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인디 게임’ 이라는 용어는 사실 낯선 것이 아니다. 인디 음악 같은 장르는 최근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이 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인디라는 말은 독립을 뜻하는 Independence 에서부터 나왔다. 소규모로 제작을 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돼있는 게임을 대체적으로 인디게임 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분명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단순히 자본에 독립되어 있다는 사실로도 인디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게임 비전문가가 만든 게임도 인디 게임이라는 정의를 붙일 수 있는가 혹은 외부 자본에 독립되어 있되 상업적인 성격을 띠는 것 또한 인디 게임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개발자가 원하는 게임을 직접 제작한다는 점 ▲소규모로 개발이 이뤄진다는 점 ▲자본과는 독립되어 있다는 점 이 세 가지가 인디 게임의 대체적인 특징인 것은 분명하다.

스팀은 대표적인 게임 유통 및 공급 업체로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은 이곳에서 판매 된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인디 게임으로는 ‘바인딩 오브 아이작’ ‘마인크래프트’ 등이 있다.

비록 인디게임이 대형 자본을 받지는 못하지만 이런 높은 수준의 화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록 인디게임이 대형 자본을 받지는 못하지만 이런 높은 수준의 화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디 게임 그 안에 숨어져 있는, 매력

“이 세계에 발을 담근 다는 건, 프로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뜻이죠”
수백만 장 이상의 판매기록을 냈던 인디 게임 ‘브레이드’ 의 제작자 조나단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스로 인디 게임의 세계는 프로와는 동 떨어진 길이라고 비유한다. 말 그대로다. 인디 게임은 프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 아니라 모험을 하고 싶어 하는 개척자들이 걷는 길이다. 그 길의 끝에 절벽이 있던 노다지가 있던 중요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많은 인원들이 모여서 월급을 받으며 위에 내리는 지시대로 게임을 만드는 일반 게임과는 다르게 인디 게임은 대중들의 펀딩 혹은 본인들의 자금으로 개발비를 충당한다. 외부의 개입을 받지 않는 다는 점에서부터 많은 인디 게임들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게임을 추구한다. 대형 게임의 목적은 최대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최대한 많은 숫자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기도 하다. 인디 게임은 다르다. ‘이런 게임을 해보고 싶었어!’ 라고 말 하는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하다.

대중들의 트렌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부터 인디 게임은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위에 언급된 게임 브레이드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는 독창적인 메커니즘을 시도했다. 몬스터를 만나면 체력이 깎이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전 번의 실수를 통해 플레이어는 장애물을 통과하는 법을 알아가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조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인디게임의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쓴 인디 게임 ‘투 더 문’ 은 일반적인 사람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RPG 메이커 툴을 사용했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람의 기억 속에 들어가 기억을 삭제시킨다’는 독특한 배경과 상호작용을 만들었다. 게임에도 충분히 감성을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인디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스 워 오브 마인’ 이라는 인디 게임은 전쟁에 관한 색다른 시선이 매력적이다. 보통 전쟁 이라는 소재를 차용하는 게임들은 적에게 총을 쏴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을 죽이는가에 집중하거나 전쟁을 함으로써 얼마만큼 나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게임은 다르다. 전쟁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의 삶이 얼마큼이나 비참해지고 망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플레이어는 주인공들을 이동시켜 먹을 것을 구하거나 훔쳐야 하고 여차 하면 다른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전쟁 후의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실수든 고의든 타인을 죽게 하거나 도움을 외면하면 그들은 괴로워하고 슬퍼한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형태의 것이며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인지에 대해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2011년에 제작된 ‘인디 게임 더 무비’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브레이드, 미트보이, FEZ를 제작한 세 명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다루며 인디 게임 개발자 자체를 다룬 영화다. 그들은 수 년간 인디 게임을 제작해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높은 명예를 쌓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게임으로서 자신을 표현 하며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했고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영화 자체에서도 이들이 인디 게임을 만듦으로써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은 수백만 장의 판매를 거뒀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영화에서 이들의 성공에 대해 언급하는 건 단 1초다. 대신에 이들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갈등과 고통과 역경을 조명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자부심, 게이머들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행복, 만족감 그 모든 것들을 말이다.

 

“이 게임을 완성하지 못 한다면 저는 자살할거에요”

 

게임을 완성하지 못한 다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에 FEZ의 개발자는 이렇게 답했다. 인디 게임은 그들의 인생 목표였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면 물론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딱히 큰 상관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형 게임은 사람들이 플레이 해주지 않는다면 그 존재 의의 역시 사라진다. 하지만 인디 게임은 그 자체로도 존재 의의가 있다. 그건 개발자들의 꿈의 산물이고 살아가는 목표다.

 

인디게임 '더 크루세이더스'
인디게임 '더 크루세이더스'

우리나라에서도 피어나는 인디 게임의 꽃

우리나라 역시 인디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해외에 비해 인디 게임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는 한국 게임 유저들의 분위기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에 돈을 지불하고 구매를 한다는 것에서부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학부의 이정엽 교수는 “우리나라 유저들은 90년 대 중반부터 불법 복제, 무료 번들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여전히 돈을 낸다는 것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새로운 게임은 대체적으로 플레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 심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디 게임을 만들어 판매를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필수로 해야 한다. 심지어 판매가 아니라 무료로 나눠주는 게임마저도 사업자등록 및 작업자 등록을 거쳐야 한다. 사업자등록을 한다면 소득세 납부 의무와 더불어 직장 혹은 학교 내에서 불이익을 받을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또한 개인 사무실이 있어야 작업자등록을 받을 수 있는데 1인 개발 혹은 소규모 개발을 하는 개발자들이 안고 가기엔 커다란 부담이 된다. 또한 심의를 받는 비용만 하더라도 액수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이러한 난점 때문에 대부분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시도를 하지 못하거나, 혹은 아예 국내에선 심의를 받지 않은 채로 해외 시장 만을 공략하려는 방법을 찾는다. 이 때문에 국내 개발자가 제작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정발되지 않는 인디 게임들도 존재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제도는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별도의 사업자등록 없이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배포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게임 혹은 공익적인 목적을 띤 게임 외에는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하며 사업자등록을 필수적인 사항이다.

세 번 째로 인디 게임을 대하는 자세다. 단순하게 외부적인 퍼블리쉬나 자본이 없다면 인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생각을 달리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본에 대한 독립 보다는 독립된 생각이 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독립된 생각 을 추구한다. 우리나라는 이 점이 조금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는 다는 것은 곧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야 자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생각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거대 플렛폼들의 레드오션화, 인디게임 관련 행사 부족, 역량 부족 등의 문제점들이 있지만 국내의 인디 게임에 대한 정서는 좋아지고 있다. ‘인디게임개발자들 모여라’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생기면서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모일 수 있는 소통창구가 되었다. 인디 게임에 대한 매니아층들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번 12일, 13일에 열린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도 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축제 중 하나가 됐다.

맨 땅에 헤딩하면서, 우리가 개척해 나가는 것
현재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했고 해외의 대표적인 게임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준비하고 있는 인디 게임 TGL 의 개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게임 회사를 다니던 도중 퇴직을 결심하고 3년 째 게임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회사를 다니던 퇴직금으로 시작한 게임이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생긴 영감들을 구체화하고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 회의를 해보다가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죠. 애초에 목표했던 것 자체는, 게임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보자 가 아닌 최소한의 리소스로 게임을 만든다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에요”

평택에 있는 한 사무실에 그들은 매일 같이 출근을 하며 게임을 제작한다. 정해진 출·퇴근도 없다. “회사 다닐 때와 비교를 한다면 지금이 훨씬 좋아요. 회사를 다닐 땐 저희는 회사의 부속품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다 정해져 있고, 심지어 나라는 사람이 없어도 게임은 잘 만 만들어졌죠. 보람도 딱히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퍽 홀가분해 보였다. “저희는 계속해서 맨 땅에 헤딩을 하고 있어요. 인디 게임에서 정해진 길이라는 건 없죠. 계속해서 개척을 해내가고 있고 답은 존재하지 않아요. 만약 인디 게임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막연한 생각보다는 단단하게 각오를 하고 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미 앤 스트레테지’ 도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개발 중인 인디 게임이다. 국내 최대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약 이천 만원 상당의 금액이 모였으며 독특한 디자인과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다 개발을 하면서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고 만들고 싶던 것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시작이 됐죠.” 그 전까진 국내에서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대체적으로 흥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발표된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훨씬 뛰어넘음으로써 대중들로부터 돈을 후원받는다는 구조인 클라우드 펀딩에서 최초로 성공한 인디게임이 되었다.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낯 설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게임 발매일은 길어지게 됐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식할 수도 있는 방법이었겠지만, 부끄러운 결과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버텨나갔어요. 하지만 게임에 대한 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이 점만큼은 만족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디 게임의 땅은 척박하다. 매번 똑같은 종류의 모바일 게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게임들만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같이 척박한 땅을 어떻게든 일구어 가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결코 우리나라의 인디 게임 시장이 부정적이다 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

우리 학교에도 인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들이 있다. 산학원 6층의 작은 실습실, 그 곳에는 매일 같이 출근 아닌 출근을 해가며 인디 게임을 만드는 데 여력을 쏟는 학우들이 있다. 게임제작 소학회 TML에서 마음 맞은 사람들 몇 명이서 뭉친 팀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킬링 타임 용 게임이 아닌 무언가 의미가 담겨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라는 작은 신념 하나다. 작년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된 일명 ‘프로젝트 문’ 은 4명이서 시작했지만 게임의 분량이 커지면서 지금은 7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서 팀장을 맡고 있는 김지훈 (미디어·4) 학우는 “어린 시절에 게임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어요. 그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에 게임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 말한다. “판매되고 있는 게임들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게임은 없었어요.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소재들을 조금만 변형시키거나 다듬어도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 많을 텐데 항상 ‘왜 없지? 왜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다가 어느 날 ‘내가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항상 개발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을 통째로 엎어야 했던 적도 있었고 팀원들과의 불화도 종종 일어났다. 게다가 팀원의 절반은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이었다. 어쩌면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토익 점수를 따거나 스펙을 쌓는 등의 일들에 눈이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지훈 학우는 “종종 회의감도 들었어요. 내가 이걸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을 정도의 가치가 과연 있을까,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 줄까, 이런 물음이 등장하면서 점점 내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어지는 거죠. 오히려 게임자체의 개발에 대한 어려움은 부수적인 문제였어요. 제 실력이 부족한 것은 게임처럼 재밌게 극복할만한 것들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게임 제작을 택했다. 눈앞에 있는 길을 외면하고 어쩌면 험난할 수도 있는 황무지를 선택한 것이다. “토익이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취직하는 건 제 삶이 그만큼 밋밋해 보이는 것 같아 재밌어 보이지가 않았어요. 제 최종적인 목표는 저만의 게임 스튜디오를 만드는 거예요. 저는 그 곳에서 저 만의 게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을 꼭 완성할거에요” 굳게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인디 게임 더 무비’ 에 등장한 게임 개발자들을 연상시켰다.

 

우리 학교 인디게임 제작 동아리 'TML'
우리 학교 인디게임 제작 동아리 'TML'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거 하면 취직에 도움 돼?’ ‘왜 그런 게임을 만들어?’ 그들이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무수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생소한 게임 분위기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제작은 계속됐다.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제작중인 게임 <로보토미>는 현재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본래 목표액의 약 400%가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게임 제작에 몰두하고 있으며 완성이라는 골인지점을 향해 계속해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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