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프로 스포츠는 야구(KBO 리그)다. 야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 이전 8백 만 관중 시대를 열며 국내 인구수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티켓파워를 보여줬고 시청률 및 중계권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최고 인기 종목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야구의 인기비결은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 힘들겠으나 경쟁 프로 스포츠 대비 뚜렷한 지역연고제가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사회화의 한 형태로서 개인을 집단 속으로 집단을 문화의 형태 속으로 통합하는 기능이 있다. 즉 스포츠의 참여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팀)과 동질화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스포츠의 특성은 선수와 관계자 그리고 팬 등 팀과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되며 내집단으로서의 ‘팀’과 외집단으로서의 ‘상대 팀’을 만들어낸다. 바람직한 모습의 스포츠는 사회 통합적 기능이 있어야 한다. 지역연고제라는 지역사회 수준의 통합에서 국가대표라는 국가 수준의 국민통합과 공동체 의식 고양 같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연연고지별 통합은 팀 간의 경쟁 과열 시 오히려 지역 간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야구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통합 및 지역사회 간 갈등을 의도치 않게 이용하며 인기를 높였다. 야구가 지역 내 통합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지역감정 유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연구로서 입증된 바 있다. 또한 야구팀 명칭에 지역명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역설적으로 야구가 타 스포츠보다 연고지 정착이 잘 되었음을 방증한다. 필자는 야구를 즐기는 팬으로서 강한 지역연고제가 관중의 흥미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라이온즈를 광주는 타이거즈를 대전은 이글스를 대표하며 해당 연고지의 팬들은 자연스럽게 그 팀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때로는 지역 간 경쟁이 재밌는 라이벌전으로 나타나 몰입도도 더욱 올라간다. 응원가와  유니폼에도 지역의 명칭이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는 어떨까. 과거 우리 정치는 영남당과 호남당 그리고 충청당은 있어도 청년당과 노동당 그리고 자영업자당은 없었다. 여전히 국회의원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패거리 정치와 패권정치 그리고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 말로는 국민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면서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없다. 국민 모두를 통합해야 할 정치가 여전히 ‘Divide and rule‘을 이용해 국민 분열을 자극하고 있다.

정치는 프로야구가 아니다. 분열된 사회에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의원들의 밥그릇만 채울 뿐이다. 이제는 포괄정당을 넘어 카르텔 정당화된 우리의 거대 정당들은 도대체 어느 집단을 대표하는지도 알 수 없다. 우리의 선거제도는 이런 대표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으로 지역집중 투표 현상과 과도한 사표 발생을 야기해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고 의석 간의 불비례성을 낳는다.

본 글에서 정확히 어떤 선거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지 밝히기에는 분량상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공존 ▲대화 ▲상생 ▲타협 ▲합의 등의 가치가 내포된 정치의 필요성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선거기간 반짝 욕심 가득한 논쟁이 아닌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600일도 안 남은 다음 총선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은 정말로 저급했던 21대 총선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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