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만우절

 
 

지난 1일 금요일의 등굣길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학교 가는 길과 교내 곳곳에 평소와 다른 모습들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고등학교에 온 것처럼 교복을 입은 학우들이 보였고 ▲미니언 ▲다스베이더 ▲가오나시 등의 낯익은 만화 캐릭터들이 교내를 활보했다.

이 캐릭터들이 갑자기 학교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심리학과에서 만우절을 기념하여 준비한 만우절 행사였다. 심리학과 학우들은 각자 평소에 좋아하는 인물이나 캐릭터의 모습을 코스프레하여 즐거운 만우절을 보냈다, 직접 코스프레 의상을 준비해 입고 얼굴에 물감으로 캐릭터를 그리거나 가면을 써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꾸며냈다. 이에 전보미(심리·2) 학우는 “친구들과 함께 만우절 행사를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기획했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행정학과도 텔레토비 동산에서 만우절을 보냈는데 물총놀이와 말뚝 박기를 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어울려 놀았다. 안지나(행정·1) 학우는 “텔레토비 동산에서 음식도 먹고 선배, 동기들과 물총놀이도 하면서 더 스스럼없이 친해진 것 같다. 또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어울리니 오히려 더 즐거웠다”고 그 날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자리를 옮겨 노천극장으로 가자. 정치외교학과와 경제학과가 함께 어울려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두 학과에서도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어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한 군필자들은 군복을 입고 만우절 행사를 즐겼다. 그 외에도 봄을 맞이해 특정한 꽃 이미지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 학우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막걸리를 비롯한 여러 음식을 준비하여 과별로 모여 먹고 마셨다. 노천극장에서 놀던 박주영(정외·1) 학우는 “선배들과 후배들이 간식들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었고 게임을 통해 재미도 많이 느꼈다. 또 사진으로 남겨 추억이 될 것 같다” 며 만우절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조주연(경제·3) 학우 역시 “과 친구들과 같이 교복을 입고 추억을 되새겨 즐겁게 놀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두 개의 학과는 같은 장소에 모인만큼 다 같이 어울려 놀기로 마음을 먹은 듯 막걸리를 걸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각각 막걸리 3병 빨리 마시기와 과 회장의 팔씨름 경기였다. 경기가 열린 노천극장은 학우들의 응원소리와 환호로 뒤덮였다.

우리 학교의 만우절은 이와 같이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를 웃게한 만우절. 그런데 이 만우절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너희가 몰랐던 만우절의 유래를 알려주마!

 
 
1983년 4월1일 보스턴 대학의 역사학자 조셉 보스킨은 만우절의 유래를 밝혀냈다고 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부터 조셉 보스킨의 주장을 잠시 소개해 보겠다. 그의 말에 따르면 로마시대에 큐겔이라는 광대가 살았다. 그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틴에게 “내가 당신보다 통치를 잘할 수 있다”고 하며 황제를 도발하였다. 흥미를 느낀 황제는 하루 동안 큐겔이 로마를 통치하게 하였다. 이렇게 하루 동안 왕이 된 큐겔은 말도 안되는 법들을 만들어 반포하였다. 이 날의 법들이 하도 뜬금없어 만우절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조셉 보스킨의 획기적인 설명을 들은 신문사들은 이 정보를 빠르게 대중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유래는 ap 통신에 의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보스킨의 유래를 퍼나른 여러 신문사들은 우습게도 만우절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 외에 다른 유래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달력설’이 있다. 달력설은 카이사르가 제정한 역법인 율리우스력을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시작된다. 부활절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역법개정을 명했다. 이에 부활절이었던 4월1일이 1월1일로 바뀌었다. 정보전달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바뀐 역법을 사람들이 인지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4월1일날을 기념일로 착각하여 선물을 내놓는 사람을 일컬어 4월의 바보라고 불렀다. 역법이 바뀐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선물을 요구하며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프랑스 고등어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을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른다. 푸아송 다브릴을 직역하면 <4월의 물고기>다. 프랑스에서는 4월에 고등어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4월의 물고기는 고등어(maquereau)를 상징한다. 따라서 4월 1일에 속임수를 당하는 사람을 많이 낚이는 고등어에 빗댄다고 하는 설이 있다.

또한 고등어라는 프랑스어 maquereau에는 호객꾼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는데 4월은 사람을 속이는 호객꾼이 많은 달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생겨났다고도 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이 날 물고기를 종이에 그려서 다른 친구들의 등에 몰래 붙이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만우절과 유사한 시기에 행사를 벌인다. 추운 겨울에서 벗어난 기쁨을 장난으로 승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 고대 로마인들은 식물의 신인 아티스가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부활하는 날을 기념하여 축제를 벌였다. 또 다른 봄 기념 축제에는 유대인들의 푸림(Purim), 인도의 홀리(Hoil)가 있다.

 한국인들이 만우절을 즐기는 법

 
 
 
 
 
 

오늘날 만우절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장난이나 농담을 통해 웃음을 주는 날이다. 서양에서 건너온 만우절은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을까? 지금부터 과거와 현재의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1927년 동아일보에 만우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으나 오늘날의 만우절의 형태를 띠게 된건 1939년에 이르러서다. 1939년 4월 1일자 동아일보에선 ‘이달은 에이풀 풀’ 이라는 제목의 서양풍속의 만우절을 소개했다. 이후 매년 4월 1일이 되면 곳곳에서 만우절 관련 사건들이 벌어진다. 어린아이들의 사소한 장난은 물론 학생들이 교실에서 선생님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는 건 흔한 풍경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구글 역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깜짝 이벤트를 선사했다.

만우절 장난에 방송국도 예외는 아니다. 1960년 4월 1일 아침 7시 45분 대구방송국에서는 3일동안 시민들에게 선착순으로 라디오를 나눠주겠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방송국으로 모여들어 라디오를 달라며 아우성 쳤다. 그러나 사실 이 방송은 만우절을 맞아 방송국 측이 기획한 장난이었다. 이후 방송국은 자신들이 기획한 장난의 댓가로 성난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아내야만 했다.

1963년 4월 1일에는 양손에 수갑을 찬 24살 청년이 번화가를 활보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처음 이 청년을 발견한 경찰은 탈주범인줄 알고 체포했으나 알고보니 청년의 손에 채워진 수갑은 장난감이었다. 만우절을 맞아 사람들을 놀려줄 생각으로 수갑을 찬 채 거리를 거닐었다는 청년의 이상한 산책은 석방으로 끝이 났다.

반면 만우절 장난으로 인해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112나 119이다. 매년 4월 1일이 되면 만우절 장난전화가 쏟아진다. 1966년 4월 1일 하루동안 서울시경찰청에 들어온 95건의 신고중 65건이 허위신고였으며 서울시내 각 소방서에 들어온 허위신고는 102건에 달했다.

매년 만우절이 되면 전국의 경찰서와 소방서들은 시민들이 걸어오는 장난 전화 탓에 경찰력 및 행정력 낭비, 치안공백 등의 극심한 몸살을 앓아야만했다. 이로 인해 몇몇 사람들의 어리석은 장난으로 인해 생명이 위급하고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경찰당국과 소방당국은 매년 발생하는 만우절 장난전화 근절을 위해 장난전화를 거는 사람들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112나 119에 거짓·장난신고를 하면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의 형을 받게된다. 또한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신고자에 한해 형법에서 정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죄를 적용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모두가 즐거운 만우절을 즐기고 싶다면 장난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도 한번쯤 헤아려봐야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만우절은 즐겁고 유쾌한 날로 계속되고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에게 만우절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년에 하루 쯤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유쾌한 하루를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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