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 4년마다 돌아오는 범국민적인 평가회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그간 우리를 대표했던 인물들이 얼마나 맡은바 임무를 잘 수행했는지 혹은 좋은 공약을 가지고 나왔는지를 검토하고 평가한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때문에 총선은 그들에겐 ‘시험’일 것이다.

4년 만에 돌아온 것이 한가지 더 있다. 후보자들은 총선시기가 되면 허리가 굽어진다. 일정 기간을 주기로 습관성 관절염이라도 생기는 것일까. 기어코 그들은 멍석을 깔고 읍소 전략과 함께 뒤늦은 반성을 시작한다. 반복되는 이 비정상적인 것들은 코웃음을 넘어 이번 선거에는 과연 어떤 사진이 찍힐지 기대감을 만들기까지 한다.

그들의 날림 공약들 또한 마찬가지다. 선거 직전에 가득했던 서민들을 위한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무시되고 소멸된다. 최근 문제가 됐던 새누리당의 최저시급에 대한 엇갈린 발언들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적확한 검토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것과 선거철에만 이뤄지는 반성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실망시켜 드렸다. 용서해 주시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 국민의 실망을 알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들은 지금껏 우리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귀를 막은 채 위안부 한일 합의에 찬성했고 국정 교과서를 용인했으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공천 관련한 내부 문제로 다시금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 없이 국정을 운영했나. 그들은 국민의 실망을 총선 때가 돼서야만 볼 수 있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가, 현 후보자들에게 읍소하며 묻고 싶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대해서, 2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현 여당은 국민에게 ‘읍소’한 바 있다. 그때마다 무엇이 변화했는가? 변화는 고사하고 다시 귀를 닫지 않았나.

현 후보들이 보여주는 사과와 반성은 진정성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도 부족하다. 기회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과거를 진정으로 반성하며 스스로가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허리만 움직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국민의 대표가 되길 바란다면 그들의 반성에 대한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선거는 새로운 선거로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예전의 잘못을 덮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은 두 번이면 족하다. 그들의 읍소에 다시금 읍소로 답한다. 그대들의 숙여진 허리를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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