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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는 누구도 최악이 돼선 안 된다 - 아이돌 팬덤을 파헤치다
  • 한아름 기자
  • 승인 2022.10.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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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동경하며 좋아하는 대상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은 우리 주위의 부모와 스승일 수도 있으며 위대한 성과를 이룬 학자 혹은 본인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운동선수나 음악가일 수도 있다. 이들을 동경하며 좋아하는 사람을 팬(fan)이라 하고 팬이 모인 집단을 팬덤(fandom)이라고 부른다. 팬덤의 대표적인 예시가 아이돌 팬덤이다.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며 아이돌과 관련된 물건인 굿즈를 수집하고 무대를 보는 등의 ‘덕질’을 한다.

팬덤이란 무엇인가?

지난해 오픈서베이의 ‘케이팝 팬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전 국민 12.4%가 케이팝 아이돌의 팬이다. 2020년 여성경제 신문은 20대가 ▲삶의 원동력과 동기부여 ▲선행 ▲생산적인 활동 ▲스트레스 해소 및 삶의 즐거움 ▲콘서트가 주는 가치와 추억을 이유로 덕질을 한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밴드 ‘DAY6’를 좋아하는 이한비(22) 씨는 “DAY6가 노래를 잘 만들고 무대 매너가 좋아 덕질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아이돌 그룹 ‘NCT DREAM’ 멤버 지성을 좋아하는 육서경(22) 씨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좋아하게 됐다”며 덕질 계기를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존재를 우상화하는 방식으로 덕질을 했다”며 “현재는 아이돌을 자신의 아바타로 여기며 자신이 못다 한 바를 이뤄주는 대리자로 여기며 덕질을 한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팬덤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 아이돌 팬덤이 아이돌의 데뷔 일과 생일 그리고 앨범 발매 등을 기념하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팬덤 기부금 규모는 2016년 7억7천2백만 원에서 2020년 34억5천3백만 원으로 4년 사이 27억 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사생팬과 알페스 그리고 과도한 앨범과 굿즈 구매로 인한 환경 오염 유발 등 아이돌 팬덤의 덕질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도 존재한다.

스토커의 다른 말, 사생팬

아이돌 팬덤 내에는 ‘사생팬’이 존재한다. 사생팬은 ‘사생활’과 ‘팬’의 합성어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과도하게 따라다니며 사생활을 관찰하는 팬을 의미한다. 공식 일정뿐만 아니라 개인 일정까지 쫓는 이들 중 일부는 아이돌의 사진을 찍어 유포하거나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낸다. 심지어 전화번호를 확인하고자 ‘V앱’과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같은 실시간 방송을 할 때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이는 스토커와 다를 바 없으며 많은 아이돌 또한 직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멤버 뷔와 아이돌 그룹 ‘TOMORROW X TOGETHER’의 멤버 태현은 비행기까지 쫓아오는 사생팬을 저격한 바 있다.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택광 문화예술평론가는 “또래 집단 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 탓에 사생팬이 된다”며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생팬 행동의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생팬은 팬덤 내에서도 비판받는 존재다. 일부는 사생팬을 ‘팬’으로 여기지 말고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이돌 팬덤 덕분에 사생팬은 긴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은 채 유지될 수 있었다. 사생팬은 자신이 몰래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자신이 제작한 굿즈와 아이돌의 개인정보를 판매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다. 일부 팬은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돌의 자연스런 모습이 보고 싶어 사생팬의 전시회에 방문해 굿즈를 구매한다. 또한 아이돌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개인정보를 구매하기도 한다. 사생팬이 제작한 굿즈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홍유진(22) 씨는 “사생팬인 줄 알았더라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판매자가 사생팬인 줄 몰랐다”고 전했다. 홍 씨는 “사생팬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존재가 없어 사생팬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 아이돌과 기획사는 사생팬과 관련된 별도의 법적 처벌 근거가 없고 이들을 인기의 방증이라고 여겨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기획사에서 아이돌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사생팬을 신고하기도 한다. 지난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돌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행위를 묵과하지 않고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Cre.Ker 엔터테인먼트(Cre.Ker )’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사생팬을 법적 조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SM 소속 아이돌 그룹 ‘EXO’와 ‘NCT’ 그리고 Cre.Ker 소속이었던 아이돌 그룹 ‘THE BOYZ’의 팬덤 내 사생팬은 여전히 존재한다. 홍 씨는 “사생팬은 한 번 처벌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며 “기획사의 꾸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사랑 이야기, 알페스

성 착취물 여부 논란이 있었던 ‘알페스’는 아이돌 팬덤 내 주류 문화 중 하나이다. 알페스는 실존인물을 다루는 장르인 ‘RPF(Real Person Fiction)’의 하위문화인 ‘RPS(Real Person Slash)’로 주로 남성 아이돌을 등장인물로 삼으며 동성애 커플로 묘사하는 창작물이다. 음지에만 존재하던 알페스를 공론화한 가수 ‘손심바’는 “트위터와 포스타입 등 여러 SNS에서 실존 연예인과 음악인을 대상으로 고수위의 소설과 그림 등을 배포하고 심지어 판매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또한 “성희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음지 문화’ 따위의 용어로 희석되며 자행된다”며 “검색 방지와 당사자 차단으로 고소 등을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이돌 팬덤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트위터에 아이돌 멤버의 이름을 변형해 검색하면 수많은 알페스를 찾을 수 있다.

기획사 측은 알페스를 아이돌 팬덤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여겨 이를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06년 SM은 자사 아이돌을 대상으로 알페스의 대표 사례인 ‘팬픽’ 공모전을 개최했다. 또한 지난해 ‘HYBE LABELS’는 ‘네이버’와 합작해 제작한 공식 웹소설의 내용을 발췌해 홍보를 진행했다. 발췌문에는 알페스로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알페스는 선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 성범죄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 제14조 제2항을 개정해 영상물 등으로 모호하게 정의돼 있는 성 착취물에 그림이나 글을 명시해 알페스를 막는 ‘알페스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21일 자 한겨레 기사를 보면 이 평론가는 ‘알페스는 기획사의 마케팅과 결합된 허구의 창작물로 실제 성 착취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기사에서 김영미 변호사는 ‘글이나 그림을 성폭법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넣으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사전에 규제하는 조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환경오염과 덕질은 한 끗 차이, 앨범깡과 드래곤볼

최근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앨범깡’과 ‘드래곤볼’은 과도한 앨범 구매의 결과다. 이와 같은 행동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있다.

SNS에서 ‘앨범깡’과 포토 카드 ‘드래곤볼’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앨범깡은 구매한 앨범을 개봉하는 것으로 한 번에 백 장이 넘는 앨범을 구매해 개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래곤볼은 특정 멤버의 포토 카드를 모두 소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돌의 포토 카드는 하나의 앨범에서도 여러 버전으로 발매되기에 모두 수집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NCT 멤버 마크의 포토 카드는 백 장이 넘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천만 장이었다. 음반 발매 후 일주일 동안 판매된 앨범 수를 집계하는 초동을 보면 ▲BTS ▲SEVENTEEN ▲NCT 127 ▲BLACKPINK ▲NCT DREAM ▲TOMORROW X TOGETHER ▲ENHYPEN ▲aespa는 모두 백만 장을 넘게 판매했다. 앨범이 이토록 많이 판매되는 이유는 이들의 높은 인기 덕도 있지만 기획사의 마케팅 덕분이다. 기획사는 같은 앨범도 여러 종으로 판매하고 앨범에 랜덤 포토 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을 포함시켜 팬덤의 구매를 독려한다. 심지어 기획사가 지정한 특정한 장소에서 앨범을 구매하면 아이돌의 미공개 포토 카드와 굿즈 등을 뽑을 수 있는 뽑기권을 주는 럭키드로우 행사를 진행한다. 아이돌의 앨범에는 CD와 엽서 그리고 포스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재활용할 수 없는 다양한 쓰레기로 인해 환경 오염을 발생시킨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고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추세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이돌 그룹 THE BOYZ를 좋아하는 이지민(22) 씨는 “최근 발매된 앨범 ‘WHISPER’가 총 3종으로 발매됐다”며 “3종을 모두 3장씩 구매했는데 팬덤 내에서는 적은 양의 앨범을 구매한 편이다”고 전했다.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거나 팬 사인회 당첨 여부를 확인하고나면 앨범은 분리수거 되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보육원과 요양원 등에 기부된다. 기부된 앨범을 보면 포장이 제거된 채 포토 카드와 각종 랜덤 굿즈 등은 빠져있다. 어느 복지관에서는 아이돌 앨범 기부를 거절한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앨범을 모두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기획사의 마케팅으로 인해 팬덤은 과도하게 앨범을 구매한다”며 “해외에서도 케이팝을 주목하고 있기에 과도한 마케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과도하게 앨범을 구입한 뒤 인기가 많은 멤버의 포토 카드를 되파는 등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최근 아이돌 팬덤의 앨범 구매는 단순한 팬심보다는 비즈니스적인 성격을 보인다”고 답했다.

아이돌 앨범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많은 기획사에서 친환경 앨범과 굿즈를 발매하기도 했다. IST 엔터테인먼트는 업계 최초로 ‘VICTON’의 ‘CHRONOGRAPH’ 앨범을 업계 최초로 플랫폼 형식으로 발매했다. 플랫폼 앨범이란 음반과 비하인드 사진 그리고 뮤직비디오 등 주요 콘텐츠를 디지털로 제작한 온라인 앨범이다. 불필요한 CD와 포장에 사용되는 앨범 상자 그리고 포스터 등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포토 카드는 실물로 받을 수 있고 음반 판매량에도 집계되기에 팬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씨는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기에 앨범에 포함돼 있는 CD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이를 포함하지 않아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발매된 플랫폼 앨범은 기간 한정으로 판매되기에 특정 기간이 아니면 구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육 씨는 “플랫폼 앨범을 기간 한정 방식이 아니라 상시 구매로 변경하면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특히 앨범보다 자주 발매되는 굿즈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MNH 엔터테인먼트’는 ‘청하’의 앨범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으며 ‘YG 엔터테인먼트’ 또한 BLACKPINK의 굿즈를 친환경 소재로 출시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에 있어 완벽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엇이 올바른 아이돌 팬덤 문화인지에 대한 정의는 내릴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와 불쾌감을 안겨주며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오답임은 부정할 없다. 사생과 알페스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으며 앨범깡과 포토 카드 드래곤볼은 유행처럼 번져 가고 있다. 아이돌 팬덤 문화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계승된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잘못된 흐름을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아이돌 팬덤 문화는 성장 없이 계속 고인 머무를 것이다. 아이돌 팬덤 문화는 무조건 비난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며 건드릴 없는 성역도 아니다. 무엇이 올바른 팬덤 문화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

한아름 기자  hanar0225@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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