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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만 먹어온 당신, 오늘부터 채식 어때요?
  • 남궁민재 기자
  • 승인 2022.10.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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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15만 명에 그쳤던 국내 채식 인구는 최근 2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채식 열풍’이다. 동물복지와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이 증가하자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은 어느새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식생활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27.4%가 간헐적 채식을 하고 9%가 지속적 채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을 위해 음식과 식사 관련 습관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5.6%에 달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화장품과 옷 그리고 가구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물건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채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

채식을 한다고 해서 다 같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보통 채식을 한다고 하면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을 떠올리지만 채식은 어떤 식품까지 허용하냐에 따라서 총 8단계로 나뉜다. 채식을 위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육식을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부터 과일만 섭취하는 프루테리언까지 채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것도 채식의 일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채식과 비건을 동일시한다. 남승희(21) 씨는 플렉시테리언이다. 그는 채식주의자지만 회식과 같은 단체 모임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섭취한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알린 후 주변에서 “채식주의자인데 먹어도 되는 거야?”와 같은 반응을 보여 곤란할 때가 많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이면 고기를 먹지 않고 식물성 음식만 먹을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은 채식주의자를 불편하고 눈치 보이게 만든다.

또한 채식은 선택의 폭이 좁고 요리법이 다양하지 않다는 오해가 많다. 박가은(21) 씨는 건강을 위해서 채식 위주로 음식을 섭취하려고 했지만 주변에 비건 식당이 적고 할 수 있는 요리가 한정적인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특별시에만 비건 식당이 약 9백50개가 있으며 기업들도 비건을 위한 식품을 꾸준히 내놓는 중이다. 더불어 포탈에 ‘비건 요리’를 검색하면 반찬과 빵 등 다양한 종류의 요리법이 나온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간단한 검색 또는 채식 관련 앱을 이용하면 채식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채식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채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영양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오해가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시중에 다양한 요리법과 대체 식품이 나와 있어 맛이 없다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페스코인 이한재(21) 씨 또한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육류가 아닌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식 VS 채식

육식과 채식은 건강과 환경 등에서 상반된 관점을 갖는다. 그렇다면 어떤 식습관이 좋을까. 채식을 하는 사람은 더 건강할까? 현재 우리 사회는 고열량 육류 섭취 습관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난다는 인식은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온 통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육류 위주 식습관과 관련이 높은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한 질병은 성인병부터 암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동물성 단백질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고혈압을 비롯한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균형 잡힌 채식 위주의 식단은 동물성 단백질을 멀리해 다양한 질환에 걸릴 확률을 줄이고 기대 수명을 늘릴 것이라는 영양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채식 유튜브 채널 ‘시야미’를 운영하는 김시연(23) 씨는 아토피로 인해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김 씨는 “채식을 한 이후로 아토피가 나아지고 피부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며 “음식을 먹었을 때 더부룩했던 속도 편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영양학자들은 고기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자연적으로 줄어드는데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식물성 단백질로도 근육을 늘릴 수는 있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단백질 보충에 더욱 탁월하다. 더불어 동물성 식품은 아연과 철분 그리고 비타민 등이 풍부해 채소와 곡류 등에서 얻지 못하는 필수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특히 비타민B12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데 DNA와 적혈구 그리고 당 대사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채식 위주의 식습관보다는 육류를 같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고기 대체 식품, 끊이질 않는 논쟁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매년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파괴와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기후 위기 시대에 채식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열대우림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으며 1960년대 이후 가축 방목지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육식의 종말’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햄버거 속 쇠고기 패티 1개를 만들기 위해서 약 75kg에 이르는 생명체 파괴가 뒤따르는데 여기에는 약 20종의 식물과 1백여 종의 곤충 그리고 포유류 등이 포함된다고 저술했다. 하지만 이에 반기를 드는 입장도 있다. ‘신성한 소’의 저자 다이애나 로저스는 소가 메탄을 배출하는 것은 폐기물이나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와 달리 소의 경우 이미 존재했던 탄소를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소가 트림을 하면 메탄이 대기 중에 배출되고 약 10년 뒤에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습지대와 화석연료 그리고 화재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과도한 육류 섭취는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며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등의 이유로 육류 섭취를 지양하고 동물 대체 식품을 선호한다. 동물 대체 식품은 동물 단백질을 대체한 식품으로 식물성 대체 식품과 곤충단백질 대체 식품 그리고 배양육 등이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생산 중이며 지금까지 많은 제품으로 출시됐다. 대체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은 ‘콩 고기’로 많이 알려진 1세대 대체육으로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콩에서 유래된 원료로 만들어 콩 특유의 비릿한 향과 푸석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실제 고기와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체육 시장에서 모습을 보이는 식물성 대체육은 한층 발전했다. 고기와 비슷한 쫄깃한 식감과 더불어 식물성 오일로 육즙까지 재현하며 맛을 강화한 식물성 대체육은 빠른 속도로 주류 시장에 진입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대체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국무역협회는 대체육이 2030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육은 공장식 사육 방법과 도축 과정에서 오는 동물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한 탓인지 대체 식품 시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먼저 대체육은 슬라이스 햄과 불고기처럼 얇게 썬 고기이거나 함박스테이크 같은 다짐육이 대부분이다.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처럼 식감을 통해 '고깃결'로 불리는 육류 특유의 조직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은 나오지 못했다. 또 품질 유지를 위해 여전히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데 해동 방법에 따라 제품이 변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대체육을 고기로 표현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축산업계에서는 대체육을 칭할 때 ‘육’이나 ‘고기’라는 단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육은 진짜 육류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 벌어진 논쟁이다. 미국에서는 24개 주에서 대체육을 고기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텍사스와 미시시피 등 일부 주에서는 고기라고 부르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별도의 표기법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법안 발의 및 제도를 마련해 관련 기준과 규정이 미비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학교와 군대 등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채식을 할 수 있도록 채신선택권이 도입됐다. 전국적으로 채식선택권을 도입해 채식주의자들의 인권 및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기업들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다양한 비건 음식을 내놓고 있다. 비건 음식 판매처인 인테이크 노석우 이사는 “시장성 측면에선 아직 국내 비건 시장은 성장해나갈 여지가 많은 초기 단계이지만 확실히 최근에 비건에 대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비치던 채식주의는 이제 온전히 하나의 문화로서 존중받고 있다. 채식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뛰어나다. 채식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더욱 발전해야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남궁민재 기자  minjae020301@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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