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과를 나왔지만 축구가 좋아 캐스터를 시작해 벌써 10년째 캐스터를 일을 해오는 SBS SPORTS의 이재형 캐스터! 축구중계만 1천 1백 27경기를 해왔고 중계하는 일이 너무 좋아 죽기 전까지 캐스터를 하고 싶다는 이재형을 만나보니 그에게서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 인터뷰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는 프로의 모습도 멋있게 다가왔다.

이재형 캐스터
이재형 캐스터

Q.캐스터로서 축구중계를 하면서 제일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가?
A.과거의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많이 알고 진행하는 사람이 중계를 잘한다고 평가를 받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기사에 올라오는 가십거리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선수의 이적정보, 키, 나이, 출전기록 등을 철저히 준비한다. 선수의 현재 몸상태나 이번에 맞붙을 팀과 진행했던 지난 경기에서 활약을 얼마나 했느냐 같은 정보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를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경기를 경기내용으로만 봐야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가십거리를 통해 중계하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선수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 것처럼 경기장에서 나오는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기를 정보로만 보면 재미는 있겠지만 재미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어떤 구단으로 유명한 선수가 이적하고 데뷔전이 가지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수 있겠지만 그 선수가 새롭게 이적해 그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고 동료 선수들과 어떤 조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팬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이재형 캐스터가 경기를 중계하시면서 하는 재치있는 말들이 축구 커뮤니티에서 많은 화제가 되곤 했었는데 멘트들을 따로 준비하시는 건가?
A.특별히 준비한 적은 없다. 캐스터라는 직업이 아나운서의 범주 안에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해설위원보다 말하는데 있어 조금 자유롭지는 못한 거 같다. 그래서 단독으로 말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해설자가 경기상황을 딱 보여주는 말을 했을 때 내가 같이 재치있는 말로 흐름을 이어가는 거다. 이번에 이슈가 됐던 세르비아 각도기라는 멘트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같이 중계했던 장지현 해설이 맨체스터 시티의 콜라로프 선수가 각이 없는 상황에서 골을 넣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 상황을 종합하는 단어로 세르비아 각도기라고 말했는데 중계를 들은 분들이 좋아해서 내가 더 감사했다. (웃음)

 

Q.2006년 12월부터 네덜란드리그를 중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A.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사실은 저를 대중적으로 알려준 시바사키 선수가 있던 일본경기 같다. 내 중계인생은 수아레즈 선수가 상대편 선수를 물었던 사건 전후로 나뉘고 후에 시바사키선수를 잘못 불렀던 사건으로 또 나뉜다. 입사를 해서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없던 네덜란드리그, 박주영 선수가 떠난 프랑스리그같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리그부터 중계를 시작했다. 그래도 누가 보든 안보든 불평하지 않고 축구를 중계한다는 자체가 좋아서 정말 열심히 했다. 시간이 지나 이청용선수가 잉글랜드리그로 이적한 시즌부터 잉글랜드리그라는 중요성이 높은 경기를 중계하게 됐는데 중계하면서 제가 가진 단점을 지적받지 않았다. 지적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리그를 거의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니까 단점들이 보완되고 큰 콘텐츠를 할 수 있게 준비가 되었던 게 중요한 거 같다. 먼저 수아레즈 선수가 내 인생을 한 번 바꿨다. 수아레즈 선수가 경기 중에 상대선수를 물고 너무 웃겨서 경기가 끝난 후에 박문성위원과 내가 클로징 멘트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근데 이 장면이 영국 신문에까지 나오고 포탈 검색어 순위에 나오는 정도로 이슈가 됐다. 시바사키 선수의 이름을 잘못 언급한 사건도 내가 중계하면서 최악의 실수인 욕을 한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해줬다. 일본 국가대표경기였고 경쟁사들도 중계가 있어서 시청률도 나뉘고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지만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전날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링거까지 맞은 몸상태가 최악인 상황이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시바사키선수를 말할 때 발음을 주의해야지’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몸이 힘들고 약기운이 퍼지다 보니까 시바사키선수 이름을 욕으로 발음해버렸다. 당시에 제 실수를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담당피디가 커뮤니티를 확인해보니 반응이 좋아 그냥 넘어간 갔다고 하더라.

 

Q.이 사건 이후에 이재형 캐스터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A.이 사건을 통해서 나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고 유명해진 게 느껴진다. 축구장만 가도 느껴지는 게 예전엔 나를 보고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사진도 같이 찍으려고 다가오는 분들이 열배는 늘어난 거 같다. 근데 내가 제일 좋았던 반응은 이재형 캐스터는 어떤 중계를 맡아도 정말 열정적으로 한다는 말이 팬들한테서 나왔다는 거다. 내가 진행한 축구중계는 전부 다이어리에 적어보니 입사 후에 1천 1백 27경기나 됐다. 이 경기들을 묵묵하게 열심히 준비해서 중계를 하는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동병상련의 친구처럼 저에 대한 측은함이 팬들에게 있어서 좋아해 주신 거 같다. 캐스터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기보다는 함께 경기를 보신 분들이 나에게 주신 애정, 의리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내가 팬들의 반응에 대한 해석을 너무 좋게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인생을 살면서 성실하게 꾸준히 일하면서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함께 좋아해주시고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을 모아주신 거 같다.

 

Q.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것이 장점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A.비슷한 질문을 과거의 인터뷰에서도 많이 받았는데 나는 그렇다면 오히려 그 질문을 하시는 분들에게 ‘그 일을 정말로 사랑하시는 가‘에 대해서 되묻고 싶다. 정말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데 그게 일이면 행복할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아나운서라고 가정하면 월요일 새벽 6시에 뉴스라디오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일요일 새벽에 있는 축구경기를 볼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캐스터라서 아침에 출근을 하더라도 축구를 보는 게 내 일과 연결되기 때문에 꼭 봐야한다. 요즘 평일새벽에 중계를 하고 주말새벽에도 일을 하다보니까 신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몸의 피로를 스포츠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은 한 번도 없었다. 중계하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중계를 끝내고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그래도 만약 캐스터 일에 회의감을 느꼈다면 시바사키선수 사건때 팬들에게 욕을 먹었을 거다. 회의감이 생겼으니 일에 있어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준비도 등한시하게 되니까 중계 중에 내가 열심히 안하는 것이 팬들에게 딱 보였을 거다. 시바사키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제가 회의감을 한 번도 느끼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Q.이재형 캐스터가 축구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90분 동안 열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경기가 열정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이재형 캐스터의 인생에서도 투영되는 것 같다.
A.스포츠 중계는 스스로 준비하는 자료 말고는 대본이 없다. 하물며 대본이 있는 프로그램을 봐도 등장하는

이재형 캐스터의 다이어리
이재형 캐스터의 다이어리

 사람들의 삶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 대본도 없이 생중계로 이루어지는 방송하는 캐스터는 당연히 중계 속에서 인생이 들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중계를 하면서 매일매일이 기쁘고 싶고 스포츠를 정말 사랑하는 분들과 마음을 교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다.. 그래서 나는 “이재형 캐스터를 보면 축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는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좋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지만 열정이 느껴지는 선수들과 함께 뛰는 마음으로 중계하면 나도 함께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됩니다. 진실한 마음은 통한 다는 말이 있는데 중계를 통해서 나의 마음을 알아주시니 기쁜 일이다. (웃음)

 

Q.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열정하나면 모든 지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열정만 있으면 다 할 수 있고 포기하지 않고 힘든 줄도 모른다. 혹시 본인이 바라는 자리에서 열심히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이 시기를 밑거름으로 삼아 다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어 만약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있을 때 본인이 최선을 다했던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 본인이 열심히는 하는데 빛을 보지 못하고 당장의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아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나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소망과 열정이 생기는 좋은 선배이자 동료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남에게 주목받지 않아도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꼭 누군가는 여러분을 알아봐 줄 것이다.

 

인터뷰만 보면 이재형 캐스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눈보라가 치든 태풍이 불어오든 묵묵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해 앞만 보고 가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 속에서는 둥글둥글한 이미지와 좋은 목소리 때문에 과거에 가졌던 교회오빠라는 별명이 이재형이란 사람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었다. 긴장을 한 우리에게 긴장하지 말라며 배려해주고 사진촬영도 먼저 해주는 그의 모습은 열정만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항상 모든 경기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뒤에서 보면 그가 이미 얼마나 완성된 사람인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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