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대학 언론은 황금기를 구가했다. 당시 대학가에서 피 끓는 지성인들의 목소리는 학보를 통해 퍼져나갔으며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증폭시키고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

정치권력과 혹은 경제적인 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지 않고 오롯이 변화에 대한 기대와 노력만으로 사회의 모습을 바라본 학보는 어두운 밤을 비추는 가로등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황금기의 학보 역시 적지 않은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학교와 사회의 치부를 날카롭게 지적하던 학보는 학생활동에 대한 탄압과 맞서야 했고 검열과 같은 편집권을 위한 투쟁을 진행했어야 했다. 아주대학보 역시 1974년 처음 창간된 이래 활동들은 외부를 향한 비판적 시각과 내부 편집권을 위한 투쟁과 노력의 역사였다.

그런 대학언론의 위상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하락하고 이젠 도리어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게 됐다. 학보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보에 지원하는 사람 감소하고 있다. 많은 대학언론들이 학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의 학보는 이미 폐간했거나 단순한 홍보지로 전락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학보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백3명의 참여인원 중 97명이 최근 정보를 얻는 주요 매체로 스마트폰을 뽑은 반면 신문은 7명에 그쳤다. 과거와 달리 중심 매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한 대학언론은 무관심이란 위기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대학 언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한 학우는 78명으로 80% 가까이 됐고 학보가 SNS를 통해 구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게 된다면 구독할 수 있는 의향이 있다고 답한 학우도 전체의 85명으로 85%에 육박해 대학 학보의 필요성 자체가 퇴색됐다고 볼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학보의 역할은 동일하다. 학내 사안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보도하여 학우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우리만의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학교와 학우 그리고 사회의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학보의 활동에 위기가 있었던 상황 역시 유사하다. 다만, 과거의 학보는 탄압에 맞서야 했고 지금의 학보는 학우들의 무관심과 소외와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어떤 면에서 현재 대학언론이 처한 위기, 즉 언론매체로써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과 독자층을 지속적으로 잃고 있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대학언론의 필요성 상실이 아닌 대학언론의 홍보 혹은 전달방식의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과거의 위기를 견디고 황금기를 맞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대학언론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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