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도서관 지하 고시반은 좋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고시반 입구에 위치한 하수도에서는 오물이 유입돼 악취가 나고 해충이 번식한다. 지하에 위치한 특성 상 내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항상 먼지가 가득하다. 피난 설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고시반 학우들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월 기획처는 고시반에 이전을 제안했다. 비상시 필요한 피난동선이 확보되지 않아 안전상의 문제로 이전이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장소로 제시된 남제관은 소음과 수납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갖고 있어 2월 시험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고시반 학우들이 납득할 수 없었다. 고시반에서 공부하는 김지현(금융공학·4) 학우의 “지하 고시반이 남제관 보다 공부할 여건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학교측이 학우의 의견수렴 없이 고시반 이전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고시반 이전 결정은 학교와 학우들의 갈등을 불러왔다. 만약 학교와 학우들의 의견을 조율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금세 해결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학우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학교의 입장과 공부환경이 우선인 학우의 입장은 어느 한쪽도 비난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의 원인이 소통의 부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처음 학교에서 고시반 이전을 권유한 지난 1월에도, 다시 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학교측의 학우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 학과나 동아리에 비해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줄 수 없는 고시반은 상대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학교와 고시반 학우들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해 줄 수 있는 학우 자치기구가 필요하다.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두 입장을 중재시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면에서 총학생회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오는 15일 기획처에서 고시반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다. 지금이라도 총학생회가 나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측에 전달한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학교측도 학우들을 위한 고시반 이전이라면 학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준비하는 시험마다 기간이 각기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7~9월 사이는 고시반 학우들에겐 시험 결과가 발표되길 기다리며 잠깐 쉬어가는 시간일 수 있다. 지금의 시기를 놓치면 학우들의 시험일정 때문에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