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문제를 다룬 1993년 아주대학보
등록금 문제를 다룬 1993년 아주대학보

1993년 3월 17일 발행된 본보 제 262호 1면엔 학생회와 학교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기사가 실려있다. 내용인 즉 등록금 인상문제로 학교와 학생의 마찰이 지속되는 와중에 학생회는 학교 사무국과 기획실을 점거하고 예·결산 서류와 디스켓을 가져간 것이다.

등록금 협의 과정에서 학교는 15%의 등록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총학생회측은 9%의 인상안을 내어 놓으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총학생회 측은 등록금에 불필요한 부분을 감축하기 위해 예·결산안 공개 요구를 학교 측에 전달했으나 거절되면서 위 사건이 발생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학구조의 특성상 매년 증가하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등록금 상승률은 국립대 7.3%, 사립대 9.2%로 평균 물가상승률인 4.8%의 1.5배 이상을 웃돌았다. 매년 학교와 학생회간의 등록금 협의가 있어왔지만 언제나 학교는 물가상승률을 뛰어 넘은 등록금 상승률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만큼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등록금 인상을 체감하는 학우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2달 이상 진전이 없던 등록금 논의는 학생회측이 학교 측의 등록금 15% 인상안을 받아들이며 끝이 났다. 학생회가 얻은 것은 지금 원천관 앞에 세워진 ‘선구자상’뿐이었다.

최근 학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학버스 노선폐지 또한 그 맥락이 다르지 않다. 학교측은 통학버스 운행을 통해 누적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분당 ▲사당 ▲인천 ▲잠실 노선을 폐지하는 결과를 공시했다. 학교측에서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 위 노선 적자는 약 2억 3천만원이 넘는다며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통학버스 노선 폐지 후 절감되는 금액을 학생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중운위에 전달했으나 구체적인 사용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신분당선을 이용하게 될 학우들에 대한 수요조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일방적으로 통학버스 폐지를 통보했다는 점이다. 이에 중운위에선 즉각적인 반발에 나섰으나 지난 19일 오후 통학버스를 폐지를 강행했다. 93년 있었던 기획실 점거 사건은 그 원인이 학교의 불통에 있었다. 23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교의 의사결정과정은 개선되지 못한 듯하다.

우리 학교의 이념 중 하나가 인간존중(人間尊重)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남을 존중할 수 있는 정신을 우리는 학교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하며 학교 또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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