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이분열(응화생) 교수와 이평천(응화생)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인산(H₃PO₄)을 촉매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고분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83%는 플라스틱이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5년 6백29만 톤 ▲2016년 7백16만 톤 ▲2017년 7백98만 톤 ▲2018년 8백24만 톤 ▲2019년 1천35만 톤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환경부는 국내 플라스틱 69.2%가 재활용된다고 보고했지만 같은 해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처리 비율은 약 22%다. 환경부가 소각의 일종인 에너지 회수를 재활용으로 여겨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약 9%다. 이를 제외한 플라스틱의 79%는 매립되고 12%는 소각된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일주일간 음용수를 통해 1천7백69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며 갑각류와 소금 그리고 맥주 등을 통해 섭취한다. 약 신용카드 한 장 만큼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리예 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이전에 인간의 뇌와 장 그리고 태아의 태반 등에서 발견된 사례는 존재했지만 혈액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인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조직염증과 세포 증식 그리고 괴사 등을 유발한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환경과 인간에게 유해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와 조류 그리고 곰팡이에 의해 일정한 조건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부식토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전분 혹은 팜유 등 천연 재료로 만들어지기에 생산 과정에서 일반 플라스틱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일반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에는 ▲PBAT(Polybuthylene co-adipate- co-terephthalate) ▲PLA(Polylactic acid) ▲PLH(Poly Lactate Hydracrylate) ▲PHA(Polyhydroxyalkanoate)가 있다.

PBAT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각종 일회용 봉투와 쇼핑백 등에 사용된다. 섭씨 58도 이상에서 6개월 이내에 분해되며 유연성과 가공성이 뛰어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PLA와 블렌딩 되기도 한다.

PLA는 옥수수와 카사바 그리고 사탕수수 등을 발효 및 정제해 가공한 젖산으로 제작된다. 가격이 저렴하고 열과 공기 투과 성능이 탁월해 일회용 쓰레기봉투와 쇼핑백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PLA는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지 못하고 수분 70% 이상과 섭씨 50도 이상에서만 생분해된다.

PLH는 옥수수를 통해 만드는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LG 화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PLH는 합성수지와 동등한 물성 구현이 가능하다.

PHA는 미생물을 배양한 뒤 발효 과정을 거친 후 제작된다. 생산 속도가 느리고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비싸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특정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 해양을 포함한 모든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평가가 있다.

국내 수많은 기업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상용화를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LG 화학과 ‘GS 칼텍스’가 공동으로 포도당 및 비정제 글리세롤의 미생물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친환경 물질인 3HP를 연구하고 있다. LG 화학은 2028년까지 총 2조 6천 억 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PBAT 등 총 10개의 공장을 공장을 신설한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CJ 제일제당’ 또한 PHA의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상용화는 어디까지 왔는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소재마다 분해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수많은 종류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제대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각 조건에 맞는 전문 퇴비화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문 퇴비화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처럼 소각되거나 퇴비 처리되지 않은 채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다.

다양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PBAT와 PLA만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분열 교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다”며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PBAT와 PLA뿐이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최근 CJ 제일제당이 PHA를 개발했지만 너무 비싸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PHA는 단가가 비싸 CJ 제일제당과 미국의 바이오폴리머 제조업체 ‘Danimer Scientific’과 일본의 국제 화학 제조 회사인 ‘Kaneka’ 등 일부 기업에서만 제작된다.

아직 생분해성 플라스틱 처리 지침이 구축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은 일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따로 재활용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에 반생분해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생분해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을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고 배출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돼서 하천으로 흘러갈 수 있다.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경우 생분해성이 높아지면 내구성은 떨어졌다. 이 교수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고분자를 합성하면 생분해 속도는 느려진다”며 “이와 반대로 생분해성이 높은 제품은 내구성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볼펜을 제작하면 볼펜을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만 다녀도 계속 분해되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학교 이분열 교수와 이평천 교수 연구팀이 인산(H₃PO₄)을 촉매로 사용해 일반적인 자연조건에서도 빠르게 분해되는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플라스틱 고분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사용되던 고분자에 비해 생분해성이 약 9.2배 향상됐으며 내구도는 기존 고분자와 유사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온라인 게재됐으며 그 중요성을 인정 받아 저널의 보충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 계기에 대해 이분열 교수는 “이전에도 생분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최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대학에서 개발했기에 상용화되기 어렵겠지만 이온 결합에 사용된 인산기 금속염이 비료 성분으로 토양에 방출되면 작물 생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며 “이로 기존 농업용 멀칭 필름과 코팅 비료를 대체한다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자연조건에서 분해되지 않는 PLA에 생분해성을 부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TIP

미세 플라스틱 :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

블렌딩 :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고분자들이 물리적으로 섞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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