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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파고든 마약류 범죄, 대한민국 마약의 현주소
  • 윤주선 기자
  • 승인 2022.11.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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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약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마약은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UN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22.5명을 기록했다. 심지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천처 조사에 따르면 전국 27개의 대규모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불법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마약 청정국에 살고 있다 자부하던 우리는 어쩌다 마약이 넘쳐흐르는 일상 속에서 살게 됐는가?

마약의 모든 것 - 정의와 의료효능 그리고 부작용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마약이라는 용어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을 의미한다. 보통은 중독성 있는 물질인 마약과 대마 그리고 향정신성의약품을 지칭하며 정확한 용어는 ‘마약류’다. 국내에 시판되는 마약은 비교적 심한 급성 또는 만성 통증의 완화와 수술 전 진정을 위한 전신마취의 보조 그리고 심한 기침 발작의 진정 등의 효과가 있으며 주로 진통 완화나 마취 목적 등의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를 오용 및 남용할 경우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마약의 취급 및 관리를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암시장에서 불법 마약류 거래가 지속되는 이유는 마약이 주는 쾌감 때문이다.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시켜 순간적인 쾌감을 맛보게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신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필로폰은 근육위축으로 인한 치아 부서짐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코카인의 경우 심정지나 쇼크에 이를 수 있고 펜타닐은 엔도르핀 분비기관에 이상 작용해 지속적인 투약 없이는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더불어 마약의 오용 및 남용은 피해망상과 관계망상 그리고 환청 등의 정신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마약에 취한 20대 남성이 본인의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재판부가 피고인이 마약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고 살해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인정해 존속살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마약은 개인의 건강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친다.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이정근 본부장은 “마약으로 인한 여러 문제의 발생과정과 법적처벌 그리고 치료 및 재활 과정 등 일련의 흐름을 감안했을 때 이를 한 개인의 일탈만으로 접근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고 밝혔다. 마약 중독자가 환각 상태에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마약을 권하는 등의 2차 범죄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또한 치료와 재활 그리고 사회복귀 지원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마약예방 국제 표준 보고서’를 통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에 사용한 1달러는 향후 범죄 유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 1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마약류 범죄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10대 마약사범부터 마약 전문 변호사까지, 우리나라의 실태는?

국내 마약사범 단속 현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2천3백33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5% 증가했다. 해당 기간동안 압수된 마약의 양은 4백93kg으로 지난해보다 약 60% 폭증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로 인한 항공편 규제가 일정부분 완화되면서 국제공항에서 적발되는 마약류 또한 대폭 늘어난 상황이다. 더불어 마약 투약 후 환각 상태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2차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적발된 마약사범 중 직장인 등 일반인이 차지하는 비율의 급증과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 비율의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마약사범의 56.8%가 20대와 30대였으며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10년 동안 5배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한 원인은 마약 유통체계가 SNS나 다크웹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일반인과 특히 젊은 층의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SNS상 거래와 클럽 등을 통한 마약류 유통이 증가하면서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해 중독이 되는 사례를 다수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본부장은 “불법 마약류 이외에도 ▲다이어트약 ▲마약성진통제(펜타닐 패치) ▲수면제 ▲ADHD 치료제 등 합법적 처방이 가능한 마약류의 거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범죄가 증가한 현재의 실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마약’이라는 두 글자만 검색하면 마약 유통 및 투약 혐의를 받는 이들이 작성한 문의 글이 도배돼있다. 답글로 전문 변호사들의 법률적인 자문과 함께 변호사 선임 홍보 문구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이른바 ‘마약전문변호사’라고 한다. 대형 로펌들은 따로 마약전문 TF팀을 구성해 홍보할 정도다. 허주연(영문·02) 변호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해당 영역에서 전문적이고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인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변호사는 “마약전문인력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마약류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일선 변호사로서 느낀다”고 전했다.

마약이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며 호기심조차 없던 일반인들까지 마약 중독의 가능성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클럽 등에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마약을 배포해 중독시킨 후 본인들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마약 판매상에 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성의 경우 성범죄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익명을 요청한 학우는 “최근 클럽 등의 유흥가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 마약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상 경계하고 있다”며 “더 이상 우리나라가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상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이렇듯 빠르게 퍼지는 마약류 범죄에 현 정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검찰과 법무부를 통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요 내용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빠졌던 일부 마약류 범죄 수사를 시행령으로 되살려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이라 불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했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2대 범죄’의 범위가 확대돼 검찰은 마약 유통 관련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시행령으로 인해 검찰 수사권의 범위가 모호해져 오히려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검수원복 시행령의 내용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개혁의 일환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과 상반돼 사법체계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동석(로스쿨) 교수는 “상위법인 법률의 취지를 훼손한 시행령이 실시될 경우 공권력 행사에서 권한의 중복 또는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마약 관련 문제는 치료 또는 보건정책 차원에서 기관 간의 협조가 중요한데 수사권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종합적인 마약 관련 정책을 전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개정안은 SNS 등을 통한 개인 차원의 마약류 구매가 급증한 최근의 추세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개정안의 내용에 따르면 마약류 유통 및 판매만을 직접 수사할 수 있을 뿐 단순 투약이나 소지는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 변호사는 “마약의 지속적인 공급이 새로운 투약자를 양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 투약보다 유통 및 판매가 더 엄하게 처벌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오 교수는 “온라인상의 마약류 범죄 증가를 이유로 이를 강력히 수사 및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SNS의 자유로운 활동 또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약부터 소지 그리고 유통과 판매까지 긴밀히 연결된 마약류 범죄에 현 정부와 수사당국이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는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의 민낯을 확인했다. 신종 저가 마약의 등장과 마약 유통체계의 변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마약류 범죄 양상은 우리의 일상에 마약을 깊숙이 침투시켰다.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구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더라고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청나라는 아편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강대국과의 전쟁까지 불사했다. 이제 우리의 차례인 듯하다. 보다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 또한 재정비해야 한다.

마약류 및 약물중독 전국상담: 1899-0893

중독재활센터: 02)2679-0436

윤주선 기자  dbswntjs9090@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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