사관계 원할한 소통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가 흔들려서 아직까지 우리 학교에서 학우들이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노사의 대립이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된다면 분명 학우들에게도 간접적으로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현재 4급 미만의 직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신영에 따르면 현재 노조측의 입장에 처한 문제들. 인사가 몇 년동안 누락되는 것들은 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이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지거나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구제받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사권 자체를 학교측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풀 수 있는 상황은 이제 아니다. 노조측에서 원하는 건 도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초과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되고 업무평가에서 문제가 없었지만 십 년이 넘도록 승진이 되지 않는 문제들을 우선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효율성을 추구해야하는 학교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측의 인식개선이 바탕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계속된 노조측과 학교의 갈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결국 업무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불편함을 겪는 것은 결국 학우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노조가 원하는 것을 전부 수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조측이 주장해왔던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문제라도 해결된다면 직원들이 학교를 위해서 지금까지 힘써왔던 것 이상의 힘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학교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식 기자 rlaeotlr2015@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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