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 질문을 대답하기 전에 일백년 전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일백년 전 세계는 1차 대전을 겪고 있었다. 19세기는 20세기와 너무나 유사했다. 전신의 발명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달됐고 각 주요도시들을 잇는 정보고속도로가 형성됐다. 석유가 석탄을 대체해 에너지 효율성은 수십 배 증가했으며 쉴 새 없이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다. 라디오, 백화점, 영화, 자동차, 전기, 전화, 화학, 항공 산업 등이 그것이다. 나폴레옹 전쟁과 그 이후에 벌어진 전후 처리과정에서 성장한 국제 금융시장은 세계적인 자본의 이동을 가능케 했다. 특히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자유무역의 기조는 급격하게 확산됐다. 자연과학의 발달 또한 놀라운 진보를 보여 상대성원리, 양자역학, 전자기학 등이 당시에 발견되었다. 20세기 초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중심세계의 중류층 시민들은 이전 시대의 귀족들보다 훨씬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었다. 비록 ▲남아프리카에서의 보어전쟁 ▲러시아에서의 미완의 혁명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에 의해 상징되는 유럽 내 민족주의의 대두 ▲중국에서의 의화단 사건 등이 있었지만 중심부의 중상류층은 합리적인 지식·기술과 산업의 발달에 의해 영원한 평화가 보장될 거라 믿었다. 나아가서는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이상적인 세계가 구현될 것이라는 장밋빛 세계관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1914년 8월 종결됐다. 이후의 역사전개는 대공황과 2차 대전으로 이어져 1914~45년은 인류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기였다.

20세기 역시 19세기 못지않은 발전을 구가했다. 과학과 컴퓨터·통신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정보혁명은 이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곳곳에 파급되어 가상현실로 발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에서 구현하는 기술은 의료, 에너지, 재료 등 거의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응용되기 시작해 혁신력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젠슨 교수는 “1980년 이전에는 세계 경제를 담당하였던 노동인구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을 합하여 3억 남짓했는데 닉슨과 모택동 사이의 핑퐁외교 이후 10억이 넘는 인구가 본격적인 세계의 주류경제에 편입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른 차원에서 생산력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기에 2007~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그 위기는 유럽의 PIIGS위기를 거쳐 현재 중국의 위기까지 진전되고 있다. 일백 년 전과 유사하게 역사의 변곡점에 도달한 것일까.

서두와 위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이 글에서도 답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위기의 시대라는 것은 확실하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현존하고 있으므로 일백년 전과 같은 대규모의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전에 세계가 보여줬던 커다란 변화는 능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이다. 위태롭다 그러나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우리 아주대인은 변화를 잘 파악하고 위기의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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