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권 교통의 중심지 중 한 곳인 수원역은 아이러니하게도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의 최후의 보루다. 불안한 치안과 홈리스의 유입 그리고 근본적 정책의 부재라는 악순환 속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회적 약자들은 수원역 근방으로 내몰린다. 또한 지난 8월 권선구에 거주 중이던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지는 ‘수원 세 모녀 비극’이 발생하며 수원특례시(이하 수원시) 내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복지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빈틈 속에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지자체와 더불어 여러 자선단체 그리고 종교단체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활동 등의 문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 2007년 이후 15년간 수원역 인근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광야 119’의 현장을 찾았다.

오후 7시 수원역 광장의 쉼터에 불이 켜지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의 통제를 따라 사람들은 한 줄씩 줄을 맞춰 실내 쉼터로 입장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오전 조리장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푸짐하게 식판에 담아 시민들에게 나눴다. 광야 119의 백점규 원장은 “실제로 급식받는 홈리스는 절반이 채 안 된다”며 “고시원 거주민과 노인 등 홀로 식사가 어려운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준비했던 150인분의 식사는 한 시간도 안 돼 모두 소진됐다. 봉사자들은 남은 반찬을 포장해 사람들에게 나눴다. 필자 또한 함께 나눔터 뒷정리를 함께하며 바닥을 닦고 식기 정리에 임했다. 배식이 끝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손발을 맞춰 뒷정리하는 모습에 그들이 함께해 온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였던 최혜진(19) 씨는 “받으시는 분들이 ‘감사합니다’며 고마움을 표할 때마다 뿌듯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과거 야외에서 진행되던 무료급식은 2014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수원역 광장 내 실내급식소에서 운영됐다. “목회 활동을 하다 2007년 수원역 청소년 노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백 원장은 “초반에는 여러 돌발상황이 많았지만 점차 체계가 잡히며 규칙을 만들었고 많은 분의 후원을 받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홈리스가 코로나 19 확산을 부추긴다는 여론과 더불어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급식소 방문을 꺼리며 3백 명에 달하던 방문자들은 한때 1백 명 아래로 줄기도 했다. 백 원장은 코로나 19가 지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거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광야 119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무료급식 활동을 진행한다.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 받고 있으며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119 개방센터와 마중물 자활쉼터 그리고 상담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56세 봉사자는 “활동 시간이 주중 저녁이라 직장생활과 병행하기 좋아 10개월째 봉사에 참여 중이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청년층의 참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씨 또한 “무서울 수 있지만 체계가 잘 잡혀있고 편안하게 배려해주셨다”며 많은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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