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와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 과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시급한 과제이다. 점차 기후변화를 체감하자 사람들은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선진국들은 협약을 통해 기후감축에 대한 합의를 주장하고 대기업들은 친환경을 내세운 경영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선진국에 국한된 상황이다. 선진국은 변화하는 환경규제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지만 국가 생존이 목적인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게 큰 비용이 드는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배부른 소리다.

1990년대까지 기후 문제 원인과 해결의 주체는 전적으로 선진국이었다. 1997년 교토의정서는 37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웠다. 당시 의무감축국 37곳이 세계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1%였기에 선진국 그룹만 실천해도 온실가스를 상당 수준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비율이 2017년엔 37%로 줄었다. 개도국 그룹이 빠른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온실가스 비율에서 선진국을 압도하게 됐다. 이제는 개도국의 동참 없이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2015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이 맺어졌다. 다만 교토의정서와 달리 온실가스 감축 의무는 없었다. 각국이 형편과 우선순위 등을 감안해 다양한 형태로 2030년까지 실천할 자발적인 목표(NDC)를 내놓도록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대신 5년마다 약속 내용을 상향 조정하도록 했지만 자발적인 목표인 이상 의미 있는 감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개도국과 선진국간 갈등 또한 현재 심각한 상태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는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인식 차이를 벌려놨다. 코로나 19라는 위기 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선진국이 먼저 자리를 차지했고 개도국들은 뒤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인구 비율은 선진국의 경우 ▲영국 52% ▲미국 45% ▲독일 33% ▲프랑스 26% 등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선 1%를 넘는 국가가 몇 안 된다. 백신 지식재산권을 푸는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논의됐지만 그 혜택이 언제 개도국에 닿을지 알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선진국의 백신 이기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행태를 목격한 개도국들이 ‘기후 위기 동반 타개’라는 선진국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바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개도국에게 기후 위기는 결국 먼 문제다. 개도국에게는 당장 식량 생산을 늘리고 전기를 공급하고 공장을 짓는 것이 훨씬 절박하다. 기후 재앙 극복도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치밀한 행정망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개도국들에게는 경제성장이 먼저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개도국을 향해 ‘석탄 발전소 짓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선진국들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는 한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제시하는 온실감축 기준에 협력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그간 예고해온 ‘탄소 국경세(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입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 구체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개도국과 중진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유발한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후 페널티를 매기겠다는 모습은 참 우습게 느껴진다.

환경과제 극복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의 환경위기는 선진국들의 발전과 배부름을 위해 지구를 착취한 결과다. 선진국들이 환경에 대해 문제점을 느낀다면 환경에 대해 깨어있는 듯 잘난척할 때가 아니다. 개도국들이 환경문제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자신들이 일으킨 위기에 대해 먼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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