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학교에서 입시에 몰두하며 변해가는 세상 속에 멈춰있다.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행동해야 하고 누군가는 행동하는 사람들을 지지해야 한다. ‘행동하는 청소년들과 지지하는 어른들의 플랫폼’ 유쓰망고의 김하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2017년부터 ‘유쓰망고’를 운영하고 있다. LA에 거주하고 한국으로 오가면서 일하고 있다.

 

Q. 유쓰망고에 대해 잘 모를 학우들을 위해 유쓰망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유쓰망고는 ‘망설이지 말고 고’의 줄임말이다. 청소년들이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며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배움이 많아질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생주도 프로젝트가 학교 밖과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다양한 멘토들을 연결해 주고 학교 수업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방식과 관련된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Q. 유쓰망고를 설립한 계기는 무엇인가?

A. 기존에 몸담았던 단체에선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한국에 알리는 일을 했다. 체인지메이커란 주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사람을 말한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의 기회가 공교육의 수혜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세상은 변하는데 학교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진로 고민이나 입시 공부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다 키울 순 없다. 학교와 선생님이 변화하면 학생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혁신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단체로 유쓰망고를 만들게 됐다.

 

Q. 체인지메이커 교육 생태계 형성 외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요즘은 범위를 늘려서 학생주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자기 생각을 얘기하며 행동하는 경험 자체가 없다 보니 주체성을 더 연습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리얼월드러닝’이라는 책에 썼듯 교실 안에 갇혀 배우는 것이 아닌 학교 밖 세상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지역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역과 청소년들을 연결해 청소년들이 지역 현장에서 미니 인턴십을 체험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깊이 파고들며 현장에서 생태계를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다.

 

Q.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A.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직도 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나도 직접 직업을 만들어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변화는 부족하다. 학생주도 프로젝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고 자기 삶을 디자인할 힘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배움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배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공교육 시스템이 천천히 바뀌더라도 변화에 발맞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Q. 유쓰망고와 함께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직접 진행한 ‘리얼월드러닝’ 연수를 들은 충북 지역 교사들이 학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직접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몸소 지역 자원을 찾으러 다니고 방학 때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학교 밖에 다양한 자원들을 학교로 끌어왔다. 또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가로등을 설치하고 변화를 만든 학생들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Q.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나?

A. 청소년들이 프로젝트를 함께 할 친구를 찾고 프로젝트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어른들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현재 110명 정도의 ‘망고 멘토’들이 있다. 어떤 프로젝트던 청소년들이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멘토들과 좋은 사회적 관계망이 생기고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Q. 멘토로 신청하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A. 분야와 경력이 상당히 다양하다. 학생주도 프로젝트에 있어서 어른들과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등록한다. 또한 프로젝트 주제 내용과 관련 있거나 자신의 분야에 관한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이 등록한다.

 

Q.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에서 교과 지식 중심으로 국가 교육 과정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융합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교과 지식을 배울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에 매 학년 배워야 하는 단원과 읽어야 하는 본문 등이 지나치게 체계화돼 있어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미국은 교과 지식을 정해놓기보다는 해당 학년에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를 명문화한다. 미국과 같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를 정한다면 좀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다양한 시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Q. 대표께서 꿈꾸는 이상적 교육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A.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은 개별 맞춤화된 교육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이 구현되려면 교사당 학생 수 조정이나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만큼 이를 지도해줄 수 있는 학교 밖에 다양한 멘토가 필요하다. 입시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학습 계획을 스스로 기획해서 학교 밖에 다양한 자원과 연결되는 학교의 모습을 꿈꾼다.

 

Q. 우리 학교 학우들이 ‘행동하는 청소년’에 속할지 혹은 ‘지지하는 어른들’에 속할지에 대해 고민할 것 같다. 대학생은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나?

A. 어떤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다. 대학생이라도 자기 프로젝트를 해봤고 자기 포트폴리오가 있는 친구들도 아주 많다. 이런 친구들은 대학생이지만 충분히 청소년들의 멘토로 또는 지지하는 어른들로 필요한 경우에 연결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어진 과제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의식을 느껴 행동한 경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Q. 대학생이 만들 수 있는 변화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A. 대학생은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 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말 미친 아이디어와 도전을 가지고 충분히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기에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너무나도 많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우리 지역에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나 기관 그리고 회사와 협업을 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 나름이다.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문제에 공감하는지를 먼저 찾는 것이다. 그래야 의무나 유행을 따르는 변화가 아닌 자신이 공감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 수 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그게 설령 말도 안 되는 거라 할지라도 행동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Q. 대학생이 ‘행동하는 청소년’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나?

A. 개인적으로 과외나 학습 멘토링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입시 공부를 하며 현 제도에 문제가 많음을 느끼면서도 결국 이런 교육 시스템에 다시 참여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외를 하더라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작은 거라도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도록 옆에서 찔러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문제를 잘 풀도록 가르치는 것 그 이상 말이다.

 

Q. 대학생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것은?

A.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 무슨 정보를 찾느냐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 요새는 참여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충분하기에 변화를 원한다면 검색을 했으면 좋겠다. 검색도 안 하고 모른다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마음 맞고 비슷한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 두세 명만 모여도 못할 게 없다. 또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보는 것도 꼭 해봤으면 좋겠다. 인터뷰 요청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직업에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써봤으면 좋겠다. 섭외는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섭외하는 글을 쓰다 보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하는 것이 너무 어려우면 인터뷰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과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 수 있다.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고 인맥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기존에 정해진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세상이 점점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루트만을 고집하면 생각의 너비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찾는 만큼 보이기에 내가 청소년이든 대학생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행동하고픈 용기도 생기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사회 통념적으로 좋은 교사란 학생들에게 훌륭한 수업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다. 김하늬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교사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좋은 교사라는 것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전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멘토로서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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