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나노’와 ‘융합’이란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된다. 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로 원자와 분자들을 셀 수 있을 정도의 매우 작은 크기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과 같은 극한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과 연결되며 이는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우리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더불어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단일 학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문간 융합 연구는 필수적이 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교통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통계물리학의 기법을 활용하거나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위한 전자소자의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물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두 양자는 전자와 광자로 후자는 빛을 구성하는 입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빛이지만 전자와 달리 광자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이 작아 그만큼 컨트롤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집에서 빠른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더 밝고 오래가는 LED 전구를 제작하고 태양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은 우리가 빛을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났기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노광학은 빛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컨트롤하는 학문으로 전술한 과학기술 영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빛을 컨트롤할 수 있는 어떤 ‘구조’가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빛의 파장 크기 정도의 물질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광자결정과 금속과 유전체 사이에 형성되는 표면 플라스몬 현상을 이용한 플라스모닉 구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구조들이 보여주는 현상을 이외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석 오팔이 내는 색은 이산화규소 나노입자가 주기적으로 배열된 광자결정이며 중세시대 교회의 스테인글래스가 내는 색도 금나노입자가 특정 색의 빛을 흡수하는 플라스몬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 나노광학 연구는 기존의 물리기반 소자를 넘어 바이오 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관찰하거나 다루어야 할 대상이 분자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나노수준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이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14년 노벨 화학상은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을 개발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세포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세포 안에 DNA가 어떻게 전사되는지 단백질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빛을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에 강하게 속박 시킴으로써 생체분자와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 단일 생체분자의 검출이 가능한 다양한 나노광학 바이오센서가 개발되어 보고 됐다. 더 나아가 빛을 생체 내에 주입하고 검출하기 위한 생체친화적인 나노광학소자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이 나노광학을 이용 인체 내의 생체분자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검출하는 시스템의 구현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 분야와의 융합 연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 융합 연구는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목표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단일 학문에서 이룩한 성취가 넓고 깊어져 다른 학문간 거리가 그만큼 멀어졌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서 배운 사고의 방식이나 지식이 다른 학문 분야에 이해를 오히려 가로막기도 한다. 고교시절에 과학과목을 선택하면서 물리와 생물을 선택한 이유를 반추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성공적인 융합 연구를 위해서는 자신의 주 전공분야도 심도 깊게 연구하여 내공을 쌓고 다른 학문도 오픈 마인드로 배워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부할 게 많아졌고 싫었던 공부를 해야 하는 사실은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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