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에 1만 5천원? 비싸도 상관없어요 독특하고 참신할수록 좋아요

기존 소주와 비교했을 때 8배 가량 비싼 ‘원소주’는 2월 출시 직후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출시 1주일 만에 2만 병을 완판했고 9월까지 누적 판매량 1백만 병을 기록하는 위엄을 토했다. 편의점에는 입고되는 즉시 판매됐고 “원소주 들어온 거 있나요?”라는 말은 알바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원소주의 품절 대란은 가격과 상관없이 술을 구매하는 2030의 새로운 주류 트렌드에서 비롯됐다. 술을 취하기 위한 수단. 회식 자리에서 사용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던 이전 세대와 다르게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술의 의미는 변해가고 있다. 비슷비슷한 맛의 소주와 맥주 그리고 막걸리에만 한정되지 않고 술을 즐기며 다양하고 독특한 술을 찾아 나선다. 주류 트렌드는 술뿐만 아니라 안주와 숙취해소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이색 주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선정한 ‘2022년 10대 트렌드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젠 기업들이 2030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이색 주류만 해도 한손가락에 셀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자몽과 청포도 등 주류에 과일같이 달콤한 향을 섞어 쓴맛을 없애고 즐길 수 있게 만든 OO에 이슬 시리즈. ▲고길동 맥주 ▲곰표 맥주 ▲말표 맥주 ▲진라거 등 맥주와 상관없어 보이는 소재를 섞어 참신함을 주기도 한다. 민트초코나 빠삐코를 섞어 존재만으로 웃음을 줄 수 있도록 음식에 장난을 친 주류들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술들. 이런 참신한 종류의 술들이 양지로 나오는 원인엔 2030의 주류 트렌드의 영향이 컸다. 2030은 어떻게 술을 마시고 있을까? 그들의 주류 트렌드를 따라가보자.

수동적인 음주에서 능동적인 음주로, 더 맛있는 술을 찾아나서는 2030

이제 2030은 맛있는 술을 찾아나선다. 평범한 주류를 취급하는 평범한 술집에서 벗어나 멋진 감성으로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는 술집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2030의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가심비’의 영향이 크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의 줄임말로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소비하기보단 가격이 나가더라도 심리적 만족도를 중요시하며 소비하는 걸 의미한다. 2030은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똑같은 맛에 평범한 술을 마시기보단 가격이 나가더라도 새롭고 독특한 주류를 찾아나선다. 김지민(문콘ㆍ2) 학우는 “술을 마실 주점을 찾을 때 인테리어나 다양한 술이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찾곤 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근처에도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는 감성 술집이 있다. 요리주점 일호선과 사호선 그리고 팔호선에선 막걸리와 지역소주 그리고 수제맥주까지 총 50여개 이상의 다양한 술이 판매된다. 직원들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술을 추천해준다.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남일(31) 씨는 “술을 공수해오기 위해 국내에 좋은 술을 빚는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일호선과 사호선 그리고 팔호선처럼 다양한 술을 취급하는 감성 술집은 이제 보기 흔할 정도로 많아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가 심화되면서 정착된 혼술 및 홈술 문화도 2030의 주류 트렌드에 영향을 준 원인 중 하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36.2%가 음주 장소에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이후 음주장소가 자신의 집이라고 말한 사람은 92.9%에 달했다. 거리두기로 식사 가능 인원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증가했다. 이런 변화가 ‘가심비’와 연결되면서 단순히 취하기보단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맛으로 즐기고 SNS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술을 즐기면서 2030세대는 기성세대들과 다른 음주 문화를 즐기고 있다.

주류 관련 뉴스레터인 뉴술레터는 2030이 이색 주류를 즐기게 된 배경에 대해 “코로나 19로 집에서 술을 즐기게 되며 술집이 아닌 술과 안주에 포커스를 맞춰 다양한 시각으로 주류를 즐기고 있다”며 “2030은 본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출하고 싶은 세대들이라 일반적이지 않은 와인과 위스키 그리고 전통주 같이 다양한 술의 세계에 입문해 본인의 취향을 알가는 과정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 연합동아리 ‘와인앤다이닝’도 적극적으로 술을 찾아나서는 사람들로 뭉쳐있는 동아리다. 2019년 처음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와인에 대해 배우고 정보를 찾아 이야기하며 50여명의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기 위해 찾아나서고 있다. 와인앤다이닝 홍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지(24) 씨는 “2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 맞춰 와인문화를 알려주고 어려운 와인이 아닌 즐길 수 있는 맛있고 저렴한 와인을 즐기게끔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2030에 맞춘 새로운 주류 공간, 새로운 서비스

2030의 주류 트렌드는 술집에서 탈피해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세운 국내 최대규모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가 대표적이다. 보틀벙커는 ▲와인 ▲위스키 ▲전통주 ▲증류주 등 다양한 주류와 치즈같은 안주들로 구성된 4백 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매장은 단순히 주류를 구매하기보단 구경하고 체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틀벙커는 단순 쇼핑을 하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MZ세대들의 놀이터다”라고 말한 이영은 롯데마트 팀장의 인터뷰에 보틀벙커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보틀벙커는 주류뿐만 아니라 곁들일 안주와 음식을 살 수 있는 푸드페어링 존이 존재한다. 단순히 쇼핑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촬영을 통해 인증할 수 있는 구경거리도 넘쳐나고 휴식할 공간도 존재한다. 50ml씩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 탭’은 보틀벙커만의 특수성이 빛나는 공간이다. 아무리 비싼 와인이더라도 마시고 싶은 만큼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매장을 돌아다니면 직원들이 직접 말을 걸어오며 주류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보틀벙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 매장 속 술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원하는 술을 찾는 고객들에게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보틀벙커는 단순 구매뿐만 아니라 체험 공간을 원하는 MZ세대에 맞춘 새로운 주류 공간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품을 선택해 전달해주는 구독 트렌드에 맞춰 술을 전달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2019년 1월 시작해 현재까지 1백50만 병을 판매한 술담화가 그 주인공이다. 술담화는 매달 한번 전통주와 증류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담은 키트를 배송해주는 구독형 주류구매 서비스다. 키트에 들어가는 술은 매번 바뀐다. 키트엔 3~4종류의 술과 술에 대한 설명을 담은 큐레이션 카드가 담겨있다. 큐레이션 카드 속엔 양조장과 술에 대한 스토리텔링. 향미그래프와 안주페어링 큐레이션 등 술을 즐길 수 있는 정보들을 담아 마시는 재미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준다.

술담화에는 전문 소믈리에 4명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소식망을 바탕으로 매주 다양한 술을 시음하며 발굴한다. 술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테마를 선정하고 그 테마에 맞춰 술과 안주를 선정해 매달 키트로 제작한다. 술담화 대표 이재욱(30) 씨는 “매달 맛있는 술을 받는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술을 찾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술을 소개한다는 움직임과 함께 술담화는 4년간 40개 양조장 120개 술을 발굴해냈다. 이런 정성에 힘입어 술담화의 재구독률은 85%에 육박한다.

술을 넘어 안주와 숙취해소제까지. 다양하게 확장되는 주류 트렌드

술뿐만 아니라 술을 위해 소비되는 다양한 주변 음식까지 2030의 소비 범주에 들어가고 있다. ‘곰표 맥주’로 인기를 끌었던 곰표는 안주류인 나쵸와 오징어 튀김까지 곰표 제품을 출시했다. 앞서 언급됐던 혼술 및 홈술 문화와 연결되며 간편식과 냉동식 같은 안주류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혼술을 선호하는 사람들 중 74.3%는 간편식과 냉동식을 72%는 과자와 마른 안주 그리고 스낵 같은 음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과거 올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숙취해소제도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숙취해소제 업체들은 음료수로 마시는 기존 숙취해소제에서 탈피해 젤이나 환으로 만든 숙취해소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소미나 혜리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젊은 연예인들을 섭외해 2030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술만 먹지 않고 맛있게 먹기 위해 섞어먹는 ‘믹솔로지 트렌드’와 함께 술을 제외한 다른 음료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술에 토닉워터와 홍초를 섞어 먹는 2030이 증가하며 토닉워터의 판매량은 2017년 1천3백만 병에서 2021년 4천만 병으로 급증했다. 서로 다른 액체를 함께 섞은 ▲갓생폭탄 맥주 ▲꿀주 ▲장수막걸리쉐이크 ▲RTD하이볼 등 다양한 술이 출시한 배경에도 믹솔로지 트렌드가 뒤따른다. 뉴술레터는 MZ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주류 문화를 말하며 “마시는 술만 마시지 않고 새로운 술을 재밌어하는 2030만의 오픈 마인드가 주류 문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과거 대한민국의 성장기. 소주를 비롯한 술들은 노동을 잊기 위해 마시는 노동자들의 고된 삶으로 여겨졌다. 노동자들의 애환을 상징하며 위로하는 존재였던 술은 이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2030은 맛있는 술을 찾고 멋진 공간을 찾으며 술에 진심인 세대가 되고 있다. “우리 술 한잔 마시러 가자”는 이제 고된 하루를 털어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놀러가자는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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