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 듯 아닌 듯 찾아온 대구여행

시험이 막 끝난 주 주말 우리는 대구로 떠났다. 가까운 듯 먼 도시 대구는 우리나라의 역사의 현장 속 의미 있는 도시 중의 하나다. 우리가 경험한 대구는 먹거리와 볼거리도 풍성한 관광지의 도시이기도 했다.

혼자인 여행 혹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모두가 해보고 싶어 하고 한번쯤은 상상해보는 여행이다. 누군가는 이런 여행을 기억의 저편으로 남기며 잊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시간문제로 혹은 경제적인 문제로 부담을 느끼며 일상에 안주한다. 일상을 잊고 카메라 하나만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번 여행도 어떻게 보면 우리가 20대에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작은 모험과 도전이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고사 이후에 밀려오는 과제를 뒤로하고 1학기의 중반에 접어든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무색할 만큼 대구에서의 이틀간의 여정은 아름답고 활기찼다.

카메라와 함께하는 여행 속에서는 카메라로 담을만한 곳, 사람과 자연이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한다.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의 찰나 모두가 우리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단지 그 시간을 남기기 위해서 그 장소와 그 시간을 쫓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고 그 것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떠난 이번 여행에 우리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대구의 구석구석과 관광지를 찾아 다녔다.

 

사진으로 남은 대구의 그 때, 그곳

두류공원

첫날 대구의 날씨는 마치 우리가 수원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것을 표시해주는 리트머스종이 같았다.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걸고 무채색 긴 옷을 입고 땀을 흘리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대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반팔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 속의 우리는 마치 섞일 수 없는 존재 같았다. 사람들이 소풍을 나와 일광욕을 즐기고 아이들은 비눗방울 총을 쏘아대며 뛰어다니는 두류공원의 오후는 덥고 푸르렀다.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며 가족과 혹은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구의 그 어느 곳 어느 때보다도 생동감 있었다. 우리도 이런 자연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때론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며 때로는 벤치에 앉아서 자연을 만끽했다. 어색했던 처음과는 달리 우리는 공원을 둘러보며 날씨에 대하여 투덜거렸고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치 푸르른 공원의 역동성이 우리에게 젖어들 듯 두류공원에서의 산책은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기대하는 발걸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대구 달구벌 관등놀이

 

 
 

웅성웅성 사람들의 소리가 두류공원 야구장에 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구의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사람들은 기대와 함성소리로 각자 저마다의 풍등을 만드는 듯했다. 군악대의 금관악기 소리과 의장대의 절도 있는 동작을 시작으로 두류공원은 색색가지 불빛과 불교의 음악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의 후렴구는 우리를 흥얼거리게 할 만큼 흥겨웠다. 대구 달구벌 관등놀이의 꽃은 풍등 날리기와 연등제였다. ‘자! 이제 그러면 풍등을 날려주세요!’라는 외침을 시작으로 하늘은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풍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하늘을 날며 각기 저마다의 소원을 실은 풍등이 별들처럼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된 순간 풍등을 담은 사람들의 넘실거리는 눈빛도 저마다의 소원을 기원하는 것 같았다.

대구의 연등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여러 불교 종파의 사람들과 픽업트럭이 불교의 상징물들을 들고 대열을 맞추어 걸으며 장관을 이루었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거리를 가득 채웠고 이러한 대열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인 것 같았다.

김광석 길과 근대 문화 골목

 

 
 

대구의 도보 여행 테마는 크게 6가지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에서 근대 문화 골목은 그 두 번째 코스로 골목 중간 중간에 우리나라의 근대화시기에 함께했던 사적지나 고택 등이 있다. 망국의 아픔을 노래하던 이상화 시인의 고택이나 3.1운동의 열기를 함께 했던 3.1 만세 운동길은 우리나라의 지나간 아픈 역사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선이 굵은 건축 양식이 있는 계산 성당과 통유리로 된 빌딩의 조화는 앞으로 우리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대구와 사진은?

Q. 사진 찍으러 어디 가봤어?

A. 해외는 아직까지는 못 가봤어. 근데 국내의 경우는 한 학기에 한 번씩은 적어도 1박 2일 이상씩은 다녀오는 것 같아. 대학교 와서 제일 처음 다녀왔던 곳이 제주도였어. 제주도 일주일 갔다가 또 ▲강릉 ▲부산 ▲춘천 쪽으로도 다녀와 봤고 포항이나 안동 그런 경상도 쪽을 일주일간 돌았었어. 사진 동아리에서 설악산도 가봤었어. 그런 곳을 다니면서 관광지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 좋다는 곳도 여러 둘러봤어.

Q. 보통 사진 여행을 다닐 때 어떤 것을 고려하면서 찍어?

A. 원래 기준이라는 거는 없고 사진은 재밌으면 찍어. 이번 여행에도 너가 봤겠지만 내가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야. 어떤 때는 심혈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초보이다 보니 많이 찍어보아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어. 아마 어떤 사진을 목적을 가지고 찍으러 가본 것은 이번 대구가 처음인 것 같아.

Q. 너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야?

A. 이게 원래 고전적이면서 어려운 질문이잖아. 단순하게 ‘사진이란 무엇이다’고 보기에는 복잡한 것 같고 좀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여태까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스타일이 있잖아. 나는 원래 인물 사진을 잘 안찍고 풍경이나 사물을 많이 찍는 편이야. 풍경이나 사물도 보통 ‘남겨진 것들’ 같은 것을 많이 찍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주인이 떠나고 남은 자리 같은 것이나...아! 그중에 가장 마음 들었던 것이 포항에 가서 찍은 사진 중의 하나인데 항구의 어부들이 떠나고 남은 배들 같은 것이 있었어. 내가 사진을 찍고 난 후 확인하다보면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같은 것은 약간 남겨진 것들에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느꼈어. 근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관등 같은 것은 희망적인 것을 찍었어.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가 다른 소재를 찍는 여행임과 동시에 이번에는 내가 그냥 찍은 사진이 아닌 계획하고 찍는,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른 방식을 도입한 여행이기도 했어.

 
 

Q.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행을 다니는 것의 장점은?

A. 내가 카메라를 들고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해서 찍으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어. 단순히 사진을 찍을 때 공간에서 느낀 풍경적인 느낌이 아니라 각도나 소재에 따라서 주고자하는 메시지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당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보여주려면 말보다는 사진 한 장 보여 주는게 더 좋잖아. 그런 점이 사진을 많이 찍고 사진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의 장점인 것 같아.

Q. 이번 대구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디였어?

A. 당연히 연등제나 풍등 풍경이 인상 깊었어. 그런 장면을 엣날부터 보고 싶어서 그런지 막상 가니까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 찍으면서도 안왔으면 후회할뻔 했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개인적으로 울컥했던 것도 있고.

의외로 감동적이였던 것이 연등제 중간에 사물 놀이할 때 사물놀이패에 다가가서 직접 찍었었는데 저녁이니까 사람들이 지칠 수도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너무 밝은 거야. 그래서 괜히 사진 찍는 나도 덩달아 즐거웠어.

Q. 사진을 찍으며 여행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잖아 이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

A. 첫 번째로 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느끼는 것인데 사진을 찍을 때는 서로서로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생각을 해. 이번 여행에도 우리가 같이 봤듯이 서로 사진찍는건데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있었잖아. 두번째로 보통 사진기를 가지고 여행을 가도 사진을 적게 찍어오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간 그때 그 시간은 그 순간뿐인데 자신이 눈에 보이는 것만 찍어오니까 아쉬운 것이 있는 것 같아. 뭐든지 많이 찍어보고 혼자서라도 여행을 많이 다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Q. 앞으로 어떤 사진 여행을 다닐 생각이야?

A. 이번에는 행사를 다녀왔으니까 ‘다음에는 풍경을 많이 찍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어. 구체적으로 꼭 무엇을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보다는 그냥 가볍게 다녀와 보고 싶어. 근데 만약 외국을 가본다면 우림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사람 냄새도 그렇지만 야생의 느낌도 사진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연에 우연을 더하면서 남들이 쉽게 찍어보지 못하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설레는 단어이다. 내가 어딘가로 떠난 다는 것도 그러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마주치게 되고 새로운 장소를 간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항상 뒤돌아보게 되고 또 기대해보게 되는 단어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대구 여행에서 스친 모든 사람들과 모든 공간들이 때론 낯설고 신기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등을 볼 때 가슴 가득히 벅참을 느끼고, 어느 지하철 역에서 본 대구 지하철 참사의 흔적을 볼 때는 가슴 한 켠의 먹먹함이 느껴졌고, 근대문화 거리를 걸으며 고택과 빌딩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며 조화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밖에도 머리를 스쳐 지나는 장소와 시간은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나의 말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의 아름다운 기억은 지금은 사진으로만 남아있지만 우리의 가슴 속에 대구는 다녀오기 전의 대구와 다른 의미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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