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1988~1992 서울대학교 농화학과 학사
2000.06~ 경기방송 프로듀서
2010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 지부장
2012.05~ 경기방송 편성제작국 팀장

노광준PD는 박지성 신화의 이면을 취재하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을 미디어 비평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진정한 언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친근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면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노광준 PD를 만나기 위해 그가 일하고 있는 경기방송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버스로 약 30분 떨어진 곳. 인터뷰를 하기 전에 소개받은 주조정의 모습을 보니 실제 라디오 제작현장으로 분주한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Q PD 활동을 하면서 책을 편찬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많은 글을 쓰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이 본인의 삶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인가

A 글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가장 뜻 깊은 일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이나 사회적으로 취약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발언의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글로써 그들을 말을 대변해주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나는 생생한 현장을 보고 듣고, 그것을 다시 되물으면서 피드백을 받다 보면 나만의 감정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 생기는데 이 때 쓰는 글이 진정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듯이 쓰는 글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광준PD는 어렸을 때부터 전 kbs 복싱 해설위원인 아버지께 스포츠얘기를 듣고 자랐다. 어린마음에 가족의 일상에는 관심이 없고 일 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야속해 그는 커서 언론인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올바른 언론인으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그는 현재 과거의 아버지와 똑같이 가족들에게 취재현장에 대해 얘
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듣는 이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이다.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표현방법에 서툴렀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Q ‘뉴스는 반만 믿어라’라는 책을 통해서 언론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비판했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A 뉴스를 100% 진리라고 믿는 시청자들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믿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사건이 터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의 진실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고는 사실이 아닌 일이 사실처럼 시청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전파된다. 나 역시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내가 여론몰이의 희생자가 되고 힘든 일을 겪고 나니 나처럼 언론을 하는 사람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데 정작 일반인 희생자는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Q 그렇다면 현 시대의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우선 내가 언론에 대해 평가할 자격은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내 생각으로 언론인의 덕목 중 하나는 겸손함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듯이 취재를 하다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수도 없이 나온다. 그래서 더더욱 사실 확인이 중요한 것인데 요즘 언론은 섣부르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언론인이 직접 보고 확인한 만큼만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언론인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가 오히려 언론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았으면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Q 시청자들은 언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A 언론에서 내놓는 헤드라인 기사만을 받아들이지 말고 어떤 사건에 대해 본인이 직접 여러 개의 기사를 검색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세상의 모든 뉴스를 다 검색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 스스로가 관심 있는 뉴스는 기사별로 비교해보는 경험을 해보면 잘못 전달된 오류도 바로잡고 뉴스 이면에 있는 점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그는 언론을 농업에 비유했다. 소비자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헐값의 농산물만 구입하면 친환경으로 제대로 농사지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뉴스 생산자 못지않게 뉴스 소비자의 안목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에 그의 비유는 적절했다. 그의 생각을 통해 보다 많은 네티즌들이 양심적이고 정확한 기사를 선별할 수 있고 제목 장사하는 기사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뉴스 생산자들은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고 사실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Q 현재 경기방송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데 지역방송만의 장점이 있다면
A 지역언론의 가장 큰 장점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감시해주고 견제해준다는 것이다. 사회가 바람직하게 나아가려면 우선 작은 것부터 차례대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의 시작이 지역방송이다. 예를 들자면 ‘학교용지분담금’이라는 경기도와 도교육청간의 논쟁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경기도로 한정된 문제이니까 중앙방송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논쟁들을 보도하는 일은 지역방송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Q 지역방송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나
A 우리가 여건이 안되서 지상파 방송 3사처럼 매년 공채를 할 수 없는 상황도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방송을 중앙방송으로 가기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한 장소로만 보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다. 지역 방송에 자부심을 갖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지방방송이 활성화 돼야 지역주민들의 삶이 건강해진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거기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 가장 싫다.(웃음)

Q 3년 전에 경기방송의 운영이 힘들어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들었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이겨내는가
A 힘든 일은 늘 따라다닌다.(웃음)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생기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해결방안을 찾다가 청취자 참여형 방송 DJ 작가 오디션인 ‘예스 라디오스타’ 프로그램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Q ‘예스, 라디오스타’란 무엇인가
A 라디오는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이 만들어가는 매체로 쌍방향통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10대들이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아 라디오의 미래가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는 걱정과 고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청취자 참여형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이었다. 청취자들이 단순히 사연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가 진행자가 되고 작가로 활동하며 청취자들끼리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크형 구조를 고안해냈다. 이것이 ‘예스,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이다.
나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우리 동네 주민 모두가 경기방송의 통신원이 돼 소통하는 것이다. 엄마들끼리 수다 떨다가 나오는 재밌는 얘기, 학교에서 있었던 교육현장의 얘기 등 어떤 내용이든 스스럼없이 다른 청취자들과 나누며 경기방송을 친근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Q '예스, 라디오스타‘ 프로그램을 포함해 14년 동안 큰 상을 다섯 번이나 받았다고 들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 비결이 무엇인가
A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항상 염두해두는 두 가지의 덕목이 있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청취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며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이렇게 꾸준히 도전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출품을 한 모든 작품이 상을 받은 건 아니에요. 사실 세배정도는 더 출품을 했다가 떨어졌죠”(웃음) “수상의 비결이라고 할거까지는 없지만 상을 받아야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청취자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지키면 되는 것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A 2009년 6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친환경 학교 급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 학교급식을 믿을 수 있는 친환경 급식으로 만들어달라고 경기지역에서 약 8년간 학부모들이 길거리에서 싸운 일이 있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에 한번도 보도되지 않다가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 후 우연치 않게 친환경 학교 급식이 경기권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도입되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어둠에 묻혀져 있던 목소리를 세상 바깥으로 꺼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그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변화하는 사회를 볼 때 PD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Q 그렇다면 PD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A 한 단어로 말한다면 ‘기획력’이다. 하지만 창의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기획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다. 기획력은 태어날 때부터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즉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억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한 기획이 통과되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이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포용하고 조율하며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과정을 ‘추진력’이라고 말하는데 ‘기획력’이 있기까지에는 항상 추진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Q 추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추진력’은 대인관계에서 나온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능력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듯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면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고 빛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혼자 ‘추진력’을 기르겠다고 애쓰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대학교 때 농학을 전공하면서 농업을 단순히 과학기술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농업 과학을 연구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의 현장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농민들에게나 먹거리를 소비하는 소비자들한테나 뜻 깊은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FD와 구성작가를 시작하면서 방송에 흥미를 붙이게 됐고 이때부터 농업과 방송을 접목시킨 농업 전문 방송국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지금도 놓지 못하고 있다.

Q 현재 PD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A 대학생들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이렇게 묻곤 한다. ‘pd가 되려면 꼭 언론정보학과나 신문방송학과를 가야 하나요?’ 내 대답은 ‘전혀 상관없다’이다. 물론 방송과 관련된 학과를 나오면 방송 관련 이론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pd라는 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본인이 전공한 학과와 방송을 접목시키는 것도 큰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지 않느냐.(웃음)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이 취재현장이고 방송현장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 꿈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아름답고 순탄한 길을 택하기보다 용기 있는 소신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노광준PD. 잠시나마 그를 만나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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