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4월 1일 발행된 본보 제 309호 1면에는 학교가 실시한 학부제에 대한 학우들의 설문조사결과가 실려 있다. 설문조사 결과 학부제에 대한 찬성은 50.8%, 반대는 49.2%로 어느 입장 모두 지배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반대한 학우들의 절반이 ‘학부제의 긍정적인 취지에는 찬성하나 시기, 방법적인 면에서 부족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학우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또 시기나 방법적인 측면에서의 조율이 진행되었더라면 위와 같은 반대의 목소리는 찬성의 목소리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부제는 1994년 학우들에게 전공교육과 전공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여러 전공에 대한 문턱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2009년 대학자율화 추세 이후 여러 대학의 학부제는 복합적인 이유로 다시금 학과제로 전환됐다.

교육방식과 지향점에 대한 정책적인 발전은 급격하게 진행됐고 의무사항을 강요하는 방식 전개돼왔다. 대부분의 경우 절차상의 오류는 없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학우들과의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갈등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학부제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었다고 평가되던 다른 학교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학부제를 관리, 연구하는 기구 조차 없었으며 학우들과의 소통창구 또한 전무한 상태였다. 이에 정작 학부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돼야하는 학우들은 학부제 초기 발생하는 시행착오의 피해자로 남았다.

최근 학교에서 진행된 프라임 사업에 반대한 아주대 행진 역시 20년 전의 성급한 학부제를 시행하고자했던 학교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맥락을 같이한다. 학교는 학우들과의 소통의 과정을 생략한 채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학교와의 경쟁력 확보를 핑계 삼아 학우들과의 정보 공유를 회피하고 명확한 기획안을 제공하지 않은 채 학과 학우들을 통폐합의 대상으로 삼았다. 학우들의 진로와 연관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제공한 것은 프라임 사업 접수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학우들과 학부모에 대한 두차례의 설명회가 전부였다.

현재 국고지원액 140억인 우리 학교의 입장에서 약 150억원의 국고 지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려는 학교 입장에서 프라임 사업 신청은 학부를 만듦과 동시에 국고 수혜율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학우들과의 원만한 합의와 대화가 부족했다. 프라임 산업 진행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가게 됐고 학교와 학우들은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문제를 일단락 짓게 되었다.

96년 학부제에 대한 학우들의 아쉬움은 학교의 대책 없는 행정처리와 불통으로 인해 발생됐다.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 학교의 행정처리, 학우들과 소통의 방식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학교와 학생의 불통으로 인한 갈등의 고리는 이제 끊어야한다. 실질적인 대화 창구를 만들어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더 나아가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 추상화 시켜 대화의 창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한 다른 학교들의 우수한 사례를 참고하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본질적인 해결책 마련에 착수해야한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