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을 분류할 때는 외국과는 다른 특이한 형태로 분류한다. 자유주의자, 사민주의자 등의 것이 아닌 특정 인물과 친(親)의 관계 유무를 두고 분류하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친목도모의 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당장 9시 뉴스에서도 앵커들은 정치인들에게 친이, 친노, 친박 등의 명칭을 부여해준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이 아닌 그 사람이 어떤 사람 밑에 있느냐가 중요시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구조가 철저하게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는 ‘보스정치’의 형태를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전원내대표가 사퇴한 일도 특정한 인물이 원내대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발생한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계파갈등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구조는 한명의 강력한 위정자를 중심으로 권력집단이 생기고 그 집단이 정당을 형성한다. 그 다음 정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할 수 있게 해주는 ‘공청권’을 특정한 인물들이 독점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공청권을 가진 인물 밑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정당풍토는 특정한 사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인물로 인해 정당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보스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라는 제도의 의미를 잃을 만큼 인물중심 정치가 귀족의 정치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선거의 본질은 정책과 사상을 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천권을 얻기 위한 권력자들이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선 선거권자의 힘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귀족들의 정치는 권력이나 직위를 얻기 위해서 백성들의 인덕을 얻는 인물보다 권력자들에게 충성할 수 있고 상대를 누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 위정자로 진출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치구조는 선거제도에서만 민주주의 형태일 뿐 실질적으로 위정자가 되는 방법은 위와 같은 귀족정의 그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대의제의 힘은 다수의 사람들의 것이지 소수의 권력자의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은 다수로부터의 힘이 아닌 소수로부터의 힘에서 시작 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정책의 정당성을 얻는 게 아니라 권력자에게 정당성을 부여받으면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귀족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국민으로부터 오는가. 대한민국의 대의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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