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공간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팟캐스트 ‘디자인과 이슈’를 진행한 신준호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준호 소장을 만났다.
신준호 소장을 만났다.


 서울 강남의 ‘ZEDEN’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준호 소장. 상업, 교육, 문화시설부터 개인 주택의 내부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그는 욕심 많은 공간 디자이너이다. 밤샘 작업이 많고 바쁘기로 유명한 건축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팀을 꾸려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디자인과 이슈’라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건축이야기, 흥미진진한 건축 방송을 2012년도부터 2013년도까지 2년에 걸쳐 방송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국민소통 컨퍼런스’를 주최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강의도 한다. 하지만 결코 자신을 멋진 말로 포장하지 않는다.

“커피 좋아해요? 커피 좋아하면 안되는데. 맛을 몰라야 먹을 만 할 텐데. 굉장히 쓸 거에요.”

라며 그가 커피를 내려주는 것을 받으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 건축과 사회 이슈에 대한 팟캐스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건국대학교 이승택 교수님의 강의 중에서 매주 목요일 학생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과 2년간 놀면서 건축에 관해 얘기하게 되었다. 내용이 재밌어서 다른 사람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 시작하게 되었다.

 

- 디자인과 이슈의 기획취지와 의도는 무엇인가

전혀 없었다. 굳이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건축과 건설을 일반 사람들이 구분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을 쉽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건축이 무엇이고 건설은 무엇인지. 또 자신들이 살게 될 공간인 집 짓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데 집을 짓는 과정은 쉽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 왜 방송을 하게 되었나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를 보면 내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해서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주거의 형태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파트 뿐이다. 그래서 아파트 외의 거주방식에 대한 선택의 폭이 없다. 집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디자인과 이슈를 기획하게 되었다. 적어도 듣는 사람들은 알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 아파트에 사는 것이 부정적으로 들린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듯 아파트를 산다. 그래도 되지만 그것에 대한 폐해가 굉장히 크다. 주거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아파트로 인해서 마을의 공동체가 사라졌다. 아파트 안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옛 마을에 있던 세탁소, 철물점, 동네 슈퍼 사장님들이 사라졌다. 소비자들이 그들을 없앴다. 동네의 자본을 공유하게 되면 동네는 무너지지 않는다.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 사람들이 듣고 느꼈으면 했던 것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집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본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계기가 디자인과 이슈를 통해 이뤄졌으면 했다. 공간은 사람을 바꾼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믿는다.

 

신준호 소장의 카페 인테리어
신준호 소장의 카페 인테리어

그를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방송에서 원로 건축가들, 교수, 영화 감독에게도 돌직구를 날리며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고,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나오면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한다. 절대 지지 않는다. 날카롭다. 그런 그의 방송을 듣고 있으면 성격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인터뷰를 하면 하면 방송에서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하는 예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돈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 거야.”

 

- 인테리어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실내 건축이 돈이 많이 된다.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를 건축가라고 부르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인테리어를 처음 하게 된 계기는 양천구청에 있는 조형물이 첫 프로젝트였다. 구축적인 조형물을 처음 만들게 되었다. 입방체 형체로 내가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3D 연상이 잘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후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 인테리어를 알바로 하게 되었는데 사장이 잘한다고 느꼈는지 계속해서 일을 의뢰했다. 그리고 내가 상상한 그림을 실제로 만들어지는 현장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것을 보는 희열이 컸다.

 

- 공간 디자인을 하는 자신의 철학은

철학은 개뿔.

의뢰자의 말을 경청하고 만들어주는 것. 시키는 대로 하는 것.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디자이너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만들면 예술가이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은 자본에 더 종속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돈을 더 잘 벌고 싶다는 것이다.

 

-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는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질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집을 지어야 한다. 아파트처럼 획일화된 공간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삶을 공간으로 발현해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그래서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간이 변화했을 때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런 보람으로 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준호 소장의 사무실 인테리어
신준호 소장의 사무실 인테리어

- 실제 그렇게 만든 사례는 무엇인가

사무실 인테리어 설계를 의뢰받았다. 오피스에 칸막이가 쳐져있었는데 그것을 모두 없앴다. 그로부터 3,4년 후에 회사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을 보았다. 공간이 변하자 사원들이 변했고 사원들이 변하자 회사가 바뀌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은 몇 년 후에 온다.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요리처럼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건축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데 이를 잘 견뎌야 한다.

 

- 인테리어를 하면서 힘든 점

돈벌이가 많지 않다는 것 외에는 없다. 그냥 일이 즐겁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다보니 좋아하게 된 것이다. 결과가 나오면 칭찬도 받고 의뢰가 계속해서 들어오게 돼 하고 있다.

일이 재밌긴 해도 중간중간 힘들 때가 온다. 이럴 땐 자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한다. 나랑 같이 시작한 디자이너들을 다 중간에 그만 두었다. 14명 중에서 나만 남아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일이 많이 오게 된다. 끝까지 남게 돼서 보는 이득이다.

 

신준호 소장의 찻집 인테리어
신준호 소장의 찻집 인테리어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가슴 뛰는 일을 해라’라고 보통 말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반대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매우 힘들다. 정작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모른다.

대학생들은 부모님한테 신세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독립하려고 애쓰지 말라. 고생하면서 세월도 좀 허송해도 된다. 그대신 공부는 계속해서 해야한다. 서른 살까지 시간을 좀 허비해도 괜찮다. 서른 살 이후에 나를 기대하고 준비해라.

 

‘거짓된 모순’

신준호 소장을 만난 후 인터뷰가 끝나가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이다. 신준호 소장과의 대화를 통해 본 그는 거짓된 모순이었다. 자신의 진심과 의도를 더욱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그는 모순어법을 사용하는 듯했다.

‘돈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재미있는 일이고 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냥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이유로는 ‘건축 공간이 주는 힘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철학은 개뿔’이라고 말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가장 디자인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주장한다.

한 번쯤 ‘타인을 위해서’라고 멋지게 포장할 수 있지만 그는 그런 말을 뱉지 않는다. 단지 ‘재미있어서 그냥 해봤다’며 가볍게 넘긴다.

디자인을 하면서 공간을 변화시킨다. 색을 입히고, 모양을 만들고, 다른 재료로 사용해본다. 일을 할 때면 가장 디자인을 잘 하지만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전혀 디자인되어 있지 않는 그다.

 

그와 인터뷰 끝 무렵,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인터뷰 초반에 쓰게만 느껴졌던 커피맛이 갑자기 부드럽게 느껴졌다. 커피맛도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 인터뷰 전에 생각했던 당신과 인터뷰 후에 알게 된 당신이 달라져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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