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은 신이 났다. 또 다른 건수를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건만 확실히 한다면 사내에서 더 돋보이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도 그렇고 평소의 행실 때문에 ‘돈만 생각하는 나쁜놈’으로 낙인찍힌 그였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김 과장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업계에서 높아져가는 자신의 위신뿐이었다. 그를 비난하는 하찮은 것들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해내고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김 과장의 회사에는 온갖 화분이 가득하다. 가뜩이나 좁은 사무실에 가득한 풀들을 보면서 그는 항상 혀를 찼다. “차라리 복사기나 커피포트를 더 가져다 놓을 것이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분재에 물을 주는 신입 사원을 보던 표정에 갑자기 미소가 번진다. 곳 오늘의 가장 중요 행사, 옥(玉)씨를 만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옥(玉)씨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들어왔다.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가고 싶은 김 과장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모습이 진짜 옥처럼 곱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불쾌한 옥(玉)씨의 냄새를 맡지 못했고 떼 묻은 와이셔츠를 보지 못했다.

김 과장이 사무실 한 가운데로 자리를 안내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를 시작했다. “이번 계약서, 확실히 확인한 것 맞소?” 다른 것은 몰라도 일처리 잘하기로 소문난 김 과장이었다. 확인은 진즉에 끝이 났다. 조금 더 확실히 하기 위해 계약서 상 불리 조항 역시 수정했다. 이제는 계약 이행만이 남아있다.

옥(玉)씨는 그래도 불안한지 연신 옆자리에 있는 재분을 만지작거리며 시든 이파리를 하나 둘씩 떼어내며 말했다. 김 과장은 개의치 않았다. 이번 계약을 위해서라면 필요도 없는 화분을 한 트럭도 가져다 줄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물급 거래의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이파리를 신경질적으로 떼어 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전 일본계 미쓰바 씨도 그랬고, 미국계 골-드만-삭씨 역시 그랬다. 어차피 사무실에 화분은 널려있다.

“그럼 믿어 보도록 하겠소” 사무실을 나서는 옥(玉)씨의 손에 들려있던 푸석한 이파리가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이내 김 과장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신입사원을 불러 얘기했다. “이봐 땅에 떨어진 것 좀 치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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