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교육부 황우여 장관은 현행 검정제도를 강화하거나 국정으로 전환하는 2가지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학을 가르치는데 있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에 황 장관은 “역사의 중요한 내용은 국가가 맡아서 교육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심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것은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역사의식이라는 것을 자라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이다.

역사에서 중요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관들이 어떤 역사를 쓰느냐에 따라 그 중요도는 항상 변경돼 왔다. 조선시대에는 중요시 여겨지지 않았던 삼봉 정도전은 현대에 와서 조선을 설계한 사람으로 혁명가라는 칭호가 붙게 됐다. 그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중요한 것은 바뀌기 마련임에도 이를 국가에서 단 하나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역사에 대해 무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E.H.카가 말했듯 역사는 그 시대가 어떤 내용을 택하느냐에 따라 시대의 모습이 반영된다. 중요한 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국정교과서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역사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행위다. 역사는 끊임없이 사고하는 학문이다. 사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왜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 육하원칙은 언제나 변화하고 다면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학문이 역사다. 이런 학문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건 역사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교육부는 역사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선 오히려 ‘다양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국정교과서는 역사의 제대로 된 인식을 막을 뿐이다. 학생들에게 ‘윤치호는 친일파다’가 아니라 윤치호라는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진정한 역사교육이란 이런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사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이런 교육방식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더 멀어지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역사학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면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역사교육을 이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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