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입학한지도 어언 1년 반이 지났다. 그 시간이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긍정적인 답을 하긴 어렵다. 왜 그럴까? 지난 시간을 묘사한다면 ‘정체됐고 정지된 1년 반’이었다. 물론 대학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긴 점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보람찬 내적 성장과 배움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고교 시절 이리저리 부딪히며 도전하고 사람들을 만났던 과거와 달리 대학생이 된 필자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사회학 전공수업을 듣는 시간들이 그나마 보람 있었던 기억이다. 적성에 맞는 학과에 진학해 수업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학문에 깊게 몰입하지 못했다. 사회학을 매개로 더 다양하고 깊게 도전하지 못했다. 이런 아쉬움에 이따금 우울해지기도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대2병'이었다.
'대2병'을 자각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고 '건강한 취준'이라는 성인대상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하면서 왜 대학에 진학했고 왜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은 다분히 획일적이다. ‘명문고-일류대학-대기업-결혼’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정적인 성공공식에서 정류장을 전전하는 삶을 살곤 한다.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명문고를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마치 목적지 없이 정류장을 떠도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는 어쩌면 매우 공허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고정적인 성공공식에 맞추려고 하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때 겪는 혼란과 좌절은 '대2병'과 무관치 않다.
'대2병'을 치유하고 공허한 삶을 전환하기 위해선 지금 현재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대학 4년이라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지 못하고 그저 음주가무나 즐기며 날려버린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나는 주변에서 이유 없는 불안과 우울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본인에 대한 몰이해를 겪고 있는 학우들을 보았다. 어찌 보면 이러한 '대2병' 팬데믹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중고교 시절 입시에만 몰입해 수치화된 성과와 경쟁에만 몰두했던 우리가 어떻게 대학에 진학했다고 삶이 단번에 달라질 수 있겠는가. 이는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것과는 다른 공부다. 자아를 찾고 진정으로 배우는 공부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우리 함께 질문해보기를 권한다. 대학 입시 원서를 쓸 때 우리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거창한 목표를 갖고 대학에 진학한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우리는 지금 왜 배우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이고 나는 어떤 힘을 대학에서 길러야 하는가?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한 번 질문해보는 것을 권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야 자신만의 삶도 살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해 질문할 때 우리 삶도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길을 가거라. 바보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간에."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