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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토론을 아십니까?
  • 정재영(다산학부) 교수
  • 승인 2016.05.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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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열기구 풍선이 떴다. 쟁쟁한 인물 15명이 여기에 탑승했다. 테레사 수녀, 마오쩌뚱, 마하트마 간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넬슨 만델라, 미카엘 고르바초프, 찰스 다윈, 윌리엄 셰익스피어, 디에고 마라도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브라함 링컨, 베토벤, 빈센트 반 고호, 제인 오스틴.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가상 시나리오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풍선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7명만 남기고 8명은 풍선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원 추락 사망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누구를 풍선 밖으로 보낼 것인가?

공중파 방송에 흔히 나오는 리얼리티 쇼 같은 풍선토론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96년 4월 THES(The Times Higher Education Supplement)라는 영국 신문 <더 타임즈>의 고등교육부록이다. 해마다 전 세계 대학랭킹을 발표해서 잘 알려져 있는 매체다. THES에서 처음 이 풍선토론 방식으로 탑승시킨 승객은 더 발칙했다. 일곱 분야의 과학을 태우고 한 분야만 풍선 안에 남겼다. 과학 풍선에 탑승한 개별과학은 분자물리학, 물리학, 환경학, 엔지니어링, 분자생물학, 수학 등이었다. 세상에! 이쯤 되면 말도 되지 않는 괘씸한 상상 아닌가? 도대체 이런 사유실험은 무엇을 겨냥하는 것인가?

그러나 뜻밖에도 이 잔인한 토론게임은 교육의 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재미와 유익함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창의력을 배양하고, 성급한 합의에 도출하지 않은 신중함과 자신의 주장을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논리적으로 펼치는 좋은 의사결정과정을 연습하기에 제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풍선토론에서는 정형화된 답은 없다. 그러나 그 토론 과정에서 나와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장면 2: 옥스퍼드 고전 시리즈를 발행하는 블랙웰 서점. 이곳에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풍선을 띄운다. 2011년 10월에 열렸던 한 사례를 보자. 이날 풍선토론의 주제는 “누가 가장 위대한 그리스 고전시대 인물인가?” 6명의 학자가 참가해서 각각 고전시대 인물을 대변했다. 그 중에는 철학자 소크라테스, 작가 소포클레스, 그리고 아테네 민주주의 초석을 놓은 클레이스테네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발표자는 각각 5분간 그 이유를 설명한다. 풍선토론의 열기로 이 서점의 토론방이 후끈 달아오른다.

여기에는 이 서점의 숨어 있는 속셈이 또 하나 있다. 재미도 있겠지만 여러 권의 고전을 한 번에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풍선토론을 해 볼 수는 없을까? 우리 대학은 102권의 <아주 위대한 고전>을 매주 화요일 정오에 브라운 백 강연으로 매년 10편씩 소개하고 있다. 이 고전들을 다 소개하려면 10년이 걸린다. 내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내가 듣고 싶은 고전이 소개되지 않는다면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건 해제를 쓴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2016년 고전 BBL강연은 풍선토론으로 아주인이 읽고 싶은 10권의 고전을 선정했다. 그 때문일까? 올해 BBL 강연은 다른 해보다 청중이 더 늘어났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 고전 강연뿐만 아니라 고전 선정에서도 풍선토론방식을 적용할 것을 기획하고 있다. 아주대 공동체에서 추천한 책들을 모두 풍선에 탑승시킨 후, 어느 책을 아주 고전으로 남길 것인가 하는 토론을 여는 것이다. 고전과 노는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정재영(다산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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