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생방송 좀비 영화를 찍고 있는 정신없는 촬영 현장. 배우들이 현장으로 오던 중 사고를 당하며 출연할 배우가 없자 감독과 감독의 아내가 배우로 나선다. 스태프들은 열의에 가득 차 촬영을 시작하지만 계획했던 생방송 동선은 꼬이고 각본과 설정을 수정해가며 겨우 생방송 영화를 찍는데 성공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줄거리다. 힘겹게 촬영을 마친 주인공 일행은 무사히 작품 하나를 만들어낸 것에 기뻐한다.

학보는 하나의 연극이다. 학보사는 매달 연극 하나를 무대 위로 올린다. 그 과정에서 소품이 부서지기도 하고 극의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한다. 분량이 너무 많아져 배우가 연기한 부분을 통편집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너무 적어져 광고를 만들어 데강 떼우기도 한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극은 올라간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보며 학보사와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거저 만들어지는 창작물은 없다. 학보 하나를 만드는데도 무수한 과정이 들어가 있다. 글을 분배한 뒤 쓰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취재원을 찾아 연락한 후 답장을 받은 후 글을 작성한다. 이후 사흘간 밤을 새가며 글을 퇴고한 후에야 기사가 마무리된다. 길을 지나가며 거치대에 있는 학보를 슬쩍 보는 사람들은 학보 하나에 소모되는 노력을 알지 못한다. 필자 또한 본보에 들어오기 전까지 학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지 몰랐다.

힘겹게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도 공감이 느껴졌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완성에 기뻐할 때 정작 제작을 맡겼던 방송사는 촬영을 지켜보긴커녕 휴대폰을 하며 딴짓을 하고 있다. 한 기사당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교수님부터 도청 공무원에 학교 직원분들까지 연락해 취재를 요청하고 거부당하길 수차례 반복해야 기사가 완성된다. 그리고 그 기사 수십개가 모여 신문 하나가 탄생한다. 기사를 쓰는 과정엔 수차례 마라톤 회의와 밤을 새는 마감이 기다리고 있다. 쉽게 읽는 신문 하나를 위해 소모되는 시간의 양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필자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본보의 기자 생활을 마친다. 3년간 기사 85개를 작성한 기억은 이제 기록이 된다. 모든 결과물과 창작물에는 그것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 본보를 마치며 얻은 나만의 교훈이다. 영화를 볼 때도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 있는 걸 알고 있기에. 아무리 못 만든 영화에도 최소한 별점 3개는 주고 있다. 학보사는 별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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